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의 야성을 생각할 때 가장 먼저 떠 올려지는 건 반달곰이다.
지리산을 누비던 야생 반달곰이 사라진지는 오래 전이다. 지리산의 야성이 망가져 버렸기 때문이다.
그 야성을 망친 건 인간들인데, 이제 와서 다시 그 야성을 살리느니 어쩌니 하는 건 하나의 아이러니다.
어쨌건 반달곰은 이제 와서 지리산의 하나의 로망이 됐고,
우리 인간들은 반달곰을 그 지리산에 복원하느라 온갖 정성을 다 하고 있다.
그 정성이 통했든지, 이제는 지리산에서 심심찮게 반달곰이 목격되기도 한다.
물론 옛날의 그 야생 반달곰은 아니고 인간의 노력으로 복원시킨 일종의 세마이(semi)적인 것이다.
하지만 반달곰의 개체임에는 틀림없다.
이번 3박 4일간의 지리산 종주길에서도 우리들은 '입'으로 반달곰을 몰고 다녔다.
일행 중 몇몇은 2013년 여름 종주 때 반달곰과 조우한 적이 있기 때문에 기세가 등등했다.
흡사 그들이 부르면 반달곰이 나타날 것 처럼.
그들은 선비샘 인근에서 휴식을 취하다가 반달곰과 조우했다고 한다.
한 친구는 그 때의 기억을 환상처럼 떠 올린다. "육중한 일본 스모 씨름선수 처럼 어기적 거리며 나오는데..."
우리들은 3일간을 지리산 능선상에 있었으나, 반달곰을 만나지는 못했다.
분비물 같은 것은 수 차례 목격할 수는 있었는데 그래서 더 아쉬웠다. 그런데, 놀랄 일이 생겨났다.
형제봉 인근에서 쉬고 있는데, 그 암장 어디선가 반달곰이 모습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었다.
물론 이것은 종주를 끝낸 후에 발견한 것이다. 형제봉 그 암장 사진을 찍었는데,
그 사진 중의 한 바위가 반달곰의 모습으로 나타난 것이다.
그래서 이런 결론을 내려도 무방하다고 본다.
"우리들은 지리산에서 반달곰을 보았다!"
(2017.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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