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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수와 최순애 문학과 글이 매개가 되어 쌍을 이룬 문인들은 많다. 파인 김동인과 최정희도 그렇고, 만년의 김동리와 서영은도 그렇다. 조정래와 김초혜 또한 소설과 시인으로 만난 커플이다. 문학가들이 만나 이룬 가정은 그들의 본태 그대로 문학적일까. 이들의 전해지는 얘기들로 보면 소설적이고 극적인 요소도 있어 다소 그런 부분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보통 사람들의 그것 마냥 평범한 것이다. 극적인 것도 물론 있다. 마산을 인연으로 맺어진 지하련과 임화의 결혼은 월북 후 둘의 결말에서 보듯 비극적인 결혼으로 꼽혀진다. 마산의 아름다움이 깃든, 온 국민의 노래 '고향의 봄'을 쓴 이원수도 그 일생의 반려가 같은 동요시인인 최순애다. "뜸북뜸북 뜸북새/논에서 울고..."로 시작되는 '오빠생각'으로 이원수보다 먼저 文才를 세상에.. 2020. 5. 24.
북한산 구기동 '파전' 북한산에서 구기동으로 하산해 뒤풀이 할 적에 안주로 빠질 수 없는 메뉴가 '파전'이다. 파전 잘 하는 집이 구기동에 있다. 탕춘대성 암문에서 포금정사 터로 오르면 옛 매표소 못미처에 구기동으로 우회하는 산길이 있다. 그 길로 내려가면 구기동 동네로 내려가는 계단 길 곁에 '장독대'라는 주막이 있는데, 그 집 파전이 맛 있다. 그 집 주인은 부산 사람으로 동래고등학교를 나왔는데, 애시당초 살림 집으로 주막으로 열었을 때부터 동래 금정산성 막걸리와 동래파전으로 주 메뉴를 삼았다. 이 집 파전은 동래의 전통적인 파전 그대로인데, 싱싱하게 잘 자란 굵직한 쪽파에 오징어 등 각종 해물이 푸짐해서 금정산성 막걸리에 제 격이다. 또 다른 한 곳은 구기동 동네에 자리한, 우리 북한산 산행팀이 잘 가는 '삼각산'이다. .. 2020. 5. 24.
브로콜리는 '완벽'한 것인가 점심을 브로콜리를 반찬으로 해 먹고 있다. 한 점을 초장에 살짝 찍어 입에 넣어려는데, 문득 2년 전 세상을 뜬 조지. H.W. 부시 전 미국대통령이 떠올려졌다. 그의 아들 조지 부시는 장례식 추모사에서 아버지 부시를 애도하며 이렇게 말했다. "아버지는 우리에게 거의 완벽에 가까웠지만, 완전하게 완벽하지는 않았다." 그 이유는 브로콜리를 먹지 못했고, 그게 자신을 포함한 자식들에게 이어진 것 때문이라는 것. 이 말 한 마디로 슬프고 엄숙했던 장례식장에 한바탕 웃음꽃이 만발했다. 슬픔을 그런 식의 유머로 아름답게 승화시키는 감동적인 장면이었다. 나는 브로콜리를 좋아한다. 가볍게 익힌 한 다발 정도는 초장에 찍어 순식간에 해치운다. 그럼 나는 부시 전 대통령에 비해 완벽한가. 입에 넣어려던 브로콜리를 잠시 .. 2020. 5. 24.
충무로 '사랑방 칼국수'의 닭백숙 충무로에는 옛 맛집이 더러 있다. 꼬리곰탕을 잘 하는 '파주옥'도 있고 돼지갈비 전문의 '뚱보갈비'도 있다. 1980년대를 충무로에서 보낼 때 많이 들락거리던 맛집들이다. 그 가운데 한 집이 '사랑방 칼국수'다. 이 집도 어언 반세기에 가까울 정도로 연륜이 오래 된 집이다. 이 집 칼국수는 특색이 있다. 옛스런 노란 양은냄비에 담겨져 나온다는 것이고, 마늘 양념이 풍부해 그 국물 맛이 진하고 맛깔스럽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집 칼국수는 술 마시고 난 후 해장으로 인기가 높다. 점심 때면 간 밤의 술로 고달퍼 진 속을 달래고자 이 집 칼국수를 먹으려는 충무로 직장인들이 줄을 설 정도다. 칼국수와 함께 이 집의 인기 메뉴로 손 꼽히는 것은 닭 백숙이다. 이 집 특유로 장만하는 닭 백숙이기에 이 집 특유의 맛.. 2020. 5. 24.
마산 오동동 '복쟁이 골목' 기억에 남아있는, 어릴 적 마산 선창가를 떠돌던 어두운 이야기들 중의 하나. 선창가에서 사람들이 자주 죽는다는 것인데, 그 게 생선을 먹고 죽었다는 것이다. 이런 얘기들은 당시 매스컴이 그다지 발달하지 않을 때라 주로 입소문을 타고 흉흉하게 들렸기에 아직도 기억 속에 어둡게 자리잡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 생선이 바로 복어, 마산 말로 '복쟁이'다. 내남없이 가난하던 시절, 굶주린 사람들이 선창가를 뒤지고 다니다 버려진 복쟁이를 먹고 죽는 것이다. 통통한 생김새에 볼룩한 배하며, 아무리 버려진 생선이지만 주린 배에 복쟁이는 참 먹음직스러웠을 것이다. 복쟁이는 알과 내장에 사람에게 치명적인 강한 독을 지니고 있다. 독성이 강한 먹 거리가 맛은 뛰어나다. 아마도 복쟁이를 먹고 죽은 사람은, 말같지는 않지만, .. 2020. 5. 23.
醉 中 理 髮 엊저녁에 좀 마셨는데도 아침이 거뜬하다. 동네 편의점에서 마셨고 후배들과도 잘 헤어졌을 것이다. 말짱한 기분으로 책상에 앉아 PC를 켜고 메일 답신을 하는데, 뭔가 머리 쪽이 좀 허전하다. 손으로 머리칼을 쓸어 만져 보았다. 어라, 머리카락이 짤막하니 손에 잡힌다. 머리카락이 웬지 어디 달아난 느낌이다. 이발한지 오래돼 머리칼이 그동안 많이 자라있었다. 그런데 그 머리칼이 없어진 듯 한 것이다. 거울을 보았다. 웬일인가? 머리칼이 짤막하게 이발이 돼 있었다. 엊저녁부터 아침까지 이발 한 기억이 없는데 이발이 돼 있으니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순간적으로 좀 멍해지는 듯 했다. 그리고는 생각이 혼돈스러워 지면서 한편으로 누군가를 몽중에서 만난 듯한 생각이 흐물거렸다. 누구? 동네 단골 이발소 사장님이다. 그.. 2020. 5.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