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당한 일, 돈 1억 원, 그리고 파울로 코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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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당한 일, 돈 1억 원, 그리고 파울로 코엘료

by stingo 2021. 10. 15.

한 며칠 간 돈 '1억 원' 때문에 허다한 상념에 시달렸다.

나에게 돈 1억 원은 어떤 돈인가에서부터, 그 돈을 어떻게 하면 구할 수 있을까,

그에 더해 그 돈 1억 원에 대한 지독한 무력감까지 등등.

 

신협 대출 1억을 상환했는데, 그게 신협과 신용정보원 간의 어떤 문제(신협 주장)로 사라져버렸다.

대출을 받았다는 신용정보원의 기록이 그대로 남아있었던 것이다.

은행대출로 갈아타려 신협 대출을 갚았던 것이었기에 은행에서 대출이 막혔다.

신협 대출 상환하려 아내가 지인에게 빌린 1억은 시급히 갚아야 할 돈이었다.

 

신협 탓, 신용정보원 탓하며 실랑이를 하며 한달의 시간이 흘렀다.

두 곳을 믿을 수가 없었고, 금감원 민원신고도 그들이 차일피일 책임을 미루는 바람에 하지 못하고 있었다.

신협과 신용정보원 두 곳에 대한 신뢰는 사라졌고,

돈은 빨리 갚아야 하는 상황에서 든 생각은 우선 어떻게든 1억을 마련하자는 것이었다.

 

1억은 나에겐 큰 돈이다. 내 수중에 그만한 돈을 가져본 적도 없다.

그런데도 가능할 것 같은 생각이 든 이유는 무엇일까. 답답한 마음에 술자리에서 친구에게 귀띰을 했는데,

그 친구가 선뜻 그 돈을 빌려주겠다는 것이었다. 아무리 술김이었다고 해도 친구가 고마웠고,

친구의 그 말은 나에게는 일말의 안도감을 안기는 일종의 방어막이었다.

 

속을 태우고 있는 아내에게 말했다. 걱정마라. 친구가 빌려준다더라.

이 말을 들은 아내는 단박에 그러지 말라고 했다. 아내의 그 말에 내 방어막은 쑥 들어갔다.

그 후 1억 구할 궁리에 들어갔다.

까짓것 천화대유니 대장동에서는 수천억이 왔다갔다 하는데,

1억이라면 새발에 피니 그 정도는 어떻게든 구할 수 있지 않겠냐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궁리는 궁리일 뿐 막상 생각을 가다듬어 현실적인 방안 마련에 들어가면서부터는 생각이 막막해졌다.

그리고 이어지는 돈 1억원에 대한 무력감, 그리고 불안감.

한 며칠, 돈 1억이 머리에 맴돌며 나를 조롱하듯 갖고 놀았다.

 

그저께 신용정보원의 대출자료가 삭제됐다는 통보를 받았고,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빌린 돈 1억을 갚은 게 어제다. 하지만 돈 1억에 대한 허다한 상념은 상처로 남았다.

지금도 그 앙금은 남아있다. 일종의 후유증일 것인데, 느닷없이 외롭다고 느껴지는 이유를 모르겠다.

돈 1억을 어찌하지 못했을 때의 무력감이 고독감, 외로움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를 구체적으로 설명할 자신은 없고 하여튼 그렇다는 것이다.

 

외롭다, 외롭다 생각하고 있는데 마침 페이스북에서 파울로 코엘료(Paulo Coelho)가 이런 얘길하고 있다.

코엘료의 이 얘기가 나와 무슨 상관관계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귀에 절실하게 들어오는 글귀다.

 

"인간은 물 없이 일주일을 버틴다. 먹거리 없이는 2주일,

그리고 집없는 노숙생활로는 수년을 살아갈 수 있다.

하지만 외로움은 그렇지 않다.

인간에게 가해질 수 있는 모든 고문 가운데

가장 지독한 게 고독이며,

그것은 모든 고통 가운데서도 가장 최악의 것이다."

(Human beings can withstand a week without water,

two weeks without food, many years of homelessness,

but not loneliness. It is the worst of all tortures,

the worst of all sufferin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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