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雨 傘 三 題 I. 見物生心 비 오는 저녁 지하철. 이어폰 음악 듣는다고 미적대다 전철 안으로 떠밀리듯이 들어왔다. 퇴근시간이라 자리가 있을리 없다. 자리가 없을 때 문옆에 서는 게 편안하다. 기댈 데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열차가 신형이라 그런지 등받이가 낮다. 등을 기대면 앉은 사람의 머리 쪽으로 기우니 신경이 많이 쓰인다. 기대선 곳에 우산이 놓여있다. 큰 우산이다. 자리에는 젊은 여자가 앉아있는데, 아마도 그 여자 것으로 보인다. 그 여자 앞에 신사복 차림의, 남자가 서 있다. 교대역. 많은 사람이 타고 내린다. 그 여자가 벌떡 일어서더니 내린다. 우산은 거들떠 보지도 않고. 앞에 서있던 남자가 잽싸게 자리를 차지한다. 그리고는 나를 힐끔힐끔 쳐다본다. 아무래도 내가 나이께나 든 것 처럼 보여서인가. 그 남자.. 2020. 8. 14.
지하철 외판원 좀 졸고 앉았는데 강한 인기척 때문에 번쩍 졸음이 가셨다. 그 인기척은 다름이 아니라 내 앞을 스치고 지나가는 비옷 때문이었다. 비옷을 팔고있는 외판원 아저씨는 한마디로 좀 요란스러웠다. 목소리도 크고 행동거지도 크다. 여간 노련한 솜씨가 아니다. 그런데 몇 차례 전철 안을 휘젖고 다니는데도 비옷이 팔리지가 않는다. 다시 수례 있는 곳으로 오더니 비옷을 휘 감고는 일장 연설을 한다. 제품이 어떻고 저떻고 하는 게 귀에 들어올리가 없다. 뭔가 끌어당기는 멘트가 있어야 하는 게 아닌가. 그 것을 그 양반은 집고 있었다. "지금 밖에는 비가 억수로 오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밖으로 나가면 우산을 사야 합니다. 우산 하나에 비싼 것은 몇 만원 합니다. 이 비옷은 5천원입니다. 아주 싸지요. 그러니..." 사람들.. 2020. 7. 27.
남태령 송덕비(南泰嶺 頌德碑) 서울 사당동에서 과천으로 가는 길에 있는 언덕인 남태령. 남태령 주변은 시골 오솔길을 연상케하는 옛 언덕 길이라 적잖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지요. 여기에 조선시대에 세워진 송덕비가 있었습니다. 지금은 사라지고 없고, 송덕비가 서 있던 것으로 추정되는 자리만 남아 있습니다. 이 송덕비에 얽힌 재미있고 교훈적인 얘기가 전해져 옵니다. 그 송덕비에 얽힌 얘기입니다. 조선조 지방 수령들 중 과천 현감은 서울이 가까운 관계로 오가는 고관을 접촉하기 쉬웠습니다. 그리고 세금징수가 많기 때문에 재물을 모아 뇌물을 상납하여 조정의 좋은 자리로 영전하는 자리였다고 합니다. 어느 때 과천 현감이 영전하여 서울로 떠나게 되었습니다. 수하의 아전들이 송덕비를 세우겠다며 비문을 어떻게 쓸까 현감에게 문의를 합니다. 그러자 현감이.. 2020. 7. 21.
건배, 혹은 건배사(乾杯辭)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술은 인간에게 필요한 기호물(嗜好物)이다. 사람마다 차이는 있을 것이니 절대적인 것은 아니지만, 술이 인간역사와 함께 해오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술을 여럿이 마시는 대작(對酌)의 술자리에선 일체감을 돋우는 어떤 매너가 필요하다. 마시는 분위기, 혹은 함께 한 사람들의 면면에 따라 다르겠지만, 분위기를 좋게 하고 기분 좋게 마시려는 추임새가 있어야 한다. 그게 바로 건배이고, 말이나 구호로서 이를 부추기는 것이 건배사(乾杯辭)다. 그러니 對酌하는 술 문화의 음주방법이 乾杯라 해도 무방할 것이다. 이런 술자리에선 서로들 마시는 가운데 한마디씩 격려와 분위기를 띄우는 바람의 축원을 하는데, 부언하자면 같이들 잔을 맞대 마시자는 건배의 축원이 바로 건배사인 것이다. 李白의 將進酒辭에 나오.. 2020. 7.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