셰익스피어(1564-1616)의 무덤에 새겨진 비문(Epitaph)을 저주로 보는 관점이 있습니다.
물론 오해에서 비롯된 것으로 일종의 전설로 전해지는 이야기로 보는 시각도 있지요.
세계 최고의 극작가의 마지막 안식처인 영국 스트랫포드-어폰-에이번(Stratford-upon-Avon)의
‘성삼위일체(Holy Trinity) 교회를 방문하는 사람들은 전설적인 대문호에게 어울리는,
그러한 한편으로 불길하게 여겨지는 일종의 경고문을 마주하게 됩니다.
"예수님을 위해 좋은 친구여, 여기 묻힌 먼지를 파헤치는 것을 참아라.
이 돌을 아끼는 자는 복을 받고, 내 뼈를 옮기는 자는 저주를 받으리라
(Good friend, for Jesus’ sake forbear, To dig the dust enclosed here.
Blest be the man that spares these stones;
And Curst be he that moves my bones.)"
역사가들은 셰익스피어가 1616년 52세의 나이로 어떻게 사망했는지 정확히 알지 못하지만(열병이 유력한 학설입니다),
이 글이 시인 자신이 남긴 말일 가능성이 높다고 믿습니다.
17세기에는 도굴이 흔했고, 더 많은 매장을 위해 무덤을 옮기는 일이 잦았기 때문에 셰익스피어도 걱정할 만한 이유가 있었죠.
하지만 교회가 그의 무덤을 대부분 그대로 유지했기 때문에 셰익스피어의 저주는 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2016년 셰익스피어의 무덤을 (비침습적) 레이더로 스캔한 결과, 셰익스피어의 두개골이 사라진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사라진 두개골의 행방을 둘러싼 증거를 찾기 위해 전문가들은 1879년 <아르고시(Argosy)>지에 실린 한 트로피 사냥꾼이
셰익스피어의 두개골을 가져간 이야기를 다룬 기사를 재검토했습니다.
원래 이 이야기는 판타지로 치부되었지만, 세부적인 내용은 레이더 연구 결과와 거의 일치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도굴범이 당황한 나머지 두개골을 약 15마일 떨어진 다른 교회에 보관했다는 이야기지만,
문제의 교회에 있던 두개골을 분석한 결과 70세 여성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셰익스피어의 두개골을 훔친 사람이 누구인지,
그리고 시인의 저주가 불길한 약속을 이행했는지 여부는 영원히 알 수 없을 것입니다.
따라서 셰익스피어 묘비의 이 글귀는 묘지를 훼손하거나 유골을 옮기려는 자들에게 경고하는 내용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이를 '저주'로 받아들였습니다. 실제로 이 경고문 덕분인지 셰익스피어의 유골은 현재까지도
그의 묘지에 온전히 보존되어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셰익스피어의 비문은 저주라기보다는 자신의 안식을 방해하지 말아 달라는
강한 경고이자 염원이 담긴 글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세대를 거치며 '저주'라는 흥미로운 이야기로 와전된 것이라고 보면 됩니다.
(article & image from www.interestingfacts.com)

#Shakespea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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