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Beat the Devil.' 데블(devil), 즉 악마나 악령을 뜻하는 단어가 들어가니까, 무슨 종교적인 노래 쯤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것을 beat 하니 악마를 물리친다, 혹은 악마에 맞선다는 식으로 해석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그런 내용의 노래는 아닌 것 같습니다. 여기서 데블은 악마나 악령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무슨 골치 아픈 것, 혹은 어려운 일들 쯤으로 봐야 이 노래를 이해할 수 있지않나 싶습니다. 그러니까 골치 아프고 어려운 일들을 극복하겠다는 어떤 가난한 뮤지션의 생각과 의지를 담은 노래로 볼 수 있는 것이지요.
이 노래는 미국 켠츄리 뮤직의 기린아인 크리스 크리스토퍼슨(Kris Kristofferson)이 글을 쓰고 곡을 붙여 1970년에 발표한 올드 컨츄리 송입니다. 노래가 특이합니다. 노래와 내레이션이 반반씩 섞인 음유풍의 노래입니다. 한 겨울 내시빌을 떠도는 한 가난한 노래쟁이가 추위와 허기를 달래고자 하는 심기를 나타낸, 크리스토퍼슨 특유의 운취가 담긴 노래이지요. 가사가 좀 길지만, 찬찬히 읽어보면 꽤 깊이가 느껴지기도 합니다. 크리스토퍼슨 다운 글이지요.
크리스토퍼슨은 미국의 뮤지션 중에서도 드물게 옥스포드에서 문학과 철학, 예술 비평을 공부했지요. 그래서 그가 만든 여러 노래들, 예컨대 미 앤 바비 머키(Me and Bobby Macgee), 선데이 모닝 커밍 다운(Sunday Morning Coming Down), 와이 미(Why Me) 등은 곡도 물론 좋지만, 가사를 좋아하는 팬들도 많습니다.
장마비 내리는 창밖을 바라다 보면서 이 노래를 듣습니다. 몇 날을 비가 오락가락합니다. 먹고, 마시고, 멍청하게 생각하고 바라다 보는 것 외에 다른 일을 할 수 없는 처지가 답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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