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왔으나, 도무지 가을답지 아니하다.
나라가 역병과 허덕이는 民心 탓이라 그런가.
그래도 모두들의 마음에는 가을이 가득할 것이다.
마음에 가을을 담는 秋心으로나마 위안으로 삼을 것인가.
茶山 정약용 선생이 젊은 시절,
어느 해 맞는 가을은 가슴앓이의 그것이다.
객지 한양에서 고향을 그리워하는 가슴앓이의 가을이다.
鄕愁의 행간에 풀어내는 가을날의 서정이
손가락으로 맑은 옥수를 튕기는 것 같다.
가슴앓이의 秋心으로 가을날 秋日의 회한을 시에 담아
풀어내고 있으니 이름하여 '秋日書懷'다.
吾家東指水雲鄕 細憶秋來樂事長
오가동지수운향 세억추래 낙사장
風度栗園朱科落 月臨漁港紫螯香
풍도율원주과락 월임어항자오향
乍行籬塢皆詩料 不備銀錢有酒觴
사행이오개시료 불비은전 유주상
旅泊經年歸不得 每逢書札暗魂傷
여박경년귀부득 매봉서찰 암혼상
(내 고향 동쪽은 수운향이라
생각하니 가을이면 즐거운 일 많았어랴
밤밭에 바람 불면 붉은 열매 떨어지고
개여울에 달이 뜨면 붉은 게 향기롭네
촌길 잠시 걷는 새도 모두가 詩의 소재
구태여 돈 들여 술 마실 필요 없네
객지생활 여러 해에 돌아가지 못하고
고향편지 올 때마다 남몰래 가슴 앓네)
(송재소 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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