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review37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손바닥(掌篇) 소설’ 가와바타 야스나리(川端康成)를 오랜 만에 만난다. 지난 연말에 어떤 글을 쓸 게 있어 야스나리를 찾아본 적이 있는데, 그 때는 그의 어떤 작품의 문장을 확인하기 위한 것이었다. 오늘 만난 야스나리는 나에겐 전혀 새로운 것이다. 이름하여 야스나리의 ‘장편 소설’이다. 장편이라 함은 긴 소설을 뜻하는 게 아니다. 손바닥 ‘장掌)’으로, 풀이하자면 ‘손바닥 소설’이다. 이런 장르가 있었나 싶었다. 손바닥 소설은 말 그대로 손바닥 크기의 분량으로 읽을 수 있는 소설이다. 200자 원고지로 대략 10 여매 안팍으로 쓰여진다는 것인데, 야스나리의 이 소설집에서 제일 짧은 것은 원고지 2매 분량의 것도 있다. 이런 류의 소설을 야스나리는 1920년대 초부터 썼다고 하는데, 그간 야스나리에 관해 좀 안다고 설쳐댔던 게.. 2020. 6. 2. 'Proof of Heaven' by Eben Alexander - 하버드 의대교수가 본 '천국' '프루프 오브 헤븐(Proof of Heaven)'. 책 제목부터가 좀 거창하다. 말하자면 천국을 증명한다는 의미인데, 언뜻 보아 종교서적 같은 냄새를 풍긴다. 그러나 그런 류의 책은 아닌 것 같다. 천국은 죽어야 갈 수 있는 곳이다. 죽은 후의 일을 이승의 사람들은 알 수가 없다. 그런데 천국을 증명하고 있다? 책의 부제를 보면 그 내용을 알 수 있다. '사후세계로의 여행(A Journey into the afterlife). 그러니 이 책은 죽어 사후세계(afterlife)를 경험한 후 살아난 이른바 '임사(臨死)체험(near-death experience)'의 기록이다. 죽었다 살아난 사람들은 꽤 있다. 그리고 이들의 각양각색의 얘기들도 많이 있다. 그러니 이런 체험담은 좀 진부하게 받아들여질 수도.. 2020. 5. 27. '모차르트(Mozart)' 예전 인사동 시절, 잘 다니던 와인 집이 있었다. 수도약국 못미쳐 골목 안으로, 지금은 가나아트 화랑으로 뚤려진 골목 막다른 곳에 있던 집이다. 이 집은 모차르트로 꽤 유명한 주점이었다. 으슥해진 밤, 골목 길로 들어서면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이 흘러 나왔다. 우리들은 그 집 주인 아주머니를 '모차르트의 모차르트'라 불리워지는 클라라 하스킬로 불렀다. 깡마른 체구가 우선 닮은 데다 음악을 포함한 모차르트에 대한 모든 지식이 풍부했다. 우리들이 밤이 이슥해 그 집을 가는 것은 물론 와인을 마시기도 한 것이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모차르트를 듣기 위한 것이었다. 한 잔의 와인을 놓고 모차르트를 들으면서 우리들은 각자 나름대로의 느낌들이었겠지만, 한 가지 일치하는 것은 있었다. 그것은 모차르트의 '천재성'이었.. 2020. 5. 26. 'Diaries' by George Orwell(조지 오웰의 '일기들') 소비에트 공산혁명의 러시아를 배경으로 전체주의 체제를 고발한 『1984년』 『동물농장』 등의 작가인 조지 오웰(1903~1950)은 일상을 포함해 정치·전쟁·계급·빈곤·언어 등 인간과 관계된 모든 주제의 명철한 관찰자였다. 그의 소설이나 에세이, 언론기고문 등은 이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이런 관찰의 귀착점은 그의 사상과 작품이지만, 일차적인 관문이 있다. 바로 일기이다. 그가 어린 시절부터 일기를 썼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그가 남긴 자료를 볼 때, 그가 일기를 집중적으로 쓰기 시작한 것은 작가가 되겠다고 마음먹은 1931년, 그러니까 그의 나이 28세 때부터이다. 그 때부터 일기를 써 죽기 4개월 전인 1949년 9월까지의, 11권의 일기가 지금까지 전해진다. 조지 오웰이 남긴 일기를 엿볼 수 있는 책.. 2020. 5. 25. 4. 15총선, 스탈린의 '警句'가 맞아지는가 '1945'라는 책을 읽었다. 마이클 돕스(Michael Dobbs)라는 영국출신의 미국 저널리스트가 쓴 책으로, 2차대전 종료를 앞두고 미국과 소련, 영국의 지도자들인 루즈벨트, 스탈린, 처칠이 얄타와 포츠담에서 만나 전후 세계질서를 논의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2차대전 후 세계의 항구적 평화 기반을 마련키 위한다는 명분의 정상회담이었지만, 실제로는 패전에 직면한 독일을 포함해 폴란드 등 유럽을 각국의 이익에 맞게 어떻게 나눠 먹을 것인가를 저마다의 갖은 외교기법으로 밀고 당기는 회담 과정과 세 정상들의 진면목 등을 스토리텔링적으로 그리고 있어 재미가 있다. 이 회담들은 세 정치적 거물들이 밀고 당기는 과정에서 궁극적으로 냉전(cold war)의 서막을 열었고, 그것은 한반도도 남과 북으로 분단되는 .. 2020. 5. 20. 이상교 詩人의 에세이 집 이상교 시인이 보내주신 책. 에세이 집이다. 짤막한 생활 에세이들인데, 손수 그린 동화(童畵) 같은 그림들이 곁들어져 동화. 동시처럼 다가오고 또 그렇게 읽혀진다. 이 시인이 동화. 동시 작가라는 선입관 때문이어서 그렇게 느껴진 것일까. 오늘 새벽 산책 길에 한바탕 비를 맞은 후 SNS에 내가 올린 글에 선생은 이런 댓글을 주셨다. "비 맞기 좋아하는 1인." 비를 좋아한다는 뜻일게다. 그래서 그럴까, 책에서 비 내음이 많이 풍긴다. "... 비라도 내리는 날이면 초가지붕 깊은 처마 밑 담장에 기대어 너른논벌을 빠른 걸음으로 쳐들어오는 뽀얀 빗방울들의 발을 보았다. 어느 때 비는 새하얗게 손사래를 치며 달려오는 듯 보였다." "... 비온 뒤 아파트 뒷길을 걸을 때마다 어린 날의 시골숲길이 떠올라 나는 .. 2020. 5. 18. 이전 1 ··· 3 4 5 6 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