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국민 모두 축하할 일이고, 나라로서도 경사에 속한다. 그러면서도 하나 우려스러운 게 있다. 그 지긋지긋한 좌.우 이념 논쟁에 불을 붙이지 않을까 싶은 것이다.
5.18과 4.3사태를 둘러싸고 이제는 문학으로부터의 도발적인 도전이 예상되는 것이다. 문학은 문학으로만 머물러야 한다. 상상의 확장을 빌미로 다큐의 영역까지 넘보면 안 된다. 그런 측면에서 나는 한 강이 본인의 의지는 그렇다치고 강력한 다이너마이트처럼 보이기 조차 한다.
○... 소설은 스토리를 갖춘 산문체의 글이다. 그런데 운율을 느끼게 하는 운문체의 소설이 가끔씩 있다. 웬간한 필력의 소유자가 아니면 할 수 없는 글쓰기다. 나는 그런 소설 중의 하나로 이문열의 <황제를 위하여>를 꼽고 싶다. 오래 전 방바닥에 배때기 깔고 업드려 이 소설을 읽을 때, 나는 소설이 이렇게 쓸 수도 있는 것이구나 하는 감탄조의 생각을 했었다.
한 강의 노벨상수상과 관련하여 스웨덴 한림원에서는 한 강 작가의 글에 관해 '詩的인 산문'으로 높이 평가했다.
나는 그녀의 소설 가운데 <채식주의자>와 <몽고반점>을 예전 맨부커 상을 탈 즈음에 읽었다. 그런데 이 소설에 대한 느낌이 거의 남아있지 않다. 이즈음 노벨상 수상으로 그녀의 소설들이 그야말로 뜨고 있는데, 그래서 적잖은 사람들이 적고있는 관련 글들을 읽어보니 내가 봤던 느낌과는 사뭇 다르다. '詩的인 산문'이라는 느낌도 없었다. 이런 평가의 말은 오히려 이문열의 글에 맞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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