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1605 秋 美 哀 추미애 법무장관의 윤석렬 검찰총장에 대한 이런 저런 저격성 발언이 연일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원래 그런 사람으로 치부해왔던 터라 그리 놀랄 일은 아닙니다. 조선의 풍자시인 김삿갓의 시에 이런 게 있다고 전해지는데, 사실일까요. 법무장관으로 지명된 추미애가 떠 올려지는 시지요. 秋美哀歌靜晨竝, 雅霧來到迷親然. 凱發小發皆雙然, 愛悲哀美竹一然. (추미애가 정신병, 아무래도 미친 년. 개발소발개쌍년, 애비애미죽일년). 한자음으로 읽으면 이렇지만, 그 내용은 그렇지 않습니다. 딴 판입니다. "가을날 곱고 애잔한 노래가 황혼에 고요히 퍼지니, 우아한 안개가 홀연히 드리운다. 기세 좋은 것이나 소박한 것이나 모두가 자연이라, 사랑은 슬프며 애잔함은 아름다우니 하나로 연연하다.“ 발음으로 읽는 것과 .. 2020. 6. 29. 阿火 '오봉산 호랑이'와 백모님 간밤 꿈에 어렴풋하나마 어떤 분이 보였는데, 아침에 생각해보니 오래 전에 돌아가신 백모님이 아니었던가 싶다. 내 머리맡에 앉아 나를 내려다 보고 계시는 것이었는데, 백모님이 왜 보였을까가 궁금하다. 내일이 아버지 제사라서 그랬을까. 어릴 적 아버지를 따라 경주 아화에 있는 큰집을 자주 갔다. '큰 어무이'라고 부르던 백모님은 바지런하셨다. 어린 눈으로 보기에 잠시도 쉬지않고 사시사철 매일을 일만 하시는 것으로 보여 측은한 마음까지 들게했다. 어느 따스한 봄날 오후였을 것이다. 큰집 마당에서 강아지와 놀고 있는데, 백모님이 화급하게 집으로 들어 오신다. 뭔가 혼비백산한 모습이다. 백모님을 따라 집으로 온 몇몇 아낙네들도 같은 모습이다. 백모님 말씀은 호랑이를 보셨다는 것이었고, 얼마나 무섭고 다급했던지 방.. 2020. 6. 29. 6월 29일 오늘 '묵주의 9일기도' 56일 째. 기도를 바치는 정해진 룰에 따른 마지막 날이다. 내 생애 처음 해본 묵주 9일기도다. 5월 5일 시작해 오늘에 이르기까지 기도를 드리게 해 준 예수님과 성모 마리아께 감사를 드렸다. 절절한 마음이었다. 오늘 새벽 길 기도 중에 유독 떠올려지는 장면과 말씀이 있다. 예수님이 수난을 앞두고 겟세마니에서 사람의 아들로 하느님께 드리는 기도다. "아버지, 아버지께서 원하시면 이 잔을 저에게서 거두어 주십시오. 그러나 제 뜻이 아니라 아버지의 뜻이 이루어지게 하십시오"(루카 22, 42). 묵주 9일기도를 바치면서 바람이 왜 없었겠는가. 애시당초 기도의 시작이 그것이었지 않은가. 그러나 기도를 바치면서 마음은 무거워져 갔고, 나의 바람의 생각은 자꾸 엷어져 갔다. 간절한 바람.. 2020. 6. 29. '소경 할머니의 햇볕(Sunshine in the Blind Woman's Room)' by 아나 앙케르(Anna K. Ancher), 1885 '소경 할머니 방의 햇볕(Sunshine in the Blind Woman's Room).' 덴마크 출신의 여류화가 아나 크리스티네 앙케르(Anna Kristine Ancher, 1859-1935)의 1885년 작품(Oil on Canvas). 햇빛이 따스하게 어둔 방을 비추고 있고, 그 방에 묵묵히 앉아있는 할머니를 그린 그림이다. 할머니는 앞을 볼 수 없는 소경이지만, 따뜻한 햇볕을 느끼고 있는 표정이다. 사실주의와 인상주의파로 분류되고 있는 앙케르는 빛을 잘 처리하는 화가로서의 명망이 높다. 말하자면 빛과 색을 시각적인 차원에서 가장 효과적으로 결합했던 화가였다. 따라서 그녀의 그림들 중에는 이런 주제의 그림이 많은데, '소경 할머니 방의 햇볕'도 그들 중의 하나다. 아나 앙케르는 그녀의 남편인 미.. 2020. 6. 28. 馬山 앞 바다 마산에 2박3일 있는 동안, 바다를 볼 기회가 마땅찮았다. 마지막 날인 26일 새벽 일찍 잠을 깼다. 잠자리에서 뭘 할까고 궁리를 하다 바다 생각이 퍼뜩 났다. 마산이 바다를 낀 항구도시이고, 나 또한 그 바다를 보고 자랐는데, 이제는 마산하면 자연스레 바다가 연상되어지는 곳이 아닌 곳이라서 그랬을까. 마산 바다를 떠 올리면서 좀 겸연쩍은 생각이 들었다. 근자에 어떤 보도에 따르면, 마산 바다가 깨끗해져서 관광 유치가 어떻고 저떻고 한다고 했다. 그 생각이 나를 바다가 보이는 선창으로 향하게 했다. 마산 바다는 양면성이 있다. 멀리 바라다 보는 것과, 가까이서 보는 것 이 둘의 차이가 극명하다는 것이다. 저 바다건너 구실까지 선명하게 보이는 맑은 하늘아래 푸른 바다는 생선 비늘처럼 미끈거리고 있었다. 그.. 2020. 6. 28. '이런 弔詩' 24일 함안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선배님 형수가 잠들고 계신 백사 묘소에도 비가오고 있었다. 풀이 많이 자라고 주변이 많이 헝클스러웠다. 때맞춰 하는 풀베기를 한번 걸르니 풀이 그렇게 무성할 수 없구나. 형수님 묘지를 바라다보며 춘돈 선배가 한숨을 쉰다. 형수님의 평분도 풀에 가리워져 있는 것을 그 부분만 치우고 묘지석도 딱았다. 묘석에 새겨진 글도 잘 보이질 않는다. 같이 간 감 여사는 형수님의 친구다. 고등학교, 대학을 같이 다녔다. 감 여사와 함께 막걸리 한잔 씩을 따르고 형수님을 추모했다. 나로서는 1년 만이다. 음복 술을 마시고 비 속 풀밭에 앉아 묘소를 보고 있으려니 마음이 짠해진다. 그동안 얼마나 혼자 쓸쓸했을까. 비는 계속 내리고 있었다. 형수님 평분의 묘지석에는 한편의 시가 적혀있다... 2020. 6. 28. 이전 1 ··· 244 245 246 247 248 249 250 ··· 26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