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륜, or 로맨스 그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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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sce.

불륜, or 로맨스 그레이?

by stingo 2024. 11. 1.


깔끔한 차림의 젊잖게 생긴 팔순 노인이 젊은 여자와 손을 꼭 붙잡고
필동 거리를 다니고 있었다. 당당하고 쾌활하게.
아버지와 딸, 아니면 할아버지와 손녀라고 여길 소지가 다분했고 나도 그렇게 봤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젊은 여자는 노인이 운영하는 회사의 직원이라는 것이다.
그러면 뭔가 잘못된 것 아닌가.

어제 필동선배와 점심 먹으러 나와 필동 거리를 걷다가 생긴 일이다.
그 노인과 젊은 여자는 그렇게 활보하다 우리와 마주쳤다.
그들은 선배와 잘 아는 처지인지 서서들 한참을 얘기를 나누었다.

나는 선배에게 따지듯 물었다. 저 사람들 불륜아닙니까?
나의 그런 말에 선배는 무슨 그런 심한 말을? 하는 표정이다.
아니, 벌건 대낮 중인환시리에 사장과 여직원이 손을 잡고 거리를 활보하는 게
불륜이 아니고 뭡니까?
그래도 선배는 불륜이 아니라며 오히려 감싸는 듯한 표정이다.

저런 짓이 불륜이 아니면 무엇일까.
물론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노인 그 분이 상처를 한지 오래 됐거나 해서,
홀로 살아오다 어떤 인연으로 젊은 여자를 만나 사랑을 싹 틔울 수도 있는 것이니.
이럴 경우에 들어맞는 말이 있다. 로멘스 그레이(romance grey) 아닌가.
아니면 경로 차원에서 여직원이 늙은 사장 손을 잡아 베풀어 주는 선행이라고도
봐줄 수 있는 것이고…

선배가 노인의 그런 행동을 긍정적으로 보는 건 당연하다.
비슷한 연령대에 있는 처지로 일종의 동병상련의 심정이 작용할 수도 있는 것이니까.

아무튼 필동 거리에는 이래 저래 느껴볼 만한 일들이 많은, 좀 재미있는 동네다.
‘인민 카페’라는 의미의 ’peoples cafe’도 있고…


(필돌 거리; 주간경향 사진)







#로맨스그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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