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ndscape18 제주 4題(2) - 漢拏山 백록담 등정 결과적으로 한라산 백록담 등정을 마치고 내려온 지금 생각을 해보면 무리였다는 걸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애시당초 우리들이 백록담을 오르기로, 그것도 가장 힘들다는 성판악을 기점으로 한 산행을 계획한 것부터가 그랬다. 70줄 나이들의 우리들이 왜 그런 무모한 계획을 세웠던 것일까. 여기에는 뭔가 이성적으로 엮여져야 하는 서로들의 생각이 다소 감정적이었던 것임을 인정해야 한다. ‘버킷 리스트’라는 말이 나왔다. 죽기 전에 반드시 이루어야 할 일들 중의 하나로 백록담 등정을 꼽느니 마느니 하는 말들이 나오면서 좀 더 합리적이고 이성적으로 생각해야 할 부분이 빠져버린 것이다. 좀 장황해졌지만, 이 말을 우선 꺼낸 것은 그만큼 우리들의 한라산 백록담 등정이 힘들었다는 것이다. 하여튼 우리들은 새벽부터 성판악을 .. 2021. 11. 5. 아차산(阿且山) 산행 시작은 미미했으나, 끝은 張大했다. 어제 아차산 산행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이렇다. 그 인근에 사는 두 친구의 초청으로 아차산 역에 도착할 때까지만 해도, 그저 동네 앞산 정도 오르는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평탄한 산길을 오르면서 느낌이 바뀌었다. 산길이 완만하고 부드러운 게 걷기에 아주 좋은 산이라는 것. 특히 조망이 좋았다. 오르면서 만나는 몇몇 망루에서 바라다보는 서울의 풍경이 좋았다. 특히 롯데타워를 배경으로 한 푸른 하늘의 서울은 참으로 아름답고 거대하면서 서울이 왜 서울인가를 느끼게 했다. 그리고 산등성이에 구축되고 조성된 옛 삼국시대의 堡壘들에서는 그 시절 병사들의 함성이 들려오는 것 같았다. 우리들은 산 정상 부근에서 하 교수가 준비해온 먹거리들로 요기.. 2021. 9. 25. 한 여름의 끝, 새벽 '大壯川 자연습지' 오늘 새벽 동네 대장천 자연습지. 서늘한 날씨다. 그렇게 기승을 부리던 더위는 이른 아침부터 한층 그 기세가 꺾여가는 형국이랄까, 그런 느낌이다. 사람들의 발걸음이 가볍고 경쾌하다. 걸음들이 보기에 조잘거린달까, 흡사 가을을 보채는 응석같으다. 하지만 해는 여전히 여름의 그 것이다. 뜨겁고 벌겋게 떠 오르는 게, 여름의 끝자락이나마 그 기세를 한낮에 몰아붙일 듯한 모습이다. 새벽 산책 7km. 많이 걸었다. 2021. 8. 15. 暴炎, 일산 호수공원 일산 호수공원, 아침부터 더위가 가득하다. 메타쉐콰이어 길은 그래도 좀 났다. 그 길을 숨어 걷듯 하면서 왕복 두 차례. 그리고 도보길로 다시 나서니 숨이 턱턱 막힌다. 연꽃도 아직 피지를 않았는지, 아니면 더위를 타는지(?), 납짝 업드렸다. 수면 위로 내민 꽃들이 거의 없다. 붉은 배롱나무 꽃도 더위에 더 발개진 게 지친 모습이다. 모든 것들이 덥다, 덥다며 땀을 찔찔 흘리며 돌아 앉았다. 사람들은 다리 아래 넓직한 그늘에 옹기종기 모여 앉았다. 2021. 8. 1. 大壯川 자연습지 가는 길 오늘 이른 아침, 대장천 자연습지 가는 길. 이 길로 시작한다. 멀리 '마리아수도회 성당'이 보인다. 지난 해 4월부터 내가 '마리안 로드(Marian Road)'로 명명해 놓고 걷던 나의 기도길이다. 저 길을 오가며 많은 기도를 바쳤다. 내 자그마한 신앙의 한 증거 길이기도 하다. 나 말고도 사람들이 이 길을 성당을 보며 묵주기도를 바치며 걸었던 흔적들이 더러 보인다. 언젠가 비 오는 날, 이 길에서 묵주를 주운 적이 있다. 그 묵주를 떨어뜨린 주인이 찾아가길 바라며 길 한편에 놓았었는데, 그 다음 날 아침에 보니 없었다. 주인이 가져갔던가, 아니면 내가 놓았던 장소를 잘 몰라서 못 찾았던지 둘 중의 하나일 것이다. 아무튼 걸을 때마다 아주 절실한 마음으로 기도를 바쳤던 길이다. 오늘 아침 이 길을.. 2021. 6. 12. 꽃 밭 오늘 아침 일산 호수공원 메타세콰이어 길. 5월 막바지라 눈 가는 곳 어디든 푸르럼이 지천이다. 녹색의 물결 속에 문득 빨간 색들이 도드라져 눈에 들어온다. 길옆으로 붉은 꽃들이 군락으로 피어있었다. 아름답고 이쁜 꽃들, 그 꽃들에 이끌리어 걸음을 멈추고 한참을 바라다 보았다. 2021. 5. 29. 이전 1 2 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