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공채와 정두채, 이 두 분은 형제다. 모두 작고해 이미 고인이 된 두 분 중 형님인 정공채는 시인이고 언론인이셨기에 알만한 분들은 잘 안다. 정두채는 좀 생소한 이름일 것이다. 그러면 정두수라고 하면 어떨까. 정두수는 작곡가 백영호와 콤비처럼 함께 하는, 그러니까 정두수 작사, 백영호 작곡이라 해야 많은 사람들이 잘 알아본다.
‘가슴아프게’ ‘흑산도아가씨’ ‘덕수궁돌담길’ ‘마포종점’ 등을 포함해 주옥같은 우리 대중가요를 3,500 편 이상 작사하신 정두수라고 하면 잘 알 것인데, 그 본명이 정두채였다. 경남 하동이 고향인 이 형제는 어릴 적부터 글을 잘 써 ‘형제천재‘로 인근에 이름을 날렸었다.
오늘 아침 도서관에 가 읽을 책을 고르다 한 권을 집어 펼쳤을 때 정공채라는 이름과 당시 S일보 문화부장이었던 정 시인의 사무실 전화번호가 이 책 뒷표지에 적혀있었을 것이라는 착각이 일면서 문득 반가운 마음으로 1980년대 중반 그 옛 시절을 잠시나마 돌이켜 보았다. 우리들은 그때 세 명이었다.
나더러 정공채 시인에게 인사를 시켜준 한 분이 더 계신다. 김 각 씨라고, 당시 코리아헤럴드 논설실에 계시던 분으로 정공채 시인과는 연세대 정외과 8기 동기동창이고 친구사이다. 이 분도 작고하신지 오래다.
나는 정 시인의 동생인 정두채 선생과는 만나본 적이 없다. 2016년 이 분이 별세했을 때 신문의 부고기사에 2008년 작고한 정공채 시인의 동생으로 나왔길래 그 때 알게된 사실이다. 하지만 정두채 선생과는 일면식도 없지만 왠지 생전에 만나본 것 같은 친근감 같은 게 드는데, 그 이유는 아마도 그가 남긴 노래의 노랫말 때문일 것이다.
오늘 상대적으로 어린 나이였던 나를 정신적으로 풍요하게 해 주셨던 그 시절의 정공채와 김 각 선생, 그리고 정두채를 함께 엮어 돌이켜보게 한 책은 고대 이집트의 신비를 그린 <옴 세티를 찾아서(The Search for Ohm SETI)>다.
영국 출신으로 고대 이집트 세티1세 파라오의 여인에 빙의되어 평생을 세티 파라오의 영혼의 여인으로 살다 간 도로시 이디(Dorothy Eady)의 신비스런 삶을 조나단 콧(Jonathan Cott)이 그녀의 구술을 바탕으로 엮은 책이다.
1980년대 중반 을지로지하 문구상가를 걷다가 기이한 상황에서 이 책을 발견해 구입해 미친 듯이 빠져들었는데, 어느 날 밤 술에 취해 택시에 탔다가 그 책을 두고 내려 잃어버린다. 그 책을 찾을 수 있는 유일한 단서가 바로 그 책 뒷표지에 적혀있던 정공채 시인의 이름과 사무실 전화번호였던 것이다.
물론 그 책은 찾을 수가 없었고 2000년에 이르러서야 같은 책을 아마존에서 구할 수가 있었다. 지금 갖고있는 책이 바로 그책인데, 나는 어쩌다 가끔 씩 눈에 띄는 그 책에서 문득 정공채 시인이 자필로 적어 준 자신의 이름과 전화번호가 뒷표지 어딘가에 적혀있을 것이라는 착각을 하곤 한다.
#정공채정두채#김각#TheSearchforOhmSety
'sapiens(사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옛 다마스쿠스의 '同心一體' - 샤미르(Samir)와 무함마드(Muhammad) (0) | 2023.03.29 |
---|---|
'방통위' 부위원장에 내정된 최민희 (2) | 2023.03.21 |
전영애 교수의 ‘如白書院’ (1) | 2023.02.18 |
자 자 가보(Sza Sza Gabor) on her 106th birthday (0) | 2023.02.13 |
이재명에 대한 어떤 ‘예감’ (0) | 2023.01.29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