퓰리처와 노벨문학상을 수상했으니 대문호라 할만하다.
어네스트 헤밍웨이(1899-1961)가 그렇다.
작가, 모험가, 저널리스트, 군인 등 다양한 삶을 살아간 헤밍웨이였지만,
그의 일생을 관통하는 핵심적인 일꺼리는 글쓰기였을 것이다.
하지만 대문호에다 평생을 글로써 먹고살다 간 그런 헤밍웨이도 글쓰기에 있어서는
항상 갈등과 스트레스가 많았던 것 같다.
그런 점에서랄까, 헤밍웨이가 남긴 글쓰기에 관한 이런 저런 소회의 글과 경구들이
많이 전해지고 있는데, 나로서는 다음과 같이 남긴 글이 인상적이다.
이 글을 보면서 헤밍웨이는 글쓰기에 있어 자신을 짓밟아 물고 늘어지는
다소 자학적인 습성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갖게 한다는 점에서다.
글을 더 잘 써야겠다는 과도한 욕구의 한 표현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게 생각대로 잘 안 되니 결국은 평생을 따라다닌 sole obsession일 수도 있겠고.
"좀 심각하게 글을 쓰려면 더더욱 아파해야 한다.
하지만 당신이 빌어먹을 상처를 입었을 지언정
그래도 그것을 (글쓰기에) 사용하라. 그 상처 앞에서
솔직해져라. 과학자처럼 그 앞에서 충실하라.
(You especially have to hurt like hell before you can write seriously. But when you get the damned hurt use it - don’t cheat with it. Be as faithful to it as a scientist.)"
이런 말도 남겼다.
"글을 쓰는 건 별것 없다.
그저 타자기 앞에 앉아 피를 흘리는 것 뿐이다.
(There is nothing to writing. All you do is sit down at a typewriter and bleed.)"
헤밍웨이를 다룬 영화 한편이 생각난다.
헤밍웨이가 써지지 않는, 그리하여 글을 제대로 쓸 수 없는 고통과 자기 번민에 빠져있을 때,
쿠바 아바나에서 만나 알게된 젊은 기자 에드 마이어스(Ed Myers)와 주고받는
글쓰기에 관한 이야기들.
헤밍웨이가 자기보다 훨씬 아래인 마이어스 기자와 급속도로 가까워진 계기는
바로 글쓰기에 관한 둘 간의 동병상련이 아니었던가 싶다.
영화제목이 아마 '쿠바에서의 헤밍웨이(Hemingway in Cuba)'였지 아마...
찾아 보았더니 2015년의 영화다. 그리고 제목 앞에 'PaPa'가 들어가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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