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review' 카테고리의 글 목록 (3 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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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review37

'혜빈궁일기(惠嬪宮日記)' 아버지인 영조에 의해 뒤주에서 죽은 사도세자의 부인인 혜경궁홍씨에게 '혜빈(惠嬪)'이라는 시호가 있는 줄 오늘 '혜빈궁일기'라는 책을 대하고 처음 알았다. 규장각에 이 일기가 여태까지 보존돼 온 걸 250 여년 만에 처음으로 풀이해 내 놓은 책이다. 혜빈이라는 시호는 1762년 윤 5월 21일 사도세자의 죽음을 공식으로 확인한 날, 영조가 사도세자라는 시호를 정함과 아울러 며느리인 홍 씨에게 내려진 것인데, '시법(諡法)'에 '寬裕慈仁曰惠(관유자인왈혜)'라고 적혀있듯, 영조는 며느리 洪 씨를 '너그럽고 인자하다'고 본 것이다. 아들을 죽여놓고 그 며느리에게 태연히 이런 시호를 내린 영조의 속 마음이 어떠했을까 궁금스럽다. 한편으로 사도세자의 '思悼'와 관련해서는 일반적으로 슬퍼할 '悼'가 들어갔다는 점에.. 2022. 1. 29.
<다산(茶山)을 찾아서> 흠모하는 다산 정약용 선생에 관한 책을 접하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 다산에 관한 책을 좀 읽었다고 자부하는 나로서는 처음 대하는 책이다. ‘다산 사상을 찾아 떠나는 원로학자의 역사 탐색’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지금은 고인이 되신 고승제 박사가 1995년에 쓴 것으로, 중앙일보에 연재되던 것을 묶어 간행한 책이라고 소개되고 있다. 얼마 읽지 않았는데, 첫 장부터 흥미를 끈다. 다산의 일생 중 부친을 포함해 가족들의 얘기에 관한 얘기가 첫 장으로, 아버지 정재원(丁載遠)에 관한 내용부터 시작하면서 다산의 인간적 성숙함과 깊은 학문적 배경이 그 아버지 정재원으로부터 유래하고 있음을 전하고 있다. 다산의 부친 정재원에 관한 얘기가 전해져오기는 하지만, 어느 책에서건 私的인 측면에서 그리 세세하고 구체적.. 2022. 1. 22.
다시 '장미의 이름(Il nome della rosa)' '장미의 이름.' 쉬엄쉬엄 보다가, 이번 추석연휴를 보내는데 안성맞춤이려니 하고 여겼는데, 생각대로 잘 안 된다. 무엇보다 책이 이제는 잘 읽혀지지가 않는 것이다. 몸이 우선 그렇다. 불편하기 짝이 없다. 자세 문제다. 어떤 자세로 볼 것인가가 중요한 것인데, 어떤 자세로도 불편하다. 앉아서 보기도 그렇고, 누워서도 그렇고 엎드려서도 그렇고, 아무튼 어떤 자세이던 얼마 못 가 몸의 뒤틀리고 편안하지가 않다. 게다가 눈은 또 어떤가. 돋보기가 서너개 되는데, 그 어떤 것이든 이제는 맞지가 않고 침침하다. 어제는 궁리 끝에 세라젬 침대에 누워 보려했는데, 잠만 잤다. 책에 대한 욕구가 이리 당긴 적도 없지만, 그걸 충족시킬 수 없는 게 몸이라는 걸 절실히 깨닫는 것도 처음이다. '행복한 책읽기'라는 생각은 .. 2021. 9. 22.
무더운 여름, 그리고 'Sophie's Choice' 한 때는 시방처럼 무더운 여름날을 책과 함께 보낸 적이 있다. 그 중 생각나는 게 윌리엄 스타이런(William Styron)의 ‘소피의 선택(Sophie’s Choice)’이다. ​ ​ ​ ​ ​ 1983년인가, 그 해 여름은 무척 더웠다. 그 때 무슨 생각에서였던지 이 책을 구입해 일주일 휴가기간 내내 집안에서 뒹굴며 읽었다. 그때 교보문고에 페이퍼백의 이 책이 있었다. 한 7-8백 페이지 쯤 됐을 것이다. 이 책에 꼽힌 건, 그 해 초에 본 이 소설을 토대로 한 영화 때문이었다. 메릴 스트립이 소피로 나온 이 영화에 푹 빠져 두 세번을 보다 결국 원작까지 읽게 된 것이다. 두꺼운 문고판 페이퍼백 책을 읽기 쉽게 찢어 분할해 읽던 기억이 난다. ​ ​ ​ ​ ​ 그렇게 본 책인대, 읽고 난 후 어떻게.. 2021. 8. 5.
<비밀의 요리책(The Book of Unholy Mischief)> ​ ​ 이 책, 재미있다. 엘르 뉴마크(Elle Newmark)의 장편소설 . 책 제목에 '요리'가 들어가 있어 그에 이끌리어 산 책인데, 영문 제목으로 보자면 뭔가 부정한 책에 대한 얘기를 쓴 것 같은 느낌이었다. ​ 그래서 그저 그러려니 하고 심심풀이 땅콩처럼 보던 것인데, 거의 막판에 이르러 생각치도 않던 재미를 안긴다. 굉장한 내용이 담겨질 것으로 추정되는 그 비밀스런 책 한 권의 유무 및 소재에 얽혀지고 있는 스토리가 흡사 움베르토 에코의 분위기다. 중세와 겹쳐지는 르네상스 시대의 분위기에, 베네치아 총독관저에서 음식을 둘러싸고 펼쳐지는 미스터리한 소설적 전개가 그렇다. 로드리고 보르자, 란두치, 폼포나치 등 르네상스 시대 귀에 익은 이름들이 등장하는 것도 그렇다. 아직 그 책에 대한 소재 및 .. 2021. 7. 26.
伯坡선생의 맛 기행집, <한국 맛있는 집 666店> ​ ​ 음식 맛을 보고 품평의 글을 쓰는 ‘맛 칼럼니스트’들이 많다. 근년간에 생겨난 새로운 직업군이다. 이 일이 웰빙시대에 맞춰 각광을 받다보니 이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우후죽순 격으로 생겨났고, 그러다보니 더러는 얕은 지식에 과장된 언행으로 눈살을 찌뿌리게 하는 사람들도 꽤 있다. 꼴사납다고나 할까. 아무튼 '맛 칼럼니스트'를 자처하며 설쳐대는 인물들 가운데 회자되는 사람이 있다. 대표적인 문빠활동가인 황 머시기다. 이 양반은 그 나름으로 자신이 맛 칼럼니스트의 원조라는 격으로 은근히 존재감을 드러내려 한다. 그러다보니 과장과 일탈이 나온다. 맛과 음식에 관해 희한하고 얼토당토한 이론을 들고나와 실소케 하는 일을 잘 벌이곤 한다. ​ ​ ​ ​ ​ ​ 황 씨 이 양반이 '맛 칼럼니스트'의 선구자임.. 2021. 7.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