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가톨릭 신앙이 그림으로 표현되는 '가톨릭 聖畵' 보는 재미에 빠져있다. 가톨릭 성화는 일반 기독교의 그것과 좀 다르다. 예수는 물론 개신교나 가톨릭 성화의 중심에 있는 분이지만, 가톨릭 성화는 예수의 어머니인 성모 마리아가 많이 등장하는 한편으로 아기예수와 함께 그려진 그림이 그 핵심이라는 게 개신교의 그것과 차이가 있는 것이다. 그 이유는 잘 알려진 것처럼 개신교에서는 가톨릭과 달리 성모 마리아를 신앙적 차원에서 숭배와 공경의 대상으로 여기지 않고있기 때문이다.
가톨릭 성화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다. 개인적으로 묵주기도를 바치고 있는 것도 하나의 계기가 될 것이지만, 그와 더불어 우연한 기회에 마리아를 표현한 아주 독특하고 아름다운 성화를 접한 것도 그 한 빌미가 될 것이다. 기억이 좀 분명하지는 않지만, 그 성화를 만난 것은 페이스북을 통한 것이 아니었는가 싶다.
어느 날 페이스북에 어떤 분이 눈길을 끌게하는 성화를 올렸다. 아름다우면서 독특했다. 그림을 올린 분도 그 독특성을 설명하고 있었는데, 그 이유는 그 성화의 내용이 성모 마리아가 아기예수를 포대기에 감싸 업고있는 그림이었기 때문이다. 성모 마리아와 아기예수가 함께 나오는 가톨릭 성화는 대부분, 마리아가 아기예수를 안거나 품에 보듬고있는 형상의 그림이다. 그런데 그 성화는 마리아가 아기예수를 업고있는 모습이었기에, 가톨릭 신앙에 좀 관심이 있는 분들의 시선을 끌만한 성화였다.
이 성화는 두 개가 있는데, 그림의 제목도 두 개로 나와있다. 하나는 'Mary's Mantle,' 그러니까 '성모 마리아의 망토'이고 또 다른 하나는 'Andes Virgin & Child'로, '안데스의 마리아와 아기예수'라는 제목이다.
나로서는 독특하게 그려진 그 성화의 내용과 저렇게 그린 그 배경이 궁금해졌다. 그걸 알기 위해선 우선 성화를 그린 작가가 누구인지를 알아보려 했다. 금방 찾아졌다. 내가 찾은 게 아니고 내 블로그 구독자 한 분이 구글 검색을 통해 알려왔던 것이다. 작가는 아르테미오 코안퀴(Artemio Coanqui)라는 화가였다. 그 분을 찾아나섰다.
쿠스코(Cuzco)에 거주하고 있는 페루출신의 화가라는 것을 금방 찾아낼 수 있었다. 구글에 그의 그림들이 올려져 있었다. 예상했던대로 가톨릭 성화가 대부분이다. 그러니까 코안퀴는 가톨릭 성화 전문의 페루 화가로서 현재 쿠스코에서 왕성한 작품활동을 하고있는 현역 화가인 것이다. 코안퀴는 페이스북 계정을 갖고 있었다. 내가 친구 신청을 했고, 그와 나는 페이스북 친구가 됐다. 그 전에 나는 코안퀴의 그 성화에 관한 얘기를 페이스북과 블로그에 올렸다. 코안퀴는 페이스북에 올려진 내 포스팅을 공유했다.
코안퀴의 대표작으로 꼽혀지는 저 두 성화는 닮은 꼴의 그림이다. 저 그림들이 나타내는 내용 중 하나의 중요한 포인트가 있다. 제목이 '성모 마리아의 망토(Mary's Mantle)'인 것처럼 마리아의 망토에 관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알려지기로는 마리아의 망토는 마리아가 머리를 가리기 위해 쓰고있는 베일로 인식돼 왔다. 그런데 저 성화에서 망토는 베일과 아기예수를 싸고있는 포대와 합일체로 그려져 있다. 그러니까 예수가 태어나던 그 시기에는 망토라는 게 저렇다는 것인데, 그걸 우리는 그냥 베일 정도로만 알고있었던 것이다. 이를 코안퀴는 잘 알고 있었다는 것이고, 그림의 제목을 그래서 '성모 마리아의 망토'라고 달았던 게 아닌가 싶다.
코안퀴의, 마리아가 아기예수를 업고있는 가톨릭 성화가 독특한 것은 그림의 내용도 물론 그렇지만, 그려진 마리아와 아기예수의 얼굴이나 표정, 그리고 복장이라든가 배경, 그리고 특히 채색감에서 무언가 모르게 페루 특유의 토속성이 물씬 느껴진다는 점이다. '안데스 마리아와 아기예수(Andes Virgin & Child)'라는 그림 제목에서 보듯, 페루인들이 영산(靈山)으로 여기는 안데스를 마리아와 아기예수와 연결시키고 있는 점에서도 그게 강조되는 느낌을 받는다. 좀 더 찾아보았더니, 가톨릭 신앙을 중히 여기는 페루 쿠스코에는 페루 전통의 가톨릭 성화를 그리는 기법이 있다는 것. 그게 '쿠스코의 옛 세계 스타일(Cuzco Old World Style)'이라는 것인데, 이런 전통화법을 가르치는 미술학교(Cuzco School of Painting)도 쿠스코에 있다.
이런 가톨릭 성화를 그리고 있는 코안퀴의 국제적인 명성은 그렇게 크게 높지는 않은 편이다. 그가 가톨릭 성화 외에 다른 일반적인 그림도 그리는 화가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가 최근에 바꾼 페이스북 프로필 사진은 그가 그린 작품인 것 같은데 성화가 아닌 일반적인 유화이다. 이런 호기심에 그가 그린 일반적인 그림은 찾아보았으나 보기가 쉽지 않다. 인사는 나눈 처지이니 차츰 교분을 쌓아가면서 좀 더 알아봐야겠다.
아래는 코안퀴의 또 다른 가톨릭 성화 작품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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