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안 있으면 아버지 44주기다.
이즈음이면 나도 모르게 불현듯 떠올려지는 구절이 있다.
"步步一體 生獨路"
나 혼자 만들어 읊조리는 구절이다.
뜻은 이렇게 붙인다.
'걸음걸음이 한 몸 되어 살아서(산듯이) 홀로 가는 길'
아버지를 44년 전 원불교장으로 치렀다.
나는 아버지가 생전에 원불교에 심취해있는 줄 몰랐고 그랬기에 그대로 따랐다.
3일장 밤낮을 통해 원불교스님들이 읊조리던 주문을 나는 그렇게 들었고 그게 귀에 박혀버린 것이다.
나는 내 나름의 그 구절이 49일 아버지 홀로 가시는 저승길의 광경으로 여기고 그 구절에 매달렸다.
8년 전에야 그 구절을 내가 잘못알고 있다는 것을 한 후배가 알려줘 알았다.
8년 전 이맘 때도 나는 저 구절로 아버지를 여기 내 블로그에서 추모하는 글을 후배가 본 것이다.
그러니까 내가 읊조리던 그 구절은 원불교 한 경전인 '성주(聖呪)'의 부분들이었던 것인데,
그것도 보보일체와 생독로가 이어지는 글이 아니라 따로 독립적으로 분리된 의미의 것이었다.
생독로도 그게 아니고 상독로였다. '聖呪'는 원불교 3대 경전 중의 하나로, 그 내용은 이렇다.
"永天永地永保長生(영천영지영보장생)
萬世滅度常獨露(만세멸도상독로)
去來覺道無窮花(거래각도무궁화)
步步一切大聖經(보보일체대성경)"
(생멸이 없는 천지와 더불어 영원히 생을 보전하고,
만 세상에 열반을 얻어 항상 홀로 드러나며,
세세생생 거래 간에 대도를 정각하여 무궁한 꽃을 피우고,
걸음걸음 모두가 대 성현의 경전이 될 지어다)
그러니까 나는 상독로를 생독로로 잘못 들었다.
나는 ‘살아서 홀로 가는 길’의 생독로(生獨路)이고, 원전은 ‘항상 홀로 드러낸다’는 뜻의
상독로(常獨露)이나, 나는 49일의 그 길을 이승에서 살아있는 것처럼 홀로 가는 것에
너무 치중하다보니 그렇게 내 생각가는대로 듣고 풀이한 것이다.
보보일체는 그대로 잘 들은 것이다. 다만 ‘체’의 한자가 다를 뿐인데,
두 부분을 합쳐보면 그 뜻은 상통하는 바가 있다는 생각이다.
원전을 알았으니 그것에 따라 써야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할 생각은 별로 내키지 않는다.
그것은 그것대로 받아들일 것이지만, 내 아버지를 위한 나의 구절은 항상 그것이었는데,
이제 와서 그것을 버릴 수야 없지 않겠는가.
아버지 돌아가시기 2년 전의 모습. 경기도 파주 광탄에서 군 복무 중이던 나를 면회오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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