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질없이 나이만 먹어가며 생기는 이상한 증상이 여럿이다.
당연히 그럴 것이다. 입맛도 그 중의 하나다. 그에 관해 얘기하자면 이렇다.
도무지 그동안 주-욱 내가 갖고있던 그것이 아닌 것이다. 뭘 먹어도 그렇다.
아내가 내 좋아한다고 싱싱한 산더덕을 무쳐 놓았는데도, 강원도 땅 그 질팍하고
짙은 향을 못 느낀 채 그저 사각사각 씹히는 맛으로만 먹고있을 따름이다.
어제 원당시장엘 갔더니 싱싱한 갈치가 눈에 띄었다.
옳지, 저 놈이면 내 입맛을 돌아오게 할 것이다.
오늘 아침에 아내가 구워 밥상에 놓은 갈치를 상당한 기대감을 갖고 한 점 저며 입에 넣었다.
내 그럴 줄 알았다. 예전의 그 맛이 없다. 그저 짭쪼롬할 뿐이다.
하지만 그래도 하찮은 내 입맛엔 갈치구이가 기중 나았다.
저녁답에 막걸리 '혼술' 한잔하고 있다. 더덕이며 갈치, 오이소배기 무친 것들로 안주를 삼고있다.
아침에 갈치 맛을 본 탓에 그래도 갈치에 젓가락이 제일 먼저 간다.
한 잔 들이키고 갈치를 한 점 먹어봤다. 짭쪼롬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앞섰다.
우물거리며 가시를 발라가며 씹는데, 어라, 옛 그 갈치 맛이 살아나는 듯 했다.
이거 이상하다 하면서도 결국 갈치 그 한 가지로 거의 안주를 삼았다.
맛 있다. 바다풍의 들큼하면서 고소한 그 맛이 입을 채우는 것이다.
가시 사이사이까지 저며가며 알뜰하고 야무지게 두 토막 다 먹었다.
늘그막의 내 입맛이라는 게 어떤 것인를 어느 정도는 알겠다.
뭔가 곁에서 채워주는 게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게 뭘까.
다들 잘 아실 것이기에 더 이상 언급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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