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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한 '추억' 고향 마산에서의 지난 날 어떤 여름의 한 추억 이야기다. 가포해수욕장을 지나 갯바위를 거슬러가면 어디가 나올까. 아주 어릴 적 그런 생각을 해 본적이 있다. 아마도 커크 더글라스와 실비아 망가노가 나오는 '율리시즈'인가 하는 영화에서, 가포 그쪽 바다와 비슷한 그리스 에게海 해협을 본 후일 것이다. ​ 국민학교 2학년 때 혼자서 그 쪽으로 갔다가 여러가지로 죽을 뻔 했다. 상상과 욕구의 힘은 크다. 이끌리듯 혼자서 가포바닷길을 걸어가는데, 머리 속은 기어코 영화에 나오는, 해협을 가로질러 서 있던 그리스의 海神을 꼭 보고야 말겠다는 집념으로 가득찼다. ​ 날카로운 갯바위를 건너고 또 건너 걸어가는데 길이 끝이 없다. 저 모서리만 돌면 뭐가 나타나겠지 하지만 계속 돌아가는 갯바윗길이다. 수영복과 팬티 겸용.. 2020. 7. 28.
가야산, 1990 사진 액자 뒤에 쓰여진 글귀의 날짜로 보아, 1990년 4월 29일 가야산 정상을 앞에 둔 새벽 여명 무렵에 찍은 사진이다. 가물한 기억을 되짚어 본다. 1990년 4월 무렵이면, 다니던 통신사 사장과의 불화로 퇴사를 고민하던 때다. 그 해 6월 신문사로 갔으니, 4월이면 회사에 사직을 통보하고 나가지 않으면서 일종의 사보타주를 하고있을 때인데, 그 무렵 홀로 훌쩍 떠나 가야산으로 올랐던 것이다. 가야산을 왜 갔을까. 뚜렷한 기억은 없지만, 아마 아버지가 그리워 올랐을 것이다. 아버지와 가야산을 함께 올랐던 게 1975년이다. 그 때 해인사 인근에서 하룻밤을 묵고 새벽에 아버지와 함께 오르던 가야산이다. 문득 아버지가 생각났고 가야산이 겹쳐지면서 그냥 밤차를 달려 해인사에 도착해 아버지와 갔던 그 코스로.. 2020. 7. 7.
라디오, 그리고 월칭 마틸다(Waltzing Mathilda) 라디오를 좋아한다. 그것도 아날로그 식 라디오. 영상과 디지털시대에 웬 아날로그 라디오인가. 세상 살아가면서 세상사를 모르고 지나칠 수는 없는 일이니, 뭔가를 통해 아는 폼이나 내야 할 것인데, 그 매개체로 나는 라디오가 좋다는 말이다. 나이 탓인가, 아무래도 보는 것은 피곤하고 그냥 눈 감고 듣는 게 좋다. 보기보다는 듣는 소리가 편하다는 얘기인데, 그게 디지털 음향처럼 탁탁 틔는 것보다 나긋나긋 감겨오는, 말하자면 멜랑꼬릴리한 소리가 좋아서 아날로그 라디오를 고집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런 류의 라디오가 몇 개 있다. 잠자리 머리맡에는 50년대 텔레풍켄 스탠드 라디오가 있고, 거실 한 구석에는 진공관식 그룬디히 라디오가 놓여있다. 산책길에 이어폰으로 들을 수 있는 소형 라디오도 몇 개 있다. .. 2020. 7. 1.
阿火 '오봉산 호랑이'와 백모님 간밤 꿈에 어렴풋하나마 어떤 분이 보였는데, 아침에 생각해보니 오래 전에 돌아가신 백모님이 아니었던가 싶다. 내 머리맡에 앉아 나를 내려다 보고 계시는 것이었는데, 백모님이 왜 보였을까가 궁금하다. 내일이 아버지 제사라서 그랬을까. 어릴 적 아버지를 따라 경주 아화에 있는 큰집을 자주 갔다. '큰 어무이'라고 부르던 백모님은 바지런하셨다. 어린 눈으로 보기에 잠시도 쉬지않고 사시사철 매일을 일만 하시는 것으로 보여 측은한 마음까지 들게했다. 어느 따스한 봄날 오후였을 것이다. 큰집 마당에서 강아지와 놀고 있는데, 백모님이 화급하게 집으로 들어 오신다. 뭔가 혼비백산한 모습이다. 백모님을 따라 집으로 온 몇몇 아낙네들도 같은 모습이다. 백모님 말씀은 호랑이를 보셨다는 것이었고, 얼마나 무섭고 다급했던지 방.. 2020. 6. 29.
軍시절의 한 여름, 어떤 '도식(盜食)'의 추억 송악 OP에서의 군 시절, 나는 식사배달 병이었다. 그러니까 아침, 점심, 저녁 세 끼의 OP 중대본부 식사를, OP 산 아래 화기소대 식당에서 마련해주는 것을 배달해오는 역할이었다. 매끼 식사 배달은 간단하다. 지게에다 바케스 두 개를 매달아, 한 쪽은 밥, 또 한 쪽은 국을 넣어 짊어지고 오는 것이었다. 김치 등 부식 몇 가지는 사흘에 한 번꼴로 갖고 와 중대본부에 보관해놓고 먹었다. OP에서 화기소대를 오가는 길은 산길이다. 거리로는 한 7, 8백 미터쯤 되는데, 오르락 내리락하는 길이다. 그 산길을 20여 명 분의 밥과 국이 든 지게를 매고 매일 오르내리는 건 쉬운 일은 아니다. 특히 여름철 무더운 날씨엔 한 번 오르내리면 녹초가 된다. 요령삼아 중간에 좀 오래 쉬기라도 하는 낌새가 보이면 고참으.. 2020. 6. 26.
老人들을 위한 '꽃보다 할배' vs.'Last Vegas' 모건 프리먼(81), 로버트 드 니로(77), 케빈 클라인(73), 마이클 더글라스(76). 모두들 헐리웃을 풍미했던, 아니 지금도 하고 있는 글로벌 명배우들이다. 모건 프리먼 하면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가 떠오른다. 인종차별이 심한 미국 남부지방을 배경으로 돈 많고 완고한 유대계 미망인의 중후하면서도 자존심 강한 흑인 운전기사 역이 압권이었다. 로버트 드 니로도 새삼 두 말할 필요가 없는 연기자다. 마침 며칠 전 한 주말 방송에 그의 대표작인 '디어 헌터'가 재방돼 젊었을 적 그의 모습을 다시 한번 볼 수 있었다. 마이클 더글라스와 케빈 클라인은 앞의 두 배우보다는 젊지만, 각기 헐리웃을 대표하는 배우로 손색이 없는 캐릭터를 갖고 있다. 이들 네 배우의 공통점은 나이가 많다는 점에서 헐리웃에서는 ‘할.. 2020. 6.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