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해 3월의 봄날, 해운동 연구실에서 꾸벅꾸벅 졸고있는 석태 형을 꼬드겨 고향 마산의 봄길을 걷자고 나섰습니다.
산복도로를 걸어 교방동 서원골 초입까지에 다다라 서원골로 올라갈 것인가를 망설이고 있는데,
석태 형의 발길은 자꾸 아래 선창가 쪽으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따뜻한 남도의 봄날은 걷기에 좀 더웠습니다.
해장 막걸리 한 사발 하로 가자. 간 밤의 진한 술로 목이 말랐던지, 아니면 해장술이 당겼었던지 석태 형은 이미 선창 쪽으로 향하는 월남다리 아래에 있는, 된장 잘 하는 식당을 염두에 두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된장 잘 하는 그 집은 점심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습니다. 앉을 자리가 없었지요.
그 아래 주점은 한산해 보였습니다. 그 집으로 들어 갔습니다.
이미 여럿이들 앉아 막걸리를 마시고 있는데, 어라, 석태 형 동기분들이었습니다.
이미 그 전날 저녁답에 오동동 술집에서 본 면면들이었지요. 좀 머쓱했습니다만, 자리를 잡고 앉았습니다.
막걸리를 주문하고 앉았는데, 선배들이 자기들 술 한 잔하라고 권했습니다.
두어 잔 얻어 마셨습니다. 석태 형도 얻어 마셨습니다.
우리 술상이 차려지고 있을 때 선배들이 말했습니다. 그 뭐 따로 마실 필요 있나, 고마 같이 합석하자.
그 제의에 석태 형은 그러고 싶어하는 표정이 역력했습니다.
친구들에게 가고지비, 그리하여 같이 먹고지비하는 그 표정이 재미있었습니다.
그 순간을 포착해 찍은 사진입니다. 그 다음은 두말 할 필요가 없겠지요.
같이들 앉아 따땃한 봄날의 낮술을 한참동안 노닥거리며 즐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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