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1610 북한산 '숨은 벽' 그대 거기 붙박혀 움츠려 있음은 오가는 흰구름 따라 눈길 보내거나 매서운 칼바람에 옷깃 여미거나 꽃 피고 지고 새 울어서 단풍 물들어서 흐르는 시간으로 그냥 흘러가는 것들 내버려두는 뜻은 아니다 그대 거기 그냥 주저앉아 있음 아니다 타박타박 그대 외로움 세상을 밟고 간다 (이 성부 '숨은벽 3') 북한산 '숨은 벽'을 마주하고 보면 숨이 턱 막힌다. 거대한 장벽 같기 때문이다. 하지만 산길이기도 하다. 숨은 벽을 오르면 곧장 백운대로 이어진다. 슬랩 아래로 우회해서 백운대로 오르는 길도 있다. 그러나 슬랩이 그냥 두지를 않는다. 손짓을 한다. 나를 한번 타 보아요 한다. 이십 년도 훨씬 넘었다. 어느 해 늦은 가을날, 숨은 벽을 올랐다. 믿을 것은 오로지 손가락과 신발이다. 구부린 채 다섯 손가락으로 바.. 2020. 9. 9. 대청봉(大靑峰) 보름달 설악의 품 속이다. 한계령에서 중청봉(中靑峰) 가는 길. 끝청을 지난 어디 쯤일 것이다. 대청이 손에 잡힐 듯 하지만, 아직도 올라야 할 저만치 남은 산길. 이 무렵이면 지친다. 흐느적거리는 발걸음, 턱에 차오르는 가쁜 숨. 지친 발걸음을 잠시 멈추고 멀리 하늘을 본다. 대청봉 하늘에 보름달이 걸렸다. 해걸음 무렵이지만 아직도 청명한 가을 하늘, 그 하늘에 높이 뜬 보름달. 둥근 달이 손짓을 한다. 얼마 남지 않았다. 빨리 오세요. 산길 발걸음을 다시 추스리자. 우리들이 오늘 머물 곳은 중청이다. 대청을 넘어 조금만 더 가자. 그 품에 안길 것이니. (2010. 10) 2020. 9. 9. 무 지 개 오늘 새벽산책 길에 무지개를 만났다. 길에는 비바람이 불고 있었다. 태풍의 여파일 것인데, 그런 줄 모르고 우산도 안 들고 나왔다. 인적없는 길에서 몰아치는 비바람을 맞고 있으니 흡사 무변광대의 광야에 선 상쾌한 기분이었다. '마리아수도회' 성당을 보며 왔다 갔다 하다가 방향을 바꿔 성당을 측면에서 보고 걷는 길로 접어들었다. 새벽산책은 내 나름의 기도 길이기도 하다. 거의 매일 바치는 기도 내지 바람에는 이런 저런 게 있다. 그 중에는 주변의 아픈 분, 그리고 세상을 뜬 분을 위한 것도 있는데, 아마도 이 두 주제로 그러는 중이었을 것이다. 비는 소강상태였지만, 계속 내리고 있어 움츠리며 걷고 있는데, 왼쪽, 그러니까 성당 쪽에서 시선을 끌게하는 뭔가가 느껴졌다. 부지불식 간에 그쪽으로 고개를 돌려 보.. 2020. 9. 8. 추억 속의 노래, '아네모네' 이미자가 부른 '아네모네' 이 노래의 옛 카셋 테이프를 갖고 있다. 이 노래를 텔레풍켄 모노 카셋 플레이어에 놓고 가끔 듣는다. 이미자의 구성진 음성에 멜랑꼬릴리(melancholily)가 더 해진다. 오늘처럼 비가 오는 아침, 커피 한잔에 에 문득 이 노래가 듣고 싶어져 듣고있다. 1968년에 이 노래가 나왔다. 어머니가 심부름을 시켰다. 동네 '삼용건재' 아래 양판가게에 가서 이 노래가 담긴 양판을 사오라는 심부름이다. 어머니는 이미자 노래를 무척이나 좋아했다. 그래서 이미자의 새로운 노래가 라디오에서 나오면 따라 배워 부르기도 했고, 더러는 양판을 사기도 했다. '아네모네' 이 노래는 영화주제가다. 주요섭의 소설 '아네모네의 마담'이 원작인 이 영화에 담긴 노래인데, 신성일. 엄앵란 커플의 주연에 .. 2020. 9. 7. "Abuse of power has become the norm in Moon's South Korea and Koreans are taking notice" - Aljazeera 중동의 유력 매체인 알자지라(Aljazeera)에 게재된, 문재인 정권의 실정을 비판하는 한 재외 한국인 교수의 용기있는 칼럼입니다. "한국에서 문재인 정권의 권력 남용이 거의 일반화 됐고, 한국민들이 이제 그것을 알아차리고 있다 (Abuse of power has become the norm in Moon's South Korea and Koreans are taking notice)"는 타이틀과 부제에서 알자지라의 문재인 정권을 보는 비판적인 시각이 눈에 띕니다. 필자인 김형아 교수는 현재 호주국립대학의 정치역사학부 조교수로 재직 중인 여성 정치학자입니다. Abuse of power has become the norm in Moon's South Korea And Koreans are .. 2020. 9. 7. 동네 '마리아수도회' 성당 동네 '마리아수도회' 성당이 코로나로 다시 셧 아웃이다. 성당에 와서 "허탕쳤다"라는 말이 가당찮은 것인지 모르겠다. 오후 3시 미사라는 것만 알고 왔는데, 문이 닫힌 것이다. 그런 가운데서도 '할 일' 한 가지는 끝냈다. 그리고 좀 오래 머물렀다. 이 성당은 올 적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참 소박하면서도 아름답다. 수도원 경내의 성모마리아 상이 두 개의 형상이라는 게 좀 이색적이다. 하나는 기존의, 그러니까 서구적 형상의 것이고, 다른 하나는 한국 여인 모습의 마리아 상이다. 그 두 성모상이 한 눈에 들어오는 곳에서 바라보니, 비에 젖고있는 두 마리아 상이 서로들 저마다의 모습이지만 무언지 모를 안도감과 포근함을 준다. 이곳 성당 건물에서 볼 만한 곳은 성당 뒷면이다. 견고한 타원의 성벽을 연상시키는 웅.. 2020. 9. 6. 이전 1 ··· 221 222 223 224 225 226 227 ··· 26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