雪岳山 공룡능선 '대리만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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雪岳山 공룡능선 '대리만족'

by stingo 2024. 5. 22.

 

후배들이 설악산 공룡능선상에서 함께 한 산행 사진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한다. 이 게 바로 대리만족이구나 하는. 이제는 그럴 나이, 그러니까 체력이고 정신력이고 간에 이제 설악산은 정말이지 나에겐 그림의 떡이 되고있는 것이다.

1980년대 공룡능선은 아무나 어느 때고 가는 그런 곳이 아니었다. 시방처럼 제대로 된 길도 없었고, 그래서 한번 길을 잘못 들면 설악귀신으로 영원에 들어야 하는 등 도처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난이도가 높은 설악의 숨겨진 비경이었다.

나는 1984년 10월 아시안게임 연휴 때 같은 동네 사는 산행초짜와 함께 텐트를 매고 공룡능선에 올랐다가 거의 죽을 뻔 했다. 그 후 공룡과는 이상하게도 인연이 닿질 않았다. 두어 번 갈 기회가 있었는데 모두 초반에 포기했었다. 공룡 첫 산행에서 느꼈던 공포감이 계속 따라다녔던 것이다.

그런 한편으로 1980년대 매년을 12월 31일 밤 오색에서 올라 대청봉에서 신년 일출을 맞았다. 새벽 눈길을 헤치고 봉정암 쪽으로 내려와 수렴동산장에 도착해서는 찬 소주를 마셨다. 서너너댓 병 씩들 마시는 소주는 술이 아니었다. 수렴동계곡을 지나고 영시암을 지나가면서 몸과 마음을 낮춰 숙여야 하는, 일종의 그런 통과의례의 祭酒같은 것이었다. 백담사 계곡쯤에서 찬 계곡물을 한바탕 뒤집어 쓰고 숨을 고르고는 일로 남대리까지 거의 뛰다시피했다.

공룡능선에 선 후배들의 싱싱한 모습들을 보니 설악을 펄펄 날아다녔던 그 때가 생각난다. 설악의 능선 길에서 불러보던 ‘설악가‘도 이젠 그 곡과 가사마저 기억에서 사라져 간다.

“…내 어이 잊으리오 꿈같은 산행을, 잘 있거라 설악아 내 다시 오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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