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고있는 능곡의 '마리아 수도회.'
몇 날을 벼르던 끝에 오늘 찾아본다. 우연인지는 몰라도 딱 6년 만이다. 그러니까 2014년 오늘, 여기를 찾았다. 그리고 그 며칠 후 주일미사를 드렸다. 여러가지 힘든 일로 마음이 상당히 무겁고 싱숭맹숭할 때였다. 그리고 그 며칠 후 다니던 직장인 교수신문을 그만 뒀다. 그런 결단을 얻은 곳이 바로 여기이기도 한 것이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하나있다. 이곳을 소개하는 안내서에는 이곳 수도원과 성당이 2014년 9월에 착공된 것으로 나와있다. 내가 처음 들렸던 때는 그 해 8월이었는데, 어떻게 된 노릇인지 모르겠다.
코로나로 인해 수도원은 한산하다. 수도원에 딸려있는 '기둥의 성모성당'을 들어가보려는데, 문이 잠겨있다. 사무실로 가서 문의를 해 봤더니, 그럴리가 없다면서 나를 안내해 주는데, 내가 다른 문을 열려했던 것이다.
아무도 없는 한적한 성당에 앉았다. 마침 오늘이 '묵주의 9일 기도'의 청원기도 마지막 날이다. 그 나름의 의미를 새기며 기도를 바쳤다. 주일미사도 오후 3시에 방역개념을 적용한 채 바쳐진다고 한다. 괜히 마음이 설레진다. 주일날 오리라고 마음 먹었기 때문이다.
여기 '기둥의 성모성당'은 아름다운 성당으로 꼽혀지는 곳이다. 크고 웅장하지도, 화려하지도 않은 소박한 성당인데 그래서 역설적으로 오히려 아름답다는 느낌이 드는 성당이다.
본당 내부도 소박하기 그지없다. 좌석도 얼마 안 된다. '마리아 수도회'인 만큼 정중앙에 모셔진 마리아상은 보기에 일반적인 마리아상과는 달리 좀 난해한 모습인데, 멀리서 봐서 그런지, 아니면 내가 눈이 나빠 그런지 형상도 잘 안 보인다. 형상의 의미를 좀 더 알아봐야겠다. 그 아래 예수 십자가상도 갸날프기 짝이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초라하다. 성당 앞 마리아 상도 그렇다. 조형미가 좀 투박스럽다. 하지만 그래서 그런지 마음이 편해진다. 낮은 곳으로 임하시는 예수와 마리아가 떠올려져서 그런가.
성당의 앞 모습도 아름답지만, 나로서는 그보다 성당의 뒷 부분에 마음이 기운다. 육중함이 느껴지는 석재 타일로 흡사 성체 같은 모습으로 마감한 조형미가 신비감마저 던져준다. 강렬한 햇볕 속에 십자가와 '마리아 수도회'의 엠블렘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모습이다.
여기서 나의 집까지는 걸어서 20분 거리다. 지난 4개월여 간을 집 뒤 논길, 그러니까 나 스스로 '마리안 로드'로 명명한 새벽 산책길에서 빤히 쳐다보여지던 성당이다. 그 성당을 오늘 찾았다. 나에게는 의미가 있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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