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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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en diary

7월 8일

by stingo 2020. 7. 8.

소박한 일상에는 그저 탈 없이 하루 하루를 사는 무탈이 최상의 바람이다.

새벽 산책길 기도에 그런 바람을 담는다. 오늘도 그랬다.

집으로 돌아 와 매일 아침 하는 일이 있다. 주스를 만드는 일이다.

집에 와도 대개 오전 6시 좀 넘은 시각이니, 아내는 깨어있을 때도 있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

그래서 그 일은 군말 없이 내가 맡아 한다.

주스를 만드는 주서(juicer)는 테팔(tepal)이다. 성능이 좋아 신뢰가 가는 주방용품이다.

냉동실에 얼려놓은 비트와 당근, 블루베리에 사과와 케일로 주스를 만든다. 

쉬운 일이고 거의 일상적인 일이 됐으니 마음 편하게 만든다.

 

근데 오늘은 문제가 생겼다. 테팔 주서의 스크류가 돌아가다 멈춘 것이다.

그런 적이 여태껏 한번도 없었다. 몇번을 시도해도 안 되고 내용물을 꺼내 해도 안 된다.

이런 낭패가 없다. 결국 우려한대로 아침부터 탈이 생긴 것이다.

반쯤 갈린 내용물을 버릴 수 없다. 예전 독일 출장 길에 사온 브라운 블렌더가 생각나 그것을 꺼냈다.

그러나 잘 되질 않는다. 내용물이 튀고 난리다. 비트는 색깔이 대개 붉다. 갈아놓으면 그 즙이 흡사 핏물 같다.

그게 사방으로 튀니 주방 곳곳이 핏물 천지 같으다. 잠에서 깬 아내도 나와서는 웬 일이냐는 표정이다.

 

그렇다고 주스 만드는 일을 포기할 수는 없다. 나도 먹고 아내도 먹어야하는 것이다.

예전에 위장병 때문에 감자 갈아 먹던 착즙기가 생각났다. 그것까지 꺼내 동원했다.

반쯤 갈려진 내용물이지만 몇번을 거르는 과정이 만만찮고 쉽지 않았다.

하지만 결국은 주스를 만들었다. 테팔로 만든 것보다 훨씬 부드럽다.

 

아내는 출근을 하면서 고장난 테팔을 주섬주섬 챙긴다. 서비스 센터에 갖고 가겠다는 것.

집을 나서는 아내에게 한 말 당부했다. 오늘 아침부터 어째 조짐이 이상하다. 조심하거라.

이 당부는 나에게도 적용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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