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마켓 ‘문고리’ 거래를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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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마켓 ‘문고리’ 거래를 하면서

by stingo 2023. 1. 16.

쉽고 편하고 재미가 있어 당근’ 거래를 자주 하는 편이다. 어제도 한 건을 했다.
블루투스 키보드를 구매한 것인데,
뭔가 묘한 느낌이 드는 거래라 여즉까지 그 여파가 남아있다.



판매자는 내가 사는 동네 인근인 킨텍스 쪽 아파트에 산다고 했다.
판매자는 ‘문고리’ 거래를 제의했고 나도 그러기로 합의했다.
‘문고리’ 거래는 판매자가 사는 집으로 찾아가야 한다.
그전에 판매자 계좌에 내가 입금을 해야 한다.
그래서 계좌번호를 받았다. 이체를 하면서 뜨는 이름을 보니 여자 분이다.
이름이 예쁘다.
근데 이름이 어디서 보고 들은 것 같기도 한 게 영판 낯설지가 않고 뭔가 친근한 느낌이 들었다.
그 이름을 가진, 떠 오르는 누가 있어서다.
그렇지, 그 이름이라면 친구 딸이다. 그러나 그리 흔한 이름은 아니다.
그렇지만 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이 어디 한 두어 명인가, 그러니 설마 그럴리야 여겼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뭔가 재미있는 어떤 기대감(?) 같은 게 솔솔 느껴지고 있었다.

판매자가 알으켜 준대로 대화 역에서 내려 킨텍스 쪽으로 걸어가고 있는데,
자꾸 그 이름과 어릴 적 친구 딸 모습이 어른거린다. 그러다 갑자기 걸음을 멈췄다.
친구에게서 언젠가 들은 얘기가 문득 생각난 것이다.
S전자에 다니는 그 딸이 일산 쪽으로 이사 갔다는 얘기. 킨텍스 지구도 일산 아닌가.
그러면 혹시 만에 하나 친구 딸일 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이 나면서,
만에 하나 혹시 그렇다면 미리 마음을 좀 정리하자고 하던 차, 판매자로부터의 메시지,

“문고리하고 외출 합니다.”

그 메시지를 보면서 평일 날 집에 있으며 외출을 하고 다닌다면
직장인은 아니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하지만 이즈음 큰 직장이 코로나 등에 따라
재택근무를 선호하는 추세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렇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여러가지로 생각들이 복잡해지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뭔가 느낌 상 동명이인이 아니라면 혹시 친구 딸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괜히 조심스러워지기 시작했다.


높디높은 아파트였다. 가르쳐준 대로 30층에 올라 판매자의 집 앞에 섰다.
물건은 아파트 현관 문고리에 잘 포장된 채 얌전히 걸려 있었다.
거기서 물건을 챙겨가면 거래는 끝이다.
그런데도 물건을 챙겨 집으로 오는 버스 안에서 뭔가 스멀스멀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갑자기 뭔가를 확인해보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그래서 판매자의 아버지로 추정(?)되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오랜 만의 전화다.
그러나 친구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음성사서함으로 돌려놓고는 전화를 받질 않는다.
그럴리야 없겠지만, 이런 생각이 문득 들었다. 텔레파시 상으로
흡사 자기 딸래미와 나와의, 재미는 있지만 한편으로는 이상스런
그런 인연을 부담스러워하면서 일부러 전화를 받지를 않는구나 하는 느낌이랄까.

그러나 한편으로 나로서는 차라리 친구가 전화를 받지 않는 게
그 상황에서는 받는 것보다 오히려 나았다는 안도감이 들었다.
만일 친구가 “그래 맞다. 걔가 내 딸”이다고 하면
어떤 상황이 되고 이어서 어떤 사안이 벌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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