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n diary' 카테고리의 글 목록 (3 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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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en diary26

8월 5일 나이가 들어가니 나도 그렇지만, 아내도 여기저기 탈이 난다. 3년 전인가, 밤에 자다 119 구급차 타고 응급실에 실려간 적이 있다. 거의 실신 직전이었는데, 극심한 어지럼증이었다. 응급실 진단 결과는 명확히는 모르지만 이석증이었던 것 같다. 그 소란을 겪고난 후 이석증이 그런 것이라는 것은 알았어도, 별 대수롭잖게 여기며 거의 잊고 살았다. 근데 그게 또 아내에게 찾아왔다. 한 이틀 간 어지럽다며 비실비실 거리는 게 보기에 딱하다. 동네 이비인후과 놔두고 아내는 종합병원을 예약해 놓았다고 한다. 한 소리 하려다가 관 뒀다. 그게 그리 큰 병원 갈 일이냐는 것. 이런 우려가 있다. 괜히 이런 저런 검사를 하다가 병을 키우는 게 아니냐는 것인데, 나는 그게 싫고 한편으로는 두렵다. 어제 저녁에도 아내는 몹.. 2020. 8. 5.
8월 3일 새벽 산책길을 나섰다가 흠뻑 비를 맞았다. 비가 좀 잠잠해진 것 같아 나선 길인데, 얼마 못 가 물 속에 뛰어든 생쥐 꼴이 됐다. 우산으로도 도저히 비를 피할 수가 없어 피해 들어간 곳은 화원이다. 장미꽃 화원이다. 꽃들은 올케 피지도 않고 비 속에 웅크린 모습들이다. 꽃들을 보고, 비내리는 대장천을 보고, 또 꽃들을 보고 대장천을 보고. 그러기를 20여 분. 안 되겠다 싶어 그냥 비를 맞고 집으로 왔다. 묵주기도를 바치며 걷는 새벽 산책길에 비를 만났고, 또 장미꽃을 만났다. '장미 속의 마리아(La Madonne aux roses)' 그림이 떠 올랐다. 2020. 8. 3.
7월 23일 '9일 묵주기도'를 다시 바친다. 지난 6월 29일 첫 기도를 끝낸 후 24일 만이다. 내 생애 첫 56일 간의 '9일 묵주기도'는 힘이 들었다. 처음 시작할 때는 어느 정도 마음이 평안한 상태였는데, 기도 바치는 날이 더해 갈 수록 힘이 들었다. 나는 그 연유를 이렇게 생각했다. 기도를 바치면 바칠 수록 나의 죄와 잘못이 부각되고 두드러짐을 느끼는 죄의식 때문에 그렇지 않은가 하는. 내 생각대로라면, 처음의 그런 경험이 두번 째의 '9일 묵주기도'와 관련하여 좀 더 편안한 마음으로 드릴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나는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 첫 '9일 묵주기도'를 바친 후 나의 마음을 강하게 때리며 계시처럼 다가온 것은, 내가 예수님께 바라는 청원이 내 뜻대로가 아닌 예수님의 뜻대로 이뤄진다는 것이고,.. 2020. 7. 23.
7월 16일 한 며칠 외출이 잦다. 14일은 광화문, 어제는 강동. 외출이 잦다는 것은 술과도 연관이 있다는 얘기다. 어제는 강동 사는 친구들과 감자탕으로 점심을 하면서 낮술 한잔을 했다. 중학교 동기들인데, 한 친구의 술 마시는 태도가 흥미(?)롭다. 술 잘 못 마신다고 연신 그런다. 그러면서도 홀짝 홀짝거리는 게 장난이 아니다. 지난 번 만났을 때도 그랬다. 잘 못 마신다면서도 술이 떨어지면 계속 시켰다. 어제도 또 그러길래 결국 내가 한 소리 했고, 하 교수도 제지하는 바람에 술판을 그쳤다. 그래도 소주 5병이다. 커피 집에 가서도 또 술 얘기다. 강동역에서 겨우 달래 헤어졌다. 낮술에 취해 집으로 오는 길은 황혼녘이었는데, 지는 해와 노을이 유난히 바알간 빛으로 눈에 들어오고 있었다. 오늘 또 점심 약속이 있.. 2020. 7. 17.
7월 14일 어제 광화문 이승만 광장. 고 백선엽 장군을 조문했다. 제 철 선배, 윤철원. 김 철 두 친구와 함께다. 1시간 가량 줄을 서 차례를 기다린 후에 예를 드릴 수 있었다. 세 줄로 길게 늘어선 행렬은 줄잡아 150미터 쯤으로, 많은 사람들이 질서정연하게 고인에 대한 추모의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고, 우리들도 그들 중의 한 부분이었다. 이따금씩 좀 격한 사람들이 피켓과 구호로 문재인 정권을 성토하고 있었고, 그에 반응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긴 했으나 많은 인파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는 차분한 분위기였다. 흐릿한 날씨 속에 백파이프 연주의 '어메이징 그레이스'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 선율과 박정희 전 대통령의 생전 육성이 험한 시대를 살다 간 노 장군에 대한 조문의 분위기를 돋워 주었다. 이따금 씩 가을같은 소.. 2020. 7. 15.
7월 8일 소박한 일상에는 그저 탈 없이 하루 하루를 사는 무탈이 최상의 바람이다. 새벽 산책길 기도에 그런 바람을 담는다. 오늘도 그랬다. 집으로 돌아 와 매일 아침 하는 일이 있다. 주스를 만드는 일이다. 집에 와도 대개 오전 6시 좀 넘은 시각이니, 아내는 깨어있을 때도 있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 그래서 그 일은 군말 없이 내가 맡아 한다. 주스를 만드는 주서(juicer)는 테팔(tepal)이다. 성능이 좋아 신뢰가 가는 주방용품이다. 냉동실에 얼려놓은 비트와 당근, 블루베리에 사과와 케일로 주스를 만든다. 쉬운 일이고 거의 일상적인 일이 됐으니 마음 편하게 만든다. 근데 오늘은 문제가 생겼다. 테팔 주서의 스크류가 돌아가다 멈춘 것이다. 그런 적이 여태껏 한번도 없었다. 몇번을 시도해도 안 되고 내용물.. 2020. 7.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