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mory76 Tina Turner의 'Proud Mary' 맨날 텔레비전을 도배질 하는 트로트만 듣다가 오랜만에 들어보는 티나 터너의 프라우드 매리. 꾸무적한 날, 집에서 마시는 소주 혼술에 맛을 더 한다. 가만있자, 그런데 티나 터너가 올해 몇 살인가. 우리 나이로 82살이다. 저 무대가 2014년 것이니, 그 때 티나 나이 76살이었던 것인데, 지금 봐도 새삼 대단하지 않은가. 옛날 1970년대인가, 어떤 007 시리즈 영화 첫 시작 부분에 현란한 춤과 노래로 활화산처럼 등장했던 그 때의 티나가 생각난다. 2014년 저 비디오를 물론 예전 그 때에 봤다. 그 때 본 느낌과 대비되어지는 게 있다. 티나의 노래에서 세상살이의 만감을 뛰어넘는 어떤 초월감이 느껴지는 것이다. 더불어 動中靜이랄까, 티나가 내 나름의 선입감에서 벗어나 왜 그리 그리 정숙감을 주는지.. 2020. 9. 18. 김민기 '친구' 노래 불러본지 오래 된다. 노래 부를 기회가 더믈고 쉽지않다. 어쩌다 정말 어쩌다 친구들과 노래방에서 그럴 때가 있긴 하지만 대개는 나더러 못 부른다며 나를 빼고 지나치기 일쑤다. 정말 못 부르는가 싶어 혼자서 흥얼거려 보곤 하는데, 내가 듣기에도 노래를 못 부른다. 어쩌다 내가 이리 되었는지 모를 일이다. 한 때 나도 노래 좀 잘 부른다던 시절이 있었다. 노래로 덕을 본 때도 있다. 군 시절에 그랬는데, 점호 끝나고 야심한 밤에 고참들 앞에서 노래 몇 곡 불러주고 소주와 라면을 얻어 먹기도 했다. 학교 다니던 시절에 많이 불렀던 노래가 있다. 김민기의 '친구'라는 노래다. 김민기의 노래는 대부분 키(key)가 높지않아 고음에 약한 나에게는 잘 맞았다. 특히 읊조리는 음유풍이어서 흐름과 분위기를 타면 부.. 2020. 9. 10. 靑巖寺 단상 대구 간 길에 靑巖寺라는 절에 올랐다. 성주를 지나 무주 쪽으로 한참 가니 김천이 나오고, 佛靈山이 있고, 그 산에 들어앉은 절이다. 비구니 절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비구니들이 많이 오간다. 절을 둘러보니 절 자체로 운영하는 ‘승가대학’도 그 안에 있다. 절에 오르기 전 절을 안내한 동생으로부터 대충 설명을 들었다. 김천의 유지로, 김천고등학교를 설립한 崔松雪堂이라는 분이 자신의 사재를 털어 절의 重創과 부흥에 헌신했다는 것. 그게 1920년경이라고 한다. 가람은 엎드린 소(臥牛)의 형국이다. 그래서 부드럽고 포근하다. 곱게 뻗은 소나무들이 가람을 둘러쌓다. 호젓한 절 길을 오르니 계곡을 아래로 두고 글자를 새긴 바위들이 여럿 나오는 게 이색적이다. 숱한 이름들이 새겨져있다. 많은 이름들 중에 유난.. 2020. 9. 10. 북한산 '숨은 벽' 그대 거기 붙박혀 움츠려 있음은 오가는 흰구름 따라 눈길 보내거나 매서운 칼바람에 옷깃 여미거나 꽃 피고 지고 새 울어서 단풍 물들어서 흐르는 시간으로 그냥 흘러가는 것들 내버려두는 뜻은 아니다 그대 거기 그냥 주저앉아 있음 아니다 타박타박 그대 외로움 세상을 밟고 간다 (이 성부 '숨은벽 3') 북한산 '숨은 벽'을 마주하고 보면 숨이 턱 막힌다. 거대한 장벽 같기 때문이다. 하지만 산길이기도 하다. 숨은 벽을 오르면 곧장 백운대로 이어진다. 슬랩 아래로 우회해서 백운대로 오르는 길도 있다. 그러나 슬랩이 그냥 두지를 않는다. 손짓을 한다. 나를 한번 타 보아요 한다. 이십 년도 훨씬 넘었다. 어느 해 늦은 가을날, 숨은 벽을 올랐다. 믿을 것은 오로지 손가락과 신발이다. 구부린 채 다섯 손가락으로 바.. 2020. 9. 9. 대청봉(大靑峰) 보름달 설악의 품 속이다. 한계령에서 중청봉(中靑峰) 가는 길. 끝청을 지난 어디 쯤일 것이다. 대청이 손에 잡힐 듯 하지만, 아직도 올라야 할 저만치 남은 산길. 이 무렵이면 지친다. 흐느적거리는 발걸음, 턱에 차오르는 가쁜 숨. 지친 발걸음을 잠시 멈추고 멀리 하늘을 본다. 대청봉 하늘에 보름달이 걸렸다. 해걸음 무렵이지만 아직도 청명한 가을 하늘, 그 하늘에 높이 뜬 보름달. 둥근 달이 손짓을 한다. 얼마 남지 않았다. 빨리 오세요. 산길 발걸음을 다시 추스리자. 우리들이 오늘 머물 곳은 중청이다. 대청을 넘어 조금만 더 가자. 그 품에 안길 것이니. (2010. 10) 2020. 9. 9. 추억 속의 노래, '아네모네' 이미자가 부른 '아네모네' 이 노래의 옛 카셋 테이프를 갖고 있다. 이 노래를 텔레풍켄 모노 카셋 플레이어에 놓고 가끔 듣는다. 이미자의 구성진 음성에 멜랑꼬릴리(melancholily)가 더 해진다. 오늘처럼 비가 오는 아침, 커피 한잔에 에 문득 이 노래가 듣고 싶어져 듣고있다. 1968년에 이 노래가 나왔다. 어머니가 심부름을 시켰다. 동네 '삼용건재' 아래 양판가게에 가서 이 노래가 담긴 양판을 사오라는 심부름이다. 어머니는 이미자 노래를 무척이나 좋아했다. 그래서 이미자의 새로운 노래가 라디오에서 나오면 따라 배워 부르기도 했고, 더러는 양판을 사기도 했다. '아네모네' 이 노래는 영화주제가다. 주요섭의 소설 '아네모네의 마담'이 원작인 이 영화에 담긴 노래인데, 신성일. 엄앵란 커플의 주연에 .. 2020. 9. 7. 이전 1 ··· 7 8 9 10 11 12 1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