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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3일 새벽 산책길을 나섰다가 흠뻑 비를 맞았다. 비가 좀 잠잠해진 것 같아 나선 길인데, 얼마 못 가 물 속에 뛰어든 생쥐 꼴이 됐다. 우산으로도 도저히 비를 피할 수가 없어 피해 들어간 곳은 화원이다. 장미꽃 화원이다. 꽃들은 올케 피지도 않고 비 속에 웅크린 모습들이다. 꽃들을 보고, 비내리는 대장천을 보고, 또 꽃들을 보고 대장천을 보고. 그러기를 20여 분. 안 되겠다 싶어 그냥 비를 맞고 집으로 왔다. 묵주기도를 바치며 걷는 새벽 산책길에 비를 만났고, 또 장미꽃을 만났다. '장미 속의 마리아(La Madonne aux roses)' 그림이 떠 올랐다. 2020. 8. 3.
E. 호퍼의 '여름 실내(Summer Interior)' '여름 실내(Summer Interior)' 에드워드 호퍼(Edward Hopper; 1882-1967)의 1909년 작품(Oil on Canvas). 고개를 숙이고 얼굴을 가린 젊은 여자가 침대에 털썩 주저앉은 채 바닥에 앉아 있다. 그녀는 흰 민소매 셔츠만 입은 채 성기 부위는 그대로 노출하고 있다. 그녀의 왼팔은 다리 사이로 아래로 뻗어있다. 그녀의 음부 부위를 강조하는 듯이 보인다. 그녀의 오른팔은 팔꿈치에 구부러져 있고, 그녀가 기대어 서 있는 침대 위에 놓여 있다. 침대 외에 인물의 방은 가구가 거의 갖춰지지 않았다. 하얀 벽난로가 거의 전적으로 침대에 가려져 있다. 오른쪽으로 난 창문 하나에서 햇볕이 비춰지고 있다. 이 패치는 그림의 유일한 광원이지만, 한편으로 시트의 흰색과 여자의 흰 민소.. 2020. 8. 2.
장마철 호수공원 어제도 오늘도 호수공원입니다. 매년 그렇습니다만, 유독 장마철이면 거의 매일 호수공원엘 옵니다. 그 이유는 비를 맞고 걸으며 보고 느끼는 호수공원의 풍광 때문일 겁니다. 장마철이라 호수와 수변의 물이 불어나면 어쩐지 마음이 풍성해집니다. 한편으로 잔뜩 흐린 하늘과 비 내리는 호수를 바라보고 있자면 멜랑꼬리해집니다. 풍성하면서도 멜랑꼴리해지는 정서의 교차감이 뭐랄까, 묘한 균형감을 안깁니다. 비를 맞고 혼자서 걷는 호수공원은 참 호젓하기도 합니다. 수십가지 상념의 갈래도 길을 걷는 동안은 그악스럽게 달겨들지 않고 잠잠합니다. 저는 이게 참 좋습니다. 이십 수년 째 걷는 길은 매우 익숙합니다. 그게 호젓함에 더해 편안과 안정감을 주는 것이지요. 호수공원 길 곳곳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의 면면도 다양합니다만, 걔.. 2020. 8. 1.
일산 호수공원에서의 어떤 '旣視感' 오늘 아침, 잔뜩 흐린 날씨에 빗방울 떨어지는 호수공원을 걷고있는데, 수변 벤치에 어떤 여인이 홀로 앉아있다. 뭘 하는지 모르지만, 멀리 호수를 바라본다든가 고개를 가끔씩 숙이는 게 보기에 명상에 잠겨있는 모습이다.그 모습이 그런데 어디서 본 것 같은 기시감이랄까, 어떤 형상의 사진 한 장이 떠 올랐다. 한 여인이 숲 속 벤치에 홀로 앉아 멀리 그녀가 살았던 마을을 바라보는 모습의, 해리 그뤼아트(Hary Gruyaert)가 찍은 흑백 사진이다.그 사진을 처음 본 게 2006년인데, 사진도 사진이지만, 그 사진에 붙어있는 글이 참 좋았다. "한 여인이 산등성이에 놓인 의자에 앉아 저 멀리 마을의 풍경을 바라보고 있다. 그곳에는 그녀의 일상과 가족이 있고, 그리고 어쩌면 지나온 과거도 어딘가에 묻혀 있을 .. 2020. 8. 1.
이 한 장의 사진 한 장의 보도사진이 갖는 힘은 다가올 어떤 상황을 암시해주는 예시성이다. 사진이 담고 있는 현시적인 상황이 주는 메시지도 물론 중요한 요소다. 하지만 이와함께 사진 이면에 도사린 그 무엇인가를 함축적으로 예시해주는 느낌을 안기는데, 그것은 대개 상황과 맞물린 불길한 예감들이다. 아래 사진은 어떤가. 문재인이 신임들인 박지원 국정원장과 이인영 통일부장관, 김창룡 경찰청장에게 신임장을 주는 장면을 담은 사진이다. 우선 문재인의 자세가 올바르지 않다. 뒤뚱거리는 걸음걸이로 엉거주춤하면서 박지원에게 악수를 청하고 있는 모습이다. 의전사진이 저래서는 안 된다. 그런데도 그냥 릴리즈됐다. 뒤뚱거리는 문재인의 모습은 뭐 하나 제대로 된 것 하나없이 뒤죽박죽인 현 문재인 정권의 실상을 보여주는 것 같다. 악수를 받는 .. 2020. 7. 31.
'금붕어를 잡는 여인(Catching Goldfish)'(1925) '금붕어를 잡는 여인(Catching Goldfish)' 독일 베를린 출신의 여류 화가 겸 일러스트레이터인 진 마멘(Jeanne Mammen; 1890-1976)의 1925년 작품(Oil on Canvas). 거의 한 세기 전의 그림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현대적인 감각이 물씬 풍겨지는 세련된 그림이다. 예술은 시대를 관통한다는 진리를 새삼 절감케 하는 그림으로 느껴진다. 그림이 관능적인 여인들이 어항에서 금붕어를 잡아올리는 형상이지만, 금붕어가 흡사 남자 같아 보인다. 담배를 꼬나문 한 여인은 상당히 흡족한 표정이함다. 결국 이 그림은 전통적인 남성우월주의에 대한 1920년대 독일 여성들의 반감과 비아냥을 표현하고 있다는 느낌을 안긴다. 지금의 현대 여성들의 그런 감정과 비교해 봐도 그 시대 여성들.. 2020. 7.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