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茶山)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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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review

<다산(茶山)을 찾아서>

by stingo 2022. 1. 22.

흠모하는 다산 정약용 선생에 관한 책을 접하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다산을 찾아서>.
다산에 관한 책을 좀 읽었다고 자부하는 나로서는 처음 대하는 책이다.
‘다산 사상을 찾아 떠나는 원로학자의 역사 탐색’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지금은 고인이 되신 고승제 박사가 1995년에 쓴 것으로,
중앙일보에 연재되던 것을 묶어 간행한 책이라고 소개되고 있다.

얼마 읽지 않았는데, 첫 장부터 흥미를 끈다.
다산의 일생 중 부친을 포함해 가족들의 얘기에 관한 얘기가 첫 장으로,
아버지 정재원(丁載遠)에 관한 내용부터 시작하면서 다산의 인간적 성숙함과
깊은 학문적 배경이 그 아버지 정재원으로부터 유래하고 있음을 전하고 있다.
다산의 부친 정재원에 관한 얘기가 전해져오기는 하지만,
어느 책에서건 私的인 측면에서 그리 세세하고 구체적으로 쓰여진 걸 본 적은 없으니
이 책에서 대하는 다산의 아버지 정재원에 관한 내용이 읽는 재미가 있다.

다산은 아버지 정재원이 1762년 생원님에 합격한 이래 예천군수를
그만 둘 때까지 직접 아버지를 봉양한 일이 없다. 아버지가 부임하는 곳에
가족을 데리고 가는 일이 없던 관례 때문이다. 따라서 효성이 지극한 다산으로서는
그게 못내 가슴 아파했던 것 같다.
다산의 그런 심정은 다산이 19세 때 예천에서 아버지를 모시고
향리인 초천(苕川: 소내)에 돌아와 지은 ‘배가군환초천(陪家君還苕川)’이라는 시에 잘 나타나있다.


“봄바람 천지에 가득하여
살랑살랑 사람의 옷깃에 부네
이제 향리에 돌아오셨으니
어찌 다시 시비가 있으리오
남새밭과 밭 두어 이랑 있는데
흙은 부드러워 채소 과일이 잘 되기에
어육의 맛있는 반찬 비록 갖출 수 없지만
우리의 주린 배 채우기 충분하누나
힘써 닭과 돼지를 길러서
왕정에 어긋나기에 없게 하리라
기꺼이 천륜을 즐겁게 하리니
이일은 진실로 드물었던 일이었네”


다산이 1801년 신유박해 때 화를 입어 장기로 유배가면서
아버지와 어머니에 대한 불효의 심정을 글로 읊은 ‘하담별(荷潭別)’은
부모자식 간의 끈끈한 혈육의 정을 느끼게 한다.


“아버님 아십니까 모르십니까
어머님 아십니까 모르십니까
우리 가문 갑자기 뒤집혀져
형제가 일사이적 되었어요
내 목숨 겨우 부지했지만
육신은 슬프게도 이지러졌어요
아들을 낳으시고 부모님 기뻐하셨고
기르실 때 품안에서 안으시고 정성 다하셨어요
천륜의 공 갚으라 말씀하셨지
어찌 유배죄인 되랴 생각하셨겠어요
세상 사람들에게 바라는 바는
다시는 아들 낳았다 기뻐하지 말라”


다산은 아버지 정재원을 ‘성덕군자(덕이 매우 높은 사람’로 받들어 모시면서,
아버지의 성정을 세 가지로 기렸다고 한다.
첫째는 아버지가 겉과 속이 다른 이중성격을 아주 싫어했다는 것이고,
둘째는 아버지가 다른 사람들의 부인을 이러쿵 저러쿵 비판하는 것을 몹시 싫어했다는 것,
그리고 세째는 아버지가 주대(임금에 대답하여 아룀)가 상세하고 분명했으며,
행동거지가 단아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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