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분, 한 분 눈에 정다움으로 익숙했던 분들이 세상을 떠나고 있다.
오현경 이 분은 몇 차레 위중한 병을 용케 견뎌냈었기에 어째 구십은 쉽게 넘길 줄 알았는데,
그 걸 못 채우고 이 세상과 작별했다. 부인인 윤소정 씨가 2017년 타계했을 적에 안타까운 애도 속에
언뜻 든 생각은 오현경 저 분, 혼자서 어떻게 살아갈까였다.
그래도 그동안 근황은 잘 몰랐어도 무소식이 희소식이라 그냥 꿋꿋이 잘 견뎌내시는 것으로 만 알았는데,
작년에 뇌출혈로 쓰러지는 등 편치않은 불면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는 걸 이번에 알았다.
이것도 인연인 줄은 모르겠다만, 고인이 된 이 분과는 짤막한 한 추억이 있다.
1980년대 중반, 방배동 카페거리에 이 분이 단골로 다니는 한 카페가 있었다. 옥호가 아마 '하이양'이었을 것이다.
이 집 주인과는 충무로 시절부터 잘 알던 터라 나도 가끔씩 그 집을 다녔었다.
어느 겨울날 이슥한 밤, 그 집을 찾았더니 어떤 분이 혼자 앉아 술을 마시고 있었다.
바로 오현경 씨였다. 그 때도 얼굴이 많이 알려졌던 분이라 나는 누구라는 걸 알았는데,
주인이 나더러 소개를 시켜줬다. 많이 취한 상태에서 혼자 패스포트를 마시고 있었고 이미 두 병 째,
그러다 얼마 후 혼자 뭐라뭐라 하더니 얼굴을 두 팔에 파묻고는 그 상태로 계속 엎드려 있었다.
그 후에도 몇 번을 그 집에서 뵈었고, 같이 잔을 기울이기도 한 기억이 있다.
그리고 얼마 간의 세월이 지났고 어느 날 신문에서 이 분의 짤막한 기사를 접했다.
식도암에 걸려 투병 중이라는 것이었다. 그 때 나는 속으로 안타까움과 함께
그 독한 위스키를 병 째 들이 마셨으니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이 분의 별세소식을 다룬 한 신문의 부고기사는 오현경 씨가 1994년 식도암에 걸렸다고 적고 있는데,
나는 그게 아닐 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이 세상의 모든 것 툴툴 털고 사랑하는 부인 곁으로 가시기를 바라면서,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https://www.chosun.com/culture-life/performance-arts/2024/03/01/ALY54O6I35D37DG72LHWBJVUYE/
#오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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