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piens(사람)195 김동길 박사(1928-2022) 김동길 교수 가신지도 삼년 째다. 오랜 만에 본다. 김동건 아나운서가 진행하던 저 방송에 출연한 게 1986년이니, 지금으로부터 39년 전, 그러니까 김동길 박사 58세 때의 모습이다. 김동길 하면 떠오르는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콧수염이 젊다. 언뜻 ‘청년 김동길’의 모습이 연상될 정도로 젊은 김동길이다. 김동길 박사를 이렇게 옛 텔리비전 프로그램에서 대하니 정말이지 사람이 그리운 시절이다. 사람같은, 특히 어른이라 칭해질 수 있는 사람 말이다. 옛 정권에 대해 뭐라뭐라 말들이 많지만, 그래도 그런 사람들이 곳곳에 있던 시절이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정치꾼들은 득실거린다. 그런 시절, 위트와 통열한 비판이 깃든 ‘3김 낚시론‘같은 글로 세상을 그나마 웃음짓게 하고 든든하게했던 그 분, 그래서 더욱.. 2025. 1. 5. 김희곤 선생 오늘 저녁 공덕동에서 좋은 분을 만났다. 상면으로 뵙기는 처음이지만, 이미 아는 처지라 해도 무방하겠다. 페이스북에서 만난 분이다. 김희곤 선생의 글을 나는 좋아한다. 선생은 행정학이 주전공인데, 전공과는 무관한, 주로 고전한문에 관한 글을 정갈하게, 그리고 깊이있게 거의 매일 올리고 있고, 그 방면에 거의 지식이 없는 나로서는 선생의 글들을 통해 많이 배운다. 오늘 선생과의 만남은 책을 싸는 봉투가 계기가 됐다. 나에게 그게 없고 구할 줄도 몰라 쩔쩔 맨다는 식의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더니 선생이 연락을 해왔다. 갖고있는 것 중에 여분이 있으니 그것을 나에게 주겠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오늘 뵙게 되었는데, 선생은 적잖은 양의 그 봉투를 손수 들고 나왔다. 선생과 만나는 과정도 그리 순탄하지는 않았다. 나.. 2024. 12. 27. 어머니의 體臭 겨울에 덮고 잘 이불이 마땅찮다. 옛날엔 집에 널린 게 이불이었는데, 왜 이리 됐는지 모르겠다. 몇 번 이사 다니면서 내다 버렸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아내가 새 이불을 장만하겠다고 하는 걸 내가 극구 반대했다. 집에 있는 짐들을 줄여야 할 나이에 새 이불을 산다는 게 말이 되겠는가, 내 말에 아내도 결국 수긍을 했다. 나는 믿는 구석이 있었다. 작은 방에 어머니가 사용하시던 장롱이 하나 있다. 그 안에 어머니가 우리 집에 오실 때 덮고 주무시던 이불이랑 벼개가 있다. 나는 어머니 쓰시던 걸 쓰면 되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올 겨울 오기 전, 날이 좀 쌀쌀해졌을 때 나는 어머니 이불을 꺼냈다. 어머니가 손수 솜을 넣어 만든 옛날 이불이다. 여러모로 지금 이불과는 다르다. 우선 무겁다. 그리고 두텁다... 2024. 12. 19. 필동 선배님 사진 필동선배와 관련한 일이 이제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사진도 필요하다. 그래서 오늘은 필동선배 사무실에서 선배 사진을 찍었다. 전문 사진가가 아니니 많이 찍은 것들 중에 골라서 써야 한다. 오늘 그 작업을 위해 라이카 카메라를 가져 갔다. 스마트폰 카메라가 좋으니 특별히 라이카 카메라가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선배의 모습을 라이카 특유의 경조흑백으로 찍고싶은 마음이 있었기 때문에 라이카를 갖고 간 것이다. 선배야 라이카가 어떤 카메라인지 잘 모른다. 아무튼 좋은 카메라라는 것만 설명을 해주고 사진을 찍었다. 그런데 출발부터 이상했다. 사진이 영 이상하게 나오는 것이다. 몇번을 찍어도 그랬다. 카메라에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좀 오랫 동안 사용을 하지 않았으니, 그에 따라.. 2024. 12. 5. ‘사이먼 앤 카펑클’의 아트 카펑클(Arthur Garfunkel)은, 84살 할아버지 오늘 우연히 유튜브를 보다 깜짝 놀랐다. 20세기를 풍미한 듀엣 사이먼 앤 카펑클의 독보적인 싱어였던 아트 가펑클의 최근의 모습을 본 것인데, 완전히 할아버지가 돼 있었다. 그레이엄 내시(Graham Nash), 주디 콜린스(Judy Collins)와 함께 지난 해 존 레논 43주기를 맞아 ‘이매진(Imagine)’을 함께 부르며 존 레논을 추모하고 있는 모습이었는데, 예전의 그 훤칠하면서도 노래처럼 탁 트인 모습은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단 하나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매부리코로써 그를 그나마 짐작하게 할 수 있었다. 그의 나이를 돌이켜보며 찾아 봤더니 올해 우리 나이로 84살이다. 그러니 그 나이에 걸맞는 할아버지의 모습이기는 했겠지만, 나의 기억 속에는 젊은 시절 노래하던 그 모습으로만 .. 2024. 12. 2. 어니스트 헤밍웨이(Ernest Hemingway)의 독특한 글쓰기 버릇 유명한 작가들은, 모두 다 그런 건 아니지만, 대체적으로 글쓰기에 있어 저마다들 독특한 버릇이 있습니다. 이를테면 마음먹은 한 작품을 끝낼 때가지 몸을 전혀 씻지 않는다든가, 혹은 글쓰기를 전후해 반드시 술을 마시는 작가들도 있습니다. 이들 가운데 꼭 언급되는 작가가 바로 어니스트 헤밍웨이(Ernest Hemingway; 1899-1961)입니다. 헤밍웨이는 작가 이전에 몸을 사리지 않는 모험을 즐기는 한편으로, 혁명과 변혁 등 세상의 움직임과 인간사에 지나친 관심을 갖고 직접 뛰어들기도 한 모험가이자 혁명아이기도 했습니다. 그런 헤밍웨이도 물론 글쓰기에 있어 독특한 습관이 있었습니다. 이는 그의 언행과 행태를 놓고 볼 때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닐 것입니다. 헤밍웨이는 이른 아침에 일어나 선 채로 글을 .. 2024. 11. 30. 이전 1 2 3 4 5 6 ··· 3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