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북한산을 가려 불광동 역에서 장미공원으로 가는 길에 만난 고교후배들.
엮여질 수밖에 없는 처지들이다. 그런데 나는 할 일이 있었다. 산을 오르면서 나 홀로 하는 일이다.
후배들과 같이 산을 오르면 그 일을 할 수가 없다. 후배들을 떼어내야 했다.
자연 내 언행이 이상해질 수밖에 없다. 후배들도 어정쩡해 하는 내 언행이 좀 이상했던 모양이다.
한 후배는 잘 떨어지지 않으려 자꾸 곁에 붙는다.
산 초입에서 후배들더러 먼저 올라가라 했다. 잘 떨어지지 않으려는 그 후배는 이상해하는 눈치다.
그래도 막무가내로 후배들과 떨어져 뒤에서 올랐다.
데크길을 올라 쉬어가는 첫 지점에서 후배들과 또 만났다.
후배들은 아침을 먹지 않았는지 빵을 먹고 있었다. 후배들은 나를 보자마자 빵을 안긴다.
그걸 사양하고는 또 난처해졌다. 먼저 올라갈 수도 없고, 그렇다고 거기서 후배들과 함께 있을 수도 없고.
결국 그 쉼터에서도 후배들과 떨어져 있다 후배들이 올라가는 걸 본 후 나 혼자 일부러 천천히 올랐다.
후배들에게는 미안한 일이다. 언제 적당한 자리에서 사정을 말 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산에서 나 혼자 할 일. 일상적인 것인데, 그걸 밝힐 수는 없는 점을 양해 바랍니다.
불광동 쪽 장미공원에서 올라 탕춘대암문까지 걸어가는 북한산 둘렛길.
그 어느 지점에서 머얼리 북한산 주능선 상에 있는 동장대가 아스라히 보인다.
오래 동안 못 가본 동장대라 그런지 갑자기 그리움이 치솟았다.
내 주에는 한번 가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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