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의 품 속이다.
한계령에서 중청봉(中靑峰) 가는 길.
끝청을 지난 어디 쯤일 것이다.
대청이 손에 잡힐 듯 하지만,
아직도 올라야 할 저만치 남은 산길.
이 무렵이면 지친다.
흐느적거리는 발걸음,
턱에 차오르는 가쁜 숨.
지친 발걸음을 잠시 멈추고 멀리 하늘을 본다.
대청봉 하늘에 보름달이 걸렸다.
해걸음 무렵이지만 아직도 청명한 가을 하늘,
그 하늘에 높이 뜬 보름달.
둥근 달이 손짓을 한다.
얼마 남지 않았다. 빨리 오세요.
산길 발걸음을 다시 추스리자.
우리들이 오늘 머물 곳은 중청이다.
대청을 넘어 조금만 더 가자.
그 품에 안길 것이니.
(2010.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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