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쁘라도(Prado) 대신에 페나(Penna) -
일전에 포스팅했던 구닥다리 라이카 쁘라도(Prado) 환등기. 진열장 등에 마땅히 넣어놀 곳도 없어 어떻게 처리할까를 궁리 중에 ‘당근’에 내놓았다. 그랬더니 금세 연락이 왔다. 12만원에 내놨는데, 8만원에 어떻게 좀 해줄 수가 없냐는 어떤 구매자의 요청을 받아들여 팔았다.
막 판매처리를 했는데, ‘당근’에 내가 ‘호시탐탐’ 노렸던 물건이 하나 올라와 있었다. 바로 페나(Penna) 블루투스 키보드다. 레트로풍의 키보드로, 보기에 키캡이라든가 디자인이 향수를 불러일으키기에 하나 장만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지만, 가격이 만만찮아 망설이고 있던 참이었다. 가격이 4만6천원으로 착했다. 판매자에게 연락을 했더니 잘라서 4만원에 주겠다고 해서 얼른 샀다. 그러니 쁘라도 판 게 8만원에 4만원으로 내가 맘에 담고있던 페나를 얻었으니, 돈도 남았고 해서 그런대로 흡족했다.
페나 픽업을 하러 화정동으로 갔다. 젊은 아가씨였다. 나를 보더니 짐짓 좀 난감해하는 표정이다. 아니 노인이 무슨 이런 블루투스 키보드라니 하는듯한… 그러면서 작동을 확인시켜주려 했다. 그런데 잘 안됐다. 아가씨 왈, 아무래도 배터리가 약해서 그러는 것 같다며 새 배터리를 사서 교체해주겠다고 했다. 나는 내가 새 배터리를 사서 끼우겠다고 하고 그냥 갖고왔다.
올리브 그린 색의 페나는 보기에 아주 깨끗해 마음에 들었기에 그것 하나로도 족했다. 집에 갖고와서 작동을 해보니 그 아가씨도 잘 모르고 있었던 것 같다. 유튜브를 검색해 어렵게 작동하는 법을 알아냈는데, 페어링이 잘 되질 않는다. 알기에 페나 이 키보드는 5개의 디바이스와 연결시켜주는 것인데, 아이패드는 잘 되지만, 태블릿이나 스마트폰은 연결이 되질 않았다. 그래도 어쨌든 아이패드가 잘 되는 것으로 보아 차근차근 해보면 될 것이라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깨끗하고 디자인이 좋아 마음에 아주 들었다. 이제 쁘라도만 전해주면 될 일이었다.
판매자는 택배를 원한다면서 행신동 어딘가의 주소를 알려왔다. 그래서 그냥 우체국에 가서 적당하게 포장해 착불로 부쳐주면 될 일이었다. 그런데 마음에 걸렸다. 아무리 그래도 라이카아닌가. 게다가 광학기구이니 택배 배송과정에서 파손이 생기면 어쩔까하는 우려심이 들었다. 그리고 주소지도 행신동이면 옆동네이고 해서 그냥 내가 전해줘야겠다는 생각에 나의 그런 의사를 전했다. 구매자가 정확한 주소를 알려왔는데, 아파트가 아니고 단독주택의 지하창고 위 계단이었다. 도난 우려에 전화를 했더니, CCTV가 있어 그럴 염려는 없다고 했다.
어제 아침에 그리 가볍지도 않은 쁘라도 환등기를 들고 행신동을 좀 헤맨 끝에 겨우 주소지를 찾아 놓고 왔다. 갖다 놓은 사진을 찍어 구매자에게 보냈다. 젊은 구매자는 아주 고마워했다. 구매자가 더 고마워해야 할 게 한 가지 더 있다. 환등기를 꺼내다가 그 뒤에 있는 오리지널 박스와 매뉴얼을 발견한 것인데, 그것까지도 함께 갖다준 것이다. 내가 판매자에게 라이카에 관해 좀 아느냐고 물었더니, 안다고 했다. 그러길래 내가 박스와 매뉴얼을 동봉했다고 했다. 그랬더니 그는 그냥 지나가는 말로 고맙다고 했다. 라이카를 좀 아는 사람은 라이카 액세서리를 중하게 여긴다. 그래서 박스 등 액세서리가 있으면 가격이 월등히 높아진다. 이런 점에서 그 구매자는 가격도 깎아졌지, 그리고 그에다 라이카 액세서리도 함께 받았지 하는 점에서 ‘횡재’를 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나는 손해 본 생각이 1도 없다. 깨끗한 페나 키보드가 내 수중에 들어온 것 하나만으로 나는 충분히 만족하는 것이다. 오늘 아침에 매일 쓰는 일기를 페나 키보드로 썼다. 이 글도 페나로 쓰고있다.
#PennaBluetoothKeybo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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