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1564 근 60년 만에 만난 중학교 친구 “나는 부활이고 생명이다” 이런 ID를 쓰는 사람이 오늘 아침 일찍 나에게 카톡메시지를 보내왔다. 메시지는 ”마산중학교16회?“ 단 이 내용 뿐인데, 나는 누군지 모르겠다. 프로필 사진이 좀 요상하다. 눈밭인가에 십자가 형태로 누워있는, 세상을 달관한 표정의 사진이다. 나는 이 사람이 마산중학교16회냐고 묻고있으니, 그 학교 동기쯤 될 것이고, ID로 미루어 기독교신자로구나 생각했다. 그래도 궁금했기에 나는 “누구세요?“라고 물었다. 이 사람의 정체를 아는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조금 후 메시지가 왔는데, 놀랍게도 이 사람은 옛날 중학교를 함께 다녔고 같은 동네에 살던 옛동무 박상호였던 것인데, 전화번호가 적혀 있었다. 그렇게 해서 이 친구와 정확하게 58년 만에 만난 것이다. 이 친구는 중학교 때.. 2024. 11. 17. '출향민'의 고향, 馬山 마산시민이나 마산을 떠나 객지에서 살고있는 출향민들이 마산에서 생활하는 게 여간 불편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례로 마산에서 지역의 전통있는 언론사로, 창원에 있는 경남신문 가는 게 정말이지 힘들었다. 옛날 기억에 기대 마산에서 그냥 창원 가는 버스를 타면 될 줄로 알았다가, 버스를 타고는 중간에서 내렸다. 진해 쪽으로 가는 노선 버스를 탄 게 잘못이었지만, 진해 방향 그쪽에서 창원 중앙대로에 있다는 신문사로 가는 건 버스 잡기도 힘들었지만 그 방향으로 가는 버스가 없었다. 세상에 통합 창원시에서 유력 언론사로 가는 대중교통수단인 버스가 없다는 게 말이 되는가. 약속시간은 이미 지나가고 있었고, 그래서 택시를 타고 가려 택시를 기다렸으니, 그 또한 어려웠다. 겨우 택시를 잡아타고 신문사로 갔다. 택시.. 2024. 11. 16. 雪 岳 雲 海 중청으로 가는 설악의 산길. 막바지가 끝청이다. 이쯤이면 거진 다 왔다. 그러나 끝청 오르기가 예사 일이 아니다. 숨은 턱에 차오르고 지친 걸음은 흐느적거린다. 여기서 숨을 고르고 가다듬어야 한다. 끝청에 올랐을 때, 우리들을 기다리고 있는 게 있었다. 운해(雲海)다. 공룡, 용아의 내설악 쪽은 해걸음, 막바지 해를 머금은 구리 동빛이지만, 외설악 쪽은 구름의 바다를 이루고 있었다. 그 장관에 말문이 막힌다. 어느 봉우리 하나 소홀하지 않게 하얀 구름이 촘촘히 흘러 들어 바다를 이뤘다. 구름바다 어느 가장자리엔 황혼이 스며들어 붉은 빛이다. 그 바다 위로 우수수 바람이 불면, 구름 물결도 우수수 바람결 따라 흐른다. 그 흐름은 지친 우리들을 어루만져 주는 몸결이다. 풍덩 뛰어들어 안기고 싶은 부드러운 몸.. 2024. 11. 15. 고향 마산의 ‘전망좋은 방‘ 마산을 가면 반드시 들리는 여기, 내가 ‘전망좋은 방’이라 명명해놓은 곳이 있다. 동명의 영화 ’A room with a view’를 여기 갈 적마다 떠올린다. 창동 불종거리에서 남성동으로 내려가는 길 오른 편에 있는 ‘빠리바게트’ 2층이다. 여길 가면 흡사 내 전용 방같은 느낌이 든다. 내가 갈 때마다 손님이라고는 없다. 일층은 빵가게이고 여기 2층은 일층에서 가파른 계단을 올라와야 한다. 내가 일층에서 아메리카노 커피를 받아들고 이층으로 올라갈 때마다 빵집주인은 당부를 한다. “계단이 가파르니 조심하이소예.” 작고 아담한 방인 이곳에 들어서면 전면 유리창으로 바깥이 창동 풍경이 한 눈에 들어온다. 창가에는 전면으로 탁자가 있는 자리가 있고, 그 뒤로 푹신한 벼개가 몇 개 놓여진 소파가 있다. 나는 이.. 2024. 11. 14. 마산 1박2일 나이를 먹으니 고향에 다녀오는 것도 힘에 부친다. 예전에는 2박3일, 3박4일 씩 갔다오는 것도 즐겁게 마감하곤 했다. 게다가 그 시절에는 고향에 있는 내내 연속 술이었다. 작취미성 상태로 아침을 맞이하고는 또 술을 먹는 일정으로 보내다가, 집으로 올라올 적에는 언제 그랬냐는듯 말짱하게 아내 앞에 나타나곤 했다. 이번 마산 고향행은 처음부터 난관이 조성됐다. Ktx 승차권부터가 잘못되는 바람에 자칫 마산행을 포기해야 할 지경이었으나 가까스로 해결했다. 어제 아침 일찍 행신에서 마산으로 가는 열차 승차권을 온라인으로 예약했다. 오후 1시 17분에 떠나는 열차다. 승차권을 끊고는 몇번을 확인했다. 예전에 출발과 도착지를 혼동해 잘못 끊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가라산공원 일을 마치고 시간이 좀 남아 일단 집으.. 2024. 11. 13. 문학과 언론으로 馬山을 지킨 원로시인 이광석 別世 이광석 시인 별세. 향년 90세. 오늘 아침 무심결에 접한 소식이다. 오래 병석에 계신다는 얘기는 이미 듣고있었기에, 마음 속으로 이런 날이 오리라는 걸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막상 별세 소식을 들으니 마음 한편이 착찹하면서 젖어온다. 한분, 한분, 고향 마산의 어르신들이 세상을 따나고 있다는 안타까움에 한 느낌이 더해진다. 고인은 1959년 청마 유치환의 추천으로 시문단에 데뷔하면서 이후 시인으로 왕성한 작품활동을 해 왔으며, 1960년 ‘마산문인협회‘ 결성을 주도했다. 이와 함께 그는 경남신문 편집국장을 역임하는 등 오랜 기간 언론인으로서 마산지역 언론문화 창달에도 크게 이바지 했다. 이런 점에서 그는 문학과 언론이라는 두 가닥 길로써 마산을 지키는 수문장 역할을 해왔다. 나는 이광석 시인과 인연이 .. 2024. 11. 12. 이전 1 2 3 4 5 6 7 8 ··· 26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