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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봉선, 혹은 고진숙 선생님 중학교 때 음악을 가르쳐 주신 분은 고봉선 선생님이었다. 1966년 까까머리로 입학했을 때 만난 선생님이다. 고 선생님은 음악을 담담했지만, 수업시간에는 종종 음악 외에 다른 것을 가르치기도 했다. 그 중 기억에 남는 건 한시다. 흑판에 우리들은 이해를 못하는 한시를 길게 쓰시고는 뭐라뭐라 하시는데, 이해를 잘 못하는 우리들은 그저 눈만 멀뚱히 뜬 채 보고 듣고있을 뿐이었다. 한가지 지금껏 기억에 남는 건, 나중에 안 말로 일필휘지, 바로 그것으로 어린 마음에도 휘날려 쓴 글씨가 아주 좋았다. 선생님은 시인으로, 필명은 고진숙이었다. ‘와사등’의 김광균 시인 추천으로 문단에 등단한, 당시 촉망받던 시인이었다. 선생님은 우리들이 중학교 3학년 때 시집을 한권 내셨고, 우리들은 모두들 그 시집을 200원 씩.. 2025. 2. 24.
한 여가수의 죽음 오늘 미명의 새벽에 받은 부음. 친구 여동생의 죽음이다. 친구는 “동생이 무지개 너머로 갔다”고 했다. 어스럼한 미명 속에 아름다운 무지개가 언뜻 내 눈에 스쳐 지나가면서, 나는 친구의 짤막한 이 한 줄의 글에서 눈을 땔 수가 없었다. 글 속에 짙은 슬픔이 묻어나고 있었다. 친구 여동생은 1970, 80년대 한 때를 풍미하던 가수였다. ​유가화라고, 1980년대 초반 ‘나도 모르게’라는 노래로 세상에 각인됐던 가수다. 이 노래를 얘기하면 이 가수를 기억하는 분들도 꽤 있을 것이다. 유가화는 그러나 세상에 묻혀 산 세월이 길었다. 몸이 따라주지를 않았다. 경기도 안성에 살고있다는 얘기를 들었던 게 몇 해 되지 않았다. ​친구는 박상호라고, 나의 마산중학교 동기다. 1967년 졸업 후 만나지 못하다가, 유가.. 2025. 2. 23.
Comment on current issues 0 … 혼탁한 국내 문제에 온통 신경이 쏠리느라, 바깥 쪽을 보지 못했는데, 모처럼 답답했던 시선을 돌려보니 미국이 난리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래 행정부처 각료를 비롯해 각종 부정적인 행태를 일삼고 있는 기구 및 단체들에 대한 쇄신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다. ‘도지(DOGE)’라는, 트럼프 특단에 의해 일론 머스크로 하여금 권한을 부여하고 설치된 ’효율부(Department Of Government Efficency)’는 연일 예산 낭비를 비롯한 각종 부정부패 사례를 까밝히며 사정의 칼날을 휘두르고 있다. 당연히 미국민들의 전폭적인 지지가 따라지고 있다. 부럽다. 이런 나의 시선을 환기시켜준 이가 있다. 그저께 만나 적잖은 얘기를 나눈 페이스북 친구 하은정 변호사다.지금 탄핵 궁지에 몰려있는 윤석열 대.. 2025. 2. 20.
마산 ‘호래기 회’와 ‘대구탕‘ 고향 마산엘 가면 이제는 이방인일 수밖에 없다. 어디가 어딘지도 모르겠고, 예전에 그 맛있게 먹었던 싱싱한 각종 해산물도 어떻게 먹는 줄 모르고 한참을 들여다 보고 기억을 떠올려야 한다. 마산에 살고있는 한 후배 지인이 저녁답에 어디서 한잔하는 게 좋겠냐고 묻길래, 나는 갑자기 '호래기'가 생각이 나 그것을 얘기했다. 시방처럼 겨울철에 마산에서 맛있게 먹을 수 있었던 그 호래기가 생각이 난 것이다. 그 후배는 몇 군데 전화를 하더니, 어느 집과의 통화에서 호래기를 얘기했고, 그 집에서 뭐라뭐라 했던지, 나보고 남성동 선창가 잘 가는 횟집에 싱싱한 호래기가 있다고 했다. '해안횟집'이라는 곳이었는데, 무려 70년 이상으로 오래 된 맛집이라고 했다. 그러나 나는 처음 가보는 집이었다. 앉자마자 호래기회가 나.. 2025. 2. 17.
필동선배 ‘3.15마산의거’ 활동 글에 대한 조그만 결실 필동선배에 관해 쓴 글에 조그만 결실이 찾아 들었다. 선배의 마산3.15의거 활동에 관한 부분을 ‘마산3.15의거 기념사업회‘에서 발간하는 정기 회보에 상당 부분을 할애해 게재한 것이다. 선배는 3.15마산의거의 마산고등학교 학생시위에 큰 역할을 했던 분이다. 1960년 4월 11일 마산 바다에서 발견된 김주열 열사의 참혹한 주검에 분노를 느낀 마산시민들이 들고 일어나 벌인 2차 시위, 그리고 그 다음 날인 12일 마산고 학생 1천여명이 학교교문을 박차고 나와 비폭력.평화시위를 벌임으로써, 마산의 학생 시위를 촉발케 했다. 그런데 이 부분에 관한 역사적인 기록이 좀 어지럽다. 그래서 마산고 시위를 주도했던 선배로서는 그동안 할 말이 많았던 것인데, 이번에 3.15마산의거를 총괄해 기념하고 관리해오던 ‘3.. 2025. 2. 16.
부러진 묵주, 그리고 새 묵주 아침 일찍 마산 거리를 걷고 있었다. 간밤에 석태 형과 모처럼 많이 마신 술로 정신이 흐리멍텅했다. 그럴 수록 호주머니 속 묵주를 쥔 손에 힘을 주고 있었다. 구마산 어시장 쪽으로 가는 3.15기념탑을 보며 걸어가는데, 손에 쥔 묵주의 십자가이 한 귀퉁이가 부러지는 느낌이 들었다. 깜짝 놀라 봤더니 과연 그랬다. 부러진 것인지, 떨어진 것인지 하여튼 십자가가 훼손된 것이다. 뭔가 좀 안 좋은 생각이 들었다. 간 밤에 마신 술 등 나의 행태를 벌하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그것이다. 걸음을 멈추고 한참을 서서 묵주를 손에 들고 내 잘못을 반추하고 있었다. 나는 그때 오동동 다리 아래 출판사를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출판사에는 김리아 사장이 계셨다. 예정된 시간보다 좀 일찍 도착한 내가 이상하게 보였을 .. 2025. 2.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