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ndscape18 종로 '송현(松峴)'의 모습이 변했다 가끔씩 서울을 나갈 때마다 지나게 되는 종로의 '송현(松峴; 솔고개)'이 그 모습을 바꾸었다. 그러니 그야말로 이곳의 그라운드 라인이 바뀐 상전벽해의 모습이다. 그렇게 됐다는 소식은 이미 들었다. 그러다 어제 나가보니 정말 그렇게 되어 있었다. 안국역 6번 출구로 나가 인사동으로 접어들 적에 늘 답답하게 보여지던, 꽉 막힌 느낌의 철옹성 같았던 미대사 관저가 확 날아갔고, 그 자리에 널찍하고 아름다운 꽃밭이 산뜻하게 자리잡은 것이다. 몇년 전인가, 여기 인근에 많은 땅을 갖고있는 모 재벌에서 이 부근에 호텔을 짓겠다고 해 사람들이 연명으로 반대서명을 벌이던 기억이 남아있는데 아무튼 비로소 서울시민의 품으로 돌아온 것이니 여간 반길 일이 아닐 수 없다. 송현은 아주 오랜 땅이다. 조선 초 이미 '송현동'이.. 2022. 10. 27. 지리산의 꽃들 이번 지리산 산행에서 하나 아쉬웠던 건, 꽃들 보기가 쉽지않았다는 점이다. 지리산은 주지하다시피 각종 야생화들의 천국이다. 특히 이즈음 세석평전은 奇花奇草의 초여름 야생화들로 현기증이 날 지경인데, 물론 우중에다 강풍의 고르지 않은 날씨였기에 활짝 핀 꽃들을 크게 기대하지는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꽃들이 너무 빈약했다. 그런 가운데서도 그나마 가장 눈에 많이 띄는 건 산목련이다. 함박꽃이라고도 부르는 산목련은 특히 노고단을 지나 반야봉 인근에 드문드문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리고 붉은병꽃들도 이따금 씩 보였는데, 활짝 꽃을 피운 건 그리 흔치 않았다. 함박꽃과 붉은 병꽃을 접하면 한 사람이 떠올려진다. 지리산을 함께 많이 다녔던 친구, 故 이주흥 변호사다. 이 친구는 어느 해 여름 산행에서 평.. 2022. 6. 10. 북한산 속의 관악산 오늘 북한산. 매서운 추위가 정오 쯤부터 풀어지면서 흐린 날씨 속의 회색 빛 풍광이 좋았다. 포금정사지로 올라가는 어느 지점에선가 머얼리 관악산이 눈에 들어왔다. 저 산 아래 과천 삐알에서 십여년을 살면서 오르내린 관악산이라, 산을 오르내리는 내내 내 시야에 어른거렸다. 2022. 1. 15. 일산 대화천(大化川) 고양 일산지역에 산지 근 30년이 다 돼 가지만, 아직도 못 가본 곳이 많다. 넓디 넓은 고양 땅을 아직 잘 모른다는 얘기다. 나는 지금 살고있는 능곡과 그 이전 살았던 후곡마을을 제하고는 고양 지리를 잘 모른다. 기껏 나가서 간다고 해 봐야 호수공원이나 고봉산 정도다. 고양 일산 지리에 어둡다는 건, 일단 대화 역 그 너머의, 그러니까 서구지역은 그야말로 나에겐 미지의 땅이라는 말과 통한다. 대화 역 너머는 여즉껏 한번도 가보지 않았다는 말이다. 그곳에 킨텍스도 있고, 고양종합운동장 등도 있는데 말이다. 이번에 '고양시니어클럽' 쪽 일을 하면서 의외로 고양 일산지역의 여러 곳을 많이 알게됐다. 내가 살고있는 능곡 인근의 대장천(大壯川)도 알게됐고, 대장천의 자연습지도 그 덕에 많이 가봤다. 그저께는.. 2021. 11. 24. 제주 4題(4) - 술, 에피소드 산행을 중점으로 한 우리들 여행의 첫과 끝은 술이었다. 최소한 얼마 전까지는 그랬다. 그러나 지금은 달라졌다. 당연히 나이 탓일 것이다. 예전의 경우 산이 있는 목적지에 도착한 그 날 밤에는 당연히 술이 따랐다. 그리고 그 다음 날, 작취미성으로 산을 오르는 게 허다했다. 한라산을 오르기로 제주도를 가면서 친구들 각자의 어떤 결심(?) 같은 게 있었을 것인데, 그 중 하나는 당연히 禁酒였을 것이다. 하기야 비단 여행 뿐만 아니라 이즈음 술 마시지 않는 친구들이 많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더라도 양과 관계없이 여행 길에 술이 빠질 수는 없을 것이다. 점심 먹으러 서귀포 이탈리안 레스트랑인 '젠 하이드어웨이'에 갔을 때 잠시 술 문제로 수근들 거렸다. 파스타와 피짜에 와인을 마시느냐, 생맥주를 마시느냐. 결국.. 2021. 11. 7. 제주 4題(3) - 송악산 올레길 제주도를 가는 목적이 다양하고 여럿일 수 있겠지만, 대개의 경우는 한라산 등반일 것이다. 우리들도 물론 그랬다. 그러니 한라산 등반 외의 다른 일정은 소소한, 그리고 끼워넣기에 불과하다할 것이다. 그런데 그런 일정이 예상 외의 재미와 가치를 발할 수 있다는 걸 이번 제주 여행에서 알았다. 제주에 송악산이 있다는 걸 이번에 처음 알았다. 나 뿐 아니라 우리 일행 모두가 그랬다. 일정을 짠 친구는 물론 알고있었을 것인데, 아무튼 그 친구에게 감사를 드리고 싶을 정도로 좋은 산이었다. 송악산은 산이다. 높은 산은 아니다. 물론 한라산과는 비교도 안 된다. 하지만 산이기에 송악산이라는 이름이 붙여졌을 것인데, 이번에 가서 느낀 건 산이라기 보다는 걷기에 산길과 전망이 아주 좋은, 제주 특유의 오름같은 산이었다... 2021. 11. 6. 이전 1 2 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