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진근 기사, 어디에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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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piens(사람)

오진근 기사, 어디에 있습니까?

by stingo 2022. 7. 24.

옛날 카메라를 좀 오래 만지다보면, 필수적으로 수리 쪽의 사람들을 알고있어야 한다.
나의 경우 그 중의 한 분으로 회현지하상가에 수리실을 가지고있던 오진근 씨.
이 분은 이름대신 ‘오 기사’로 불리기를 고집해 가끔 실랑이를 벌였을 정도로 성격이 좀 독특했다.
좀체 자신을 드러내지 않은 겸손함이 좀 과했다고나 할까.
나는 하지만 ‘오 기사’라는 그 호칭이 이 양반 나름의 자기 직업에 대한 자신과 자부심의 표현으로 여겼다.



그 정도로 기술이 좋았다. 충무로 입구의 J 사장과 함께 2000년대 초반 카메라 수리의 명장으로 손꼽혔다.
원래 청계천 시계골목에 있다가 충무로 거리로 온 것은 회현지하상가의 대형 카메라점 사장들 때문이었다.
곁에 두고서 이용할 그 기술이 필요했기 때문에 가게를 얻어주며 모셔온 것이다.
아무튼 이 양반은 그만큼 카메라를 잘 만지고 잘 고쳤다. 못 고치는 카메라가 없을 정도였다.
Contaflex TLR이라는 만지기 어려운 1930년대의 카메라가 있다.
그 카메라를 2002년인가 내가 처음 어렵게 갖고 들여왔을 때 작동이 되질 않았다.
그걸 이틀 만에 거의 완벽하게 새 것으로 수리를 했으니, 나로서는 이 분을 잘 모시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나하고는 개인적으로도 친했다. 나보다 몇 살 아래였던 관계로 형님이라고 불렀지만,
나는 이 양반이 ‘오 기사’를 고집하듯, 그 호칭을 거부했다.
대신 옛 신문사 호칭인 ‘김 부장’으로 부르라고 했다.

그러던 ‘오 기사’ 이 양반이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다.
앞에 글이 좀 장황했던 건, 이 양반이 사라졌다는 이 부분을 강조하기 위한 측면이 있다.
그게 2011년 후반 쯤이었을 것이다.
아무런 연락이나 낌새도 없이 ‘오 기사’가 그냥 어느 날 회현지하상가에서 갑자기 사라져버린 것이다.
그리고 10여 년이 지난 지금에까지도 이 양반에 대한 소식은 알 수가 없다.
물론 나 뿐만 아니라 충무로 사람들이 그 후 여기저기 수소문을 놓아 많이 찾았다.
그러나 무슨 이유로 사라졌는지,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있는지, 어떻게 살고있는지에 관해 알 수가 없었다.
그야말로 말 그대로 증발해버린 것이라,
당시 여러 말들이 나돌기는 했지만 뒷받침 될 그 어떤 정황도 전무해 그냥 풍설로만 그쳤다.
오늘 나의 옛 블로그에 ‘오 기사’ 이 양반에 관한 글이 우연히 눈에 띄었고 그래서 이 양반 생각이 났다.
나는 아직도 이 양반을 찾고있는 중이다.
혹여 이 글을 보고 본인이나 아시는 분들의 연락이 닿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오 기사’ 사진은 옛 블로그에 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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