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mory76 충무로를 거닐면서… 어제 필동선배와 필동 '옥가네된장'에서 점심을 하고 혼자 충무로로 나왔다. 날도 꾸무적하면서 옛 추억이 묻어나는 충무로 길을 걸으며 약간 멜랑꼬릴리해졌다. 세월의 흐름 속에 충무로도 변화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래도 그나마 서울도심의 다른 지역보다는 많이 변하지 않은 곳이 충무로라, 아직도 그 익숙함은 곳곳에 배여있다. 충무로는 랜드마크가 극동빌딩이다. 옛날 충무로 시절, 약속을 하면 거의 대부분 극동빌딩 지하다방, 아니면 빌딩 뒷문 쪽에서 만났다. 그리고 밖으로 나오면 먹고 마시러 갈 곳이 즐비했다. 극동빌딩에서 옛 간호전문대학 쪽으로 걸어오다 오른 쪽으로 꺽어지는 길 맞은 편에 있는 '뚱보갈비'를 참 많이도 다녔다. 내 또래였던 이 집 사장이 뚱보였기에 옥호에 ‘뚱보‘가 들어가 있었다. 부산사람.. 2024. 11. 21. <로동신문>과의 인연, 혹은 악연 1970, 80년대 폐쇄적인 북한을, 일방적인 선전도구일 망정 북한의 대외적인 측면에서 그나마 들여다 볼 수 있는 창구는 로동당에서 발행하는 기관지 이었다. 나는 이 신문을 1976년 대학에 복학해 졸업논문을 쓰면서 처음 보았다. 그 때는, 지금은 안 그렇겠지만, 이 신문을 보기가 엄청 까다로웠다. 나는 그 때 국토통일원에 가서 몇몇 과정을 거쳐 이 신문을 접했는데, 을 보면서 느낀 첫 인상은 당혹감이었다. 폐쇄적인 북한에서 발행되는 신문이라는 선입감이 있었지만, 그래도 신문이니까 최소한 일반적인 관점에서 공유되는 기본 프레임은 갖추고 있는 줄 알았지만, 처음 접한 은 이런 나의 예상을 완전히 빗나갔다. 신문이 아니라, 선전삐라 같은 것이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다. 김일성 사상이나 당의 강령을 주입시키기 .. 2024. 8. 31. 장마비 오는 날의 추억 문득 돌아보니 내 주변에 사람들이 많이 없어졌고 나 혼자 남아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주변에 人跡이 드문 드문해진 것이지요. 있기는 해도 이제는 의사소통이 어려운 분들 뿐이니, 그런 선배들을 다 합쳐서 그냥 모두 없어진 것으로 여겨지는 것입니다. 1980, 90년대 언론계 그 선배들과 보낸 시절은 참으로 재미있었고, 낭만적이었고, 가슴 두근거리던, 그러나 한편으로 심란한 생각들로 충만했던 나날이었습니다. 거의 매일 매일이 술을 마시고자 하는 껀수나 핑계를 어떤 것으로 하는가로 과장을 좀 보태 부심하던 시절이었습니다. 이를테면 홍성유 선생의 맛집 소개 책이 우리나라에셔 처음 나왔을 때가 가장 풍성했던 것 같습니다. 그 책에 소개된 맛집이 전국적으로 666곳이었고, 서울과 수도권에만도 수백 집이 넘었으니 그 .. 2024. 7. 8. 雪岳山 공룡능선 '대리만족' 후배들이 설악산 공룡능선상에서 함께 한 산행 사진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한다. 이 게 바로 대리만족이구나 하는. 이제는 그럴 나이, 그러니까 체력이고 정신력이고 간에 이제 설악산은 정말이지 나에겐 그림의 떡이 되고있는 것이다.1980년대 공룡능선은 아무나 어느 때고 가는 그런 곳이 아니었다. 시방처럼 제대로 된 길도 없었고, 그래서 한번 길을 잘못 들면 설악귀신으로 영원에 들어야 하는 등 도처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난이도가 높은 설악의 숨겨진 비경이었다.나는 1984년 10월 아시안게임 연휴 때 같은 동네 사는 산행초짜와 함께 텐트를 매고 공룡능선에 올랐다가 거의 죽을 뻔 했다. 그 후 공룡과는 이상하게도 인연이 닿질 않았다. 두어 번 갈 기회가 있었는데 모두 초반에 포기했었다. 공룡 첫 산행에서 느.. 2024. 5. 22. 고교동기들과의 창덕궁 탐방, 그리고 낙원동의 추억 어제 고교동기들과의 창덕궁 탐방. 어언 70줄 나이에 든 우리들 처지로서는 여러모로 합당하게 어울리는 좋은 나들이다. 나로서는 몇십년 만의 창덕궁이라 그런지 창덕궁에서의 가는 곳마다에 옛 추억이 떠올랐다. 옛날 성균관대에서 창덕궁 후원인 비원으로 통하는, 아는 사람만 아는 통로가 있었다. 1978년인가, 다니던 옛 회사 사무실이 창덕궁 맞은 편 원남동 골목에 있었다. 사내결혼을 한 아내와 데이트를 할 적에 회사사람들 눈을 피하려니 장소가 아주 제한적이었다. 갈 곳이 마땅치 않은 처지에 아내 모교인 명륜동 성균관대 인근이 그런대로 괜찮았고, 그래서 그 동네를 자주 찾았다. 성대에 와서는 캠퍼스를 돌아다니다가는 비원으로 통하는 그 비밀통로를 이용해 비원과 창덕궁엘 많이 왔었던 것이다. 그런 옛 기억을 떠올려.. 2023. 10. 14. 추억의 ‘The Sound of Silence’ The Sound of Silence. 1970년 대학에 입학하고 나서 많이 듣고 따라 부르던 사이먼 앤 가펑클(Simon & Garfunkel)의 노래다. …people talking without speaking, people hearing without listening… 이 노래를 들으며 가사를 음미해보면 음악성 뿐 아니라 폴 사이먼의 문학적인 천재성이 드러난다. 이 노래에 얽힌 추억 하나. 1학년 때 청파동에서 하숙 할 적에 숙대 정문 앞 적산가옥에 살던 경식이라는 약대 4학년 선배가 있었다. 기타를 잘 다뤘고 노래도 잘 불렀다. 학교축제를 앞두고 이 선배가 이런 제의를 해왔다. 축제 음악콩쿨에 한번 나가보자는 것이다. 1등 상품이 대단했다. 선배가 나를 하도 추켜세우는 바람에 응락을 했다. 레.. 2023. 8. 28. 이전 1 2 3 4 ··· 1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