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aste' 카테고리의 글 목록 (14 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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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d, taste86

여의도 '순천집' now and then 얼마 전 8년 전 여의도 삼중빌딩 지하에 있던 '순천집'을 추억삼아 SNS에 쓴 적 있는데, 예상 외로 '순천집'을 아는 지인들이 꽤 있었다. 그 글 속에는 내가 그 집을 그리워하는 느낌이 담겼던 모양인지 그와 관련하여 몇몇 '제보'가 있었다. 한 후배는 몇년 전 빌딩 지하를 갔는데, 구조가 많이 변경돼 있었다면서 '순천집'이 사라지고 없는 듯이 알려왔다. 그런데, 오늘 선배 한 분이 점심을 겸한 낮술을 그 집에서 먹었다고 알려왔다. '순천집'이 여전히 그곳에 있었던 것이다. 한 선배는 사진도 한 장 보내왔다. 8년 전 내가 찍었던 그 위치에서 찍은 것이다. 내 사진에는 아주머니 얼굴이 나왔는데, 선배 사진에는 얼굴이 보이질 않았다. 세월이 많이 흘러 아주머니도 많이 변했겠습디다고 했더니, 선배는 그에 .. 2020. 6. 8.
서울 남산 ‘미슐랭 식당’의 비빔밥 오랜만에 친구들과 함께 걸어본 남산 길에서 만난 식당입니다. 이름하여 ‘목멱산방.’ 남산의 원래 이름인 목멱(木覓)을 딴 한 식당인데, 꽤 유명세를 타고있는 남산의 명소라고 합니다. 왜 그런가 했더니 맛과 분위기 등을 따져 국제적으로 소개하는 ‘미슐랭 가이드(Michellin Guide)’의 서울편에 등재된 곳이라서 그렇다는 것이고, 그에 더해 좀 진지하지 못한 과장성으로 진정한 식객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수요미식회’에 소개되어서 그렇답니다. 이런 과정에서 평가를 높이받은 음식은 우리의 비빔밥입니다. 이 집의 비빔밥은 세 종류가 있습디다. 산방 비빔밥, 불고기 비빔밥, 그리고 육회 비빔밥입니다. 불고기가 입에 맞을 것 같아, 그것을 시켜 먹어봤는데, 글세요, 그저 그랬습니다. 얇게 저민 불고기에 갖은.. 2020. 5. 28.
지리산 경호江 마을의 ‘할머니 어탕국수’ 좀 이른 아침에 원지에 다 달았다. 전날 운리-덕산 둘레길을 걸은 후 마신 술 때문에 우리들은 속이 더부룩했고, 어디 해장국 파는 식당이 없는가고 주변을 돌다가 원지에서 내린 것이다. 그간 많이 온 원지지만, 이렇게 어떤 목적을 갖고 내린 것은 처음이다. 지리산 마을인 원지는 중산리 코스로 지리산 천왕봉을 오르려면 반드시 거쳐 가야 하는 곳이다. 그러니 대부분 지리산 때문에 이곳을 오가는 사람들에겐 여기가 어딘지도 잘 모른 채 그저 스쳐 지나가는 곳쯤으로 아는 곳이 바로 원지다. 마침 차를 댄 곳 앞에 허름한 식당이 있었다. 간판은 ‘어탕국수’를 파는 집이다. 바닷가를 고향으로 둔 사람들은 민물고기에 익숙하지 못하다. 그러니 민물고기를 고아 국수를 말은 어탕국수가 눈에 찰 리가 없다. 그런데 이른 아침이.. 2020. 5. 25.
북한산 구기동 '파전' 북한산에서 구기동으로 하산해 뒤풀이 할 적에 안주로 빠질 수 없는 메뉴가 '파전'이다. 파전 잘 하는 집이 구기동에 있다. 탕춘대성 암문에서 포금정사 터로 오르면 옛 매표소 못미처에 구기동으로 우회하는 산길이 있다. 그 길로 내려가면 구기동 동네로 내려가는 계단 길 곁에 '장독대'라는 주막이 있는데, 그 집 파전이 맛 있다. 그 집 주인은 부산 사람으로 동래고등학교를 나왔는데, 애시당초 살림 집으로 주막으로 열었을 때부터 동래 금정산성 막걸리와 동래파전으로 주 메뉴를 삼았다. 이 집 파전은 동래의 전통적인 파전 그대로인데, 싱싱하게 잘 자란 굵직한 쪽파에 오징어 등 각종 해물이 푸짐해서 금정산성 막걸리에 제 격이다. 또 다른 한 곳은 구기동 동네에 자리한, 우리 북한산 산행팀이 잘 가는 '삼각산'이다. .. 2020. 5. 24.
브로콜리는 '완벽'한 것인가 점심을 브로콜리를 반찬으로 해 먹고 있다. 한 점을 초장에 살짝 찍어 입에 넣어려는데, 문득 2년 전 세상을 뜬 조지. H.W. 부시 전 미국대통령이 떠올려졌다. 그의 아들 조지 부시는 장례식 추모사에서 아버지 부시를 애도하며 이렇게 말했다. "아버지는 우리에게 거의 완벽에 가까웠지만, 완전하게 완벽하지는 않았다." 그 이유는 브로콜리를 먹지 못했고, 그게 자신을 포함한 자식들에게 이어진 것 때문이라는 것. 이 말 한 마디로 슬프고 엄숙했던 장례식장에 한바탕 웃음꽃이 만발했다. 슬픔을 그런 식의 유머로 아름답게 승화시키는 감동적인 장면이었다. 나는 브로콜리를 좋아한다. 가볍게 익힌 한 다발 정도는 초장에 찍어 순식간에 해치운다. 그럼 나는 부시 전 대통령에 비해 완벽한가. 입에 넣어려던 브로콜리를 잠시 .. 2020. 5. 24.
충무로 '사랑방 칼국수'의 닭백숙 충무로에는 옛 맛집이 더러 있다. 꼬리곰탕을 잘 하는 '파주옥'도 있고 돼지갈비 전문의 '뚱보갈비'도 있다. 1980년대를 충무로에서 보낼 때 많이 들락거리던 맛집들이다. 그 가운데 한 집이 '사랑방 칼국수'다. 이 집도 어언 반세기에 가까울 정도로 연륜이 오래 된 집이다. 이 집 칼국수는 특색이 있다. 옛스런 노란 양은냄비에 담겨져 나온다는 것이고, 마늘 양념이 풍부해 그 국물 맛이 진하고 맛깔스럽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집 칼국수는 술 마시고 난 후 해장으로 인기가 높다. 점심 때면 간 밤의 술로 고달퍼 진 속을 달래고자 이 집 칼국수를 먹으려는 충무로 직장인들이 줄을 설 정도다. 칼국수와 함께 이 집의 인기 메뉴로 손 꼽히는 것은 닭 백숙이다. 이 집 특유로 장만하는 닭 백숙이기에 이 집 특유의 맛.. 2020. 5.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