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bituary' 카테고리의 글 목록 (2 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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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세대 칼럼니스트 崔一男 선생 別世 at 91 세상사 참 얄궂다. 엊저녁에 안부를 궁금해했는데, 오늘 세상을 뜨셨다. 최일남 선생 얘기다. 향년 91세. 어제 무슨 이유에서인지 서재에 꽂힌 책 한 권이 유난히 눈에 들어왔다. 선생이 1988년에 펴낸 칼럼집 이다. 이 책을 빼 보면서 문득 선생은 이즈음 어떻게 지내실까고 궁금해 한 것인데, 오늘 조금 전 선생의 부음을 접한 것이다. 이 책은 뭔가 구체적이지는 않지만 나와 인연이 깊다. 1988년 회사를 옮길까 말까로 고민에 빠졌을 때 접한 책이다. 그렇다고 나의 진로에 어떤 디렉션을 줬다는 얘기는 아니고, 그저 다사다난했던 1988년 그 해의 잡다한 기억 속에 이 책이 어떤 이유에서인지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마도 선생의 1986년도 ‘이상문학상’ 수상작인 소설 ‘흐르는 북’을 그 무렵에 봤는데,.. 2023. 5. 28.
원로가수 현 미 別世 at 85 80을 넘겼으니 원로가수라 해야겠지. 원로가수 현 미가 4일 별세했다. 향년 85세. 홀로 지내던 서울 이촌동 자택에서 갑자기 쓰러져 병원으로 옮겼으나 회생하지는 못했다. 한 며칠 티브이에서 계속 보였다. 물론 리얼타임 방송은 아니고 예전 것이었지만, 무심결에도 참 아직도 건강하고 왕성하게 잘 지내고 있구나 했다. 그런 분이 하루 아침에 느닷없이 유명을 달리했으니 뭐라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 고인은 노래도 시원했지만, 말도 누구 눈치보질 않고 막힘없이 잘했다. 생사가 갈린지 오래 된 이봉조 선생에 대한 애정 표현도 스스럼이 없었다. 이제 저 세상에서 함께 만나 영원의 삶을 이어가길 바란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2023. 4. 4.
‘난쏘공’ 조세희 작가선생 별세, 그리고… ‘난쏘공’의 조세희 작가선생이 별세했다는 소식에 개인적으로 솔직히 저으기 당황스럽다. 물론 추모하는 마음으로 고인의 명복을 빈다. 하지만 문학적으로, 또는 인간적으로 어떤 추모의 염으로 가닥을 잡을 것인가가 나로서는 쉽지않다는 것이다. 1970년대 말 ‘난쏘공’을 읽었다. 읽은 계기는 조세희 작가를 그 전에 좀 알고있었다거나 해서가 아니라, 말하자면 당시 그 소설에 대한 문학적, 사회적인 평가에 편승해 나도 모르게 휩쌓였던 측면이 있다. 작가적인 면에서도 그 무렵 윤흥길이나 신상웅, 조해일 등의 소설을 즐겨보던 시절이라 같은 일군의 작가로 조 작가선생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던 것이다. 그래서 ‘난쏘공’을 읽긴했지만, 솔직하게 말하자면 나로서는 딱히 당시 평론에서 평가하는 그런 문제의식이나 재미, 혹은 ‘.. 2022. 12. 26.
뒤숭숭한 날들 속의 訃音 요 며칠 사이 명망있는 몇몇 분들이 유명을 달리했다. 개인적으로 털끝 만한 인연을 가진 분도 있다. 그런데 이 소식을 평소와 달리 알음알음으로 알았다. 알기 쉽지 않았다는 얘기다. 나이를 먹으니 신문을 보더라도 부고란을 제일 먼저 보는데 눈에 잘 띄지 않았던 것인가. 최병렬, 유재건, 오태석. 예전 같으면 널리 알려질 만한 분들이 별세한 것이라 신문 한 귀퉁이나따나 오비츄어리(obituary)로 추모될 만한 분들인데, 최병렬 전 의원 빼고 두 분은 소리 소문없이 우리 곁을 떠나버린 것 같다. 이재명이와 민노총 파업 등의 사태로 나라가 뒤숭숭하니 이런 분들의 부음조차도 이런 혼란스러움 속에 묻혀버리는 것이 아닌가 싶다. 최병렬 전 의원 별세 소식에 문득 떠오르는 어떤 분이 있다. 하지만 검색을 해 봐도 나.. 2022. 12. 3.
故人이 된 친구는 나무로 되살아난다 강원도를 여행 중인 외사촌 매제가 오늘 아침 사진을 보내왔다. 잘 자란 소나무를 찍은 사진이다. 웬 소나무? 사진에 것들여지는 메시지가 있었다. 강릉 낙산사에서 찍은 것이라는 것. 뭔가 어떤 감이 느껴지면서 사진을 좀 더 자세하게 들여다 보았다. 그래, 그것이었다. 나의 친구를 기리는 나무였다. ​ ​ ​ 친구는 2006년부터 2년 동안 중앙지법원장을 역임했다. 나무 아래 댓돌에 새겨진 글로 보아, 친구가 임기를 마쳤을 무렵에 심어진 것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그 글에 여러 이름들이 나오는데, 내가 아는 이름은 없다. 하지만 친구를 기리는 이 나무가 낙산사에 심어진 이유를 나는 알만하다. 친구와 잘 알고 지내는 승려 한 분이 계신다. 정념스님이라고, 나도 친구와 몇번 뵌 적이 있다. 봉정암에서도 뵈었고.. 2022. 10. 19.
오승근과 '김자옥 아바타' 가수 오승근이 8년 전 먼저 저 세상으로 간 아내 김자옥과 함께 노래를 부르고 있다. 영상기술의 발달이라지만, 막상 이런 극적인 순간을 화면에서나마 직접 대하니 놀랍기도 하거니와 한편으로 좀 잔인스럽다는 생각도 든다. 우리들이야 그냥 즐기는 입장에서 보는 것이지만, 아내 김자옥을 끔찍히도 사랑했던 오승근 당사자 입장에서는 아무리 김자옥 아바타라고는 하지만 그 심정이 어떻했을까 하는 것인데, 대략 짐작이 가기는 한다. ‘빗속을 둘이서’라는 노래를 둘이서 듀엣으로 불렀는데, 목소리도 잘 어울렸고, 화음이나 앙상블 처리도 좋았다. 그래서 그런지 노래가 긴 여운을 남겼다. 그러면서도 막상 아, 저게 아닌데 하는 현실과 마주할 때 느껴지는 막연한 슬픔. 오승근의 인상이 아주 복합적이다. 슬프면서도 기쁘기도 한 그.. 2022. 10.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