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날리기.
오랜 만에 보는 '진귀한' 광경이다.
어제 오후 서울 나가는 길, 아파트 뒤 너른 농로 길에서다.
꽤 멀리 날려지고 있는 하늘의 연은 육안으로 잘 안 보일 정도로 가물거린다.
스마트폰 카메라로는 잡을 수가 없다.
좀 더 가까이 다가가 카메라를 들이대려니,
연 날리는 분이 짐짓 거부하는 태도를 보이길래 잘 찍을 수가 없었다.
연 날리는 분은 나이가 좀 들어 보이는데, 아주 세련돼 보인다.
연을 많이 날려본 풍모의 분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연줄 감고 푸는 기구, 그러니까 얼레가 좀 색다르다.
짙은 연두 빛의, 보기에 플라스틱 재질의 원형으로 생겼다.
한 눈에 봐도 날렵하게 보이지만, 나로서는 저런 얼레가 생경하다.
저걸 우리들 어릴 적에는 마산 말로 '짜세'라고 했는데,
지금 그 말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마산에서의 어릴 적, 우리들은 연 날리기와 별도로 '연 싸움'을 많이 했다.
연줄에 날카롭게 갈려진 유리가루를 묻혀 연줄끼리 끊는 게임이다.
연줄을 그렇게 하는 걸 '사구 먹이기'라고 했다.
그렇게 해서 연줄끼리 서로 다투게 해 상대방 줄이 끊겨 연이 날라가면,
우리들은 "연 날라갔다!"고 외치면서 날라간 연을 줏으려 다니기도 했다.
아무튼 모처럼 대하는 연 날리는 풍경이라 한참을 지켜 보았다.
옛 생각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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