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可人山'은 어디에 있는 山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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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可人山'은 어디에 있는 山일까

by stingo 2021. 10. 7.

"가인산 저문 날을 밤 기다려 섰습니다.

이 밤이 스무날 달이구려 이즐도록 아까와서.

​우수수 지는 잎이 어깨를 때립니다.

이 후엔 가을 나무 아래 아니 서려 합니다.

​눈 감고 막대 짚고 언덕 아래 섰노라니

모래알 흐르는 소리 간지는듯 좋습니다.

​풀 속에 산토끼들 공연히 놀다 뛰는구려.

솔방울 떨어지는 소리밖에 아무것도 없는 빈 산인데.

​가인산 깊은 밤에 달이 이제야 오릅니다.

새도록 그림자 데리고 이 밤을 즐기고 싶습니다."

('가인산(可人山)' 전문)

 

재작년 국회도서관에서 어떤 책자를 뒤적거리다 발견한 노산(鷺山) 이은상 선생의

시조 입니다, 다시 한번 음미해보니 그 느낌이 딱 초가을 이 계절에 어울립니다.

 

'가인산(可人山)'이라는 제목의 시조인데, 이 글이 가슴에 와 닿고 흥미로운 것은

글도 좋지만, 한편으로 노산 선생 글을 좀 섭렵했다고 자부하는 저 자신조차

처음 대하는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노산 선생의 이 시조는 선생이 생전에 시도했던,

중장을 생략한 양장시조의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 선생은 생전에 시조와 관련해

"시조와 같은 단형(短形)의 시가(詩歌)는 짧은 두어 마디의 말 가운데

인정의 기미를 건드리고 끝나야 한다"고 했는데,

'가인산' 이 시조에서 선생의 시조에 대한 한 전형을 보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저로서는 미스터리한 게 선생의 다른 여타 시조작품들과는 달리

詩作 연도라든가 쓰여진 배경, 출처 등에 관해 알려진 게 없습니다.

재작년 이 시조를 처음 접한 이래 이 시조의 출처에 관해 나름 알아보았습니다만,

아직도 모르는 상태입니다. 그 가운데서도 특히 시조제목인 '가인산'이 도대체 어디에 있는 산인지

조차도 아직 모르고 있습니다. 그런 것으로 보아 '가인산'은 현실세계에 존재하지 않는

노산 선생이 꿈꾸던 어떤 이상향의 산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노산 선생에 관해 생존해 계시는 최고의 전문가로 시조시인 김교한(94)선생이 계십니다.

아흔을 넘긴 연세에도 마산에서 여전히 노산 선생을 흠모하고 받들며

노산 선생 시 연구를 평생의 업으로 삼고 계신 분이지요.

김교한 선생이 편저를 맡아 지난 2012년에 펴낸 '가고파'라는 책자에

노산 선생의 시조가 집대성 돼 있습니다.

그런데 이 책에도 '가인산'은 게재되지 않은 것을 확인했습니다.

마산 출신인 노산 선생은 친일, 독재비호 등의 프레임에 씌워져

마산에서 올바른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김교한 선생은 그 것을 몹씨 안타까워 하며

거의 홀로 노산 선생 평가와 추모에 앞장을 서고 계십니다.

노산 선생이 올바른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연히 '가인산' 이 시조를 대하면서 노산 선생이 손짓을 보내오고 있는 느낌이 듭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可人山'은 어느 지역에 있는 산 이름 같은데, 검색을 해 봐도 나오질 않습니다.

마찬가지로 노산 선생의 이 시 또한 詩作 연도라든지 출처에 관해 나오는 게 없습니다.

김교한 선생은 아시고 계실 것이라는 추측으로, 선생에게 물어볼 생각을 했습니다만,

여즉 그럴 기회를 갖지 못했습니다.

그러니 아직도 노산 선생의 '가인산' 이 시조는 선생의 정서적 풍미만 함뿍 느끼게 할 뿐

이 글이 쓰여진 시기나 배경 등에 관해서는 여전히 알 수가 없습니다.

김교한(94) 선생

 

김교한 선생은 제 고등학교 후배의 부친이기도 합니다.

선생의 새로운 시조집이 마산에서 출간됐다는 소식을 접한지 꽤 오래됐습니다.

선생의 새로운 작품을 기대하고 있었는데,

금명간 마산에 내려가 선생께 인사도 드리고 그 책을 구해봐야 하겠습니다.

아래 사진은 지난 1969년 마산여고에서 특강을 마치고 나오는 노산 선생과

김교한 선생(왼쪽 끝)의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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