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라산공원에서 만나는 어르신들 가운데 80초입의 장로님은 나에게 이것 저것 묻는 게 많다.
그 중의 하나가 스마트폰이다. 어제는 글쓰기를 한문으로 하는 게 안 된다며 물었다.
키보드를 보면 될 일이었다. 그 분 키보드에는 한자 변환 표시가 없었다.
설정의 삼성 키보드에 두 옵션이 있는데, 두 가지 모두 한자 전환이 안 되는 것이었다.
그래서 댁에 가시는 길에 삼성폰 전문점에 문의를 해보시라고 했다.
오늘 뵈었더니 고쳤다며 의기양양해 하신다.
나는 그렇게 의기양양하실 게 아니라 말 나온 김에 스마트폰을 바꾸라고 했다.
장로님은 구닥다리 스마트폰에 월이용료 1만 얼마짜리 요금제로,
데이타가 500메가다. 공주고, 충북대와 삼섬 공채 출신의 장로님은 글을 잘 쓰신다.
그리고 자신의 글을 친구들과 주변에 공유하면서 상당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
나는 뵐 때마다 좋은 글을 많이 쓰시라고 부추긴다.
그러면서 어디서든 글을 쓸 수 있는 휴대용 블루투스 키보드도 하나 드렸다.
그런데 오늘 그 분 스마트폰과 그에 관련된 말씀을 듣고보니, 내가 드린 그 키보드는 완전 무용지물이었다.
나는 스마트폰에는 적정량의 데이타가 있어야 밖에서 글쓰기를 포함해 이래 저래 편리하다 했더니,
자기는 그럴 필요성이 눈곱 만큼도 없다는 것이다. 집에 가면 PC가 있으니 그것으로 다 해결한다고 했다.
내가, 그러시면 스마트폰에 대해 이것 저것 물어볼 필요도 없습니다.
집에서 하면 될 것이니라고 했더니, 그건 다른 차원이라고 하셨다.
나는 한마디 더 덧붙였다. 그러시면 밖으로 나다니실 필요도 없겠습니다.
삼성폰 전문점에서도 구닥다리 스마트폰을 보면서 바꾸라고 했던 모양이다.
십육만 몇천원짜리로 바꾸면 월 1만원 정도 납부로 새 폰을 장만할 수 있고
데이타도 충분히 드린다고 했던 모양인데, 장로님은 일언지하에 거절했다고 의기양양해 하셨다.
그 모습을 보고 내가 답답해 쏘야 붙였다.
장로님은 보기에 호기심이 많다. 그 호기심을 충족시키려면 투자를 해야한다.
십육만 몇천원짜리 스마트폰도 말하자면 일종의 투자일 것인데, 그것으로 바꾸시지요.
그러면서 나는 곁의 사모님에게 농담조로, 장로님 새 스마트폰을 사모님이 하나 장만해 주시는 게 좋겠습니다고 했다.
그랬더니, 사모님 왈, 내가 사주는 것은 문제도 없지만 두고 두고 내가 씹힐 것입니다.
돈 쓰기를 그렇게 아까워 하시니까요 하신다.
사모님 그 말씀에 나는 장로님을 보고, 있는 돈 팍팍 쓰세요. 죽어서 갖고 갈 것도 아닌데… 했다.
사모님까지 그러니 장로님은 풀이 좀 꺾였다.
그러면서 갑자기 느릿느릿한 충청도 사투리가 나왔다.
“나 돈 없시유…”
#양장로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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