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오래 살은 우리들에게는 그 연륜 만큼이나 익숙한 서울 남산이지만,
기실 오르고 걸어보는 건 좀 낯선 일이다. 마음 먹고 그러지 않으면 하기 쉽지도 않은 것이 남산 오르기, 혹은 걷기이다.
오늘 마산중학교 16회 동기친구들끼리 작심(?)들을 하고 남산길을 걸었다.
작심이라는 표현을 쓰는 건, 다소 자발적이고 의무적인 참여가 내포되고 있는 것인데,
이는 오늘 남산둘렛길 걷기로 이번 달 정기모임을 대체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3호선 동대입구역 5번출구에서 만나 서울타워, 그러니까 옛 팔각정까지 걸었다.
3호선이고 동국대입구고 모두들 잘 알지만, 원래 늙은이들의 이런 모임에서는 우왕좌왕하기 마련이다.
그래도 용케들 시간에 맞춰 나와 예정된 시각에 올랐다.
옛 반공연맹을 지나고 국립극장을 지나면서 모두들 옛 기억들을 떠올리느라 각양각색의 얘기들이 나온다.
반공연맹 우두머리를 총재라 했는데,
그 총재와 가까웠다는 한 친구는 그 사람이 누구냐는 물음에 기억을 한참 더듬었지만 알아내지는 못했다.
나는 1990년인가, 반공연맹에서 발간되는 기관지 <자유전선>을 한 1개월 가량 도와준 적이 있다.
그때 여기서 대학 은사인 양 아무개 교수를 만난 적이 있던 기억을 떠올리느라 애를 썼다.
서울타워로 오르는 길은 예상 외로 사람들이 많았다.
특히 중국 등 외국사람들이 우리나라 사람들과 함께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오르는 모습이 이색적이었다.
서울타워의 위용을 새삼 실감했다. 남산 아래서 보는 남산타워는 그저 남산에 있는 랜드마크적인 조형물이라는
느낌 외에 별다른 어떤 감흥을 느끼지 못한다. 하지만 막상 남산을 올라 와 서울타워 앞에서 보니 그 위용은 대단했다.
특히 외국사람들은 “원더풀”을 남발했다.
맑은 가을 하늘이었지만, 팔각정에서 눈에 들어오는 서울시 전경은 혼탁해 보이는 게 답답했다.
서울타워에서는 아래로 내려가는 순환버스들이 자주 있다. 우리들은 그냥 걸어서 내려가기로 했다.
내려오면서 볼 거리도 꽤 있었다. 이 준 열사 동상은 내 기억으로는 처음 본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남산을 걷고 내려오면 가는 곳은 대개 정해져 있다. 장충동 족발이다.
우리도 예전에 그랬듯이 그 동네서 이름난 족발집으로 가서 맛있게 족발을 먹었다.
그리고 옛날 코스 그대로 하자면 빼놓을 수 없는 곳, 바로 ‘태극당‘에 가서 ‘모나카‘와 빵을 먹었다.
#남산둘렛길#마산중16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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