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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죽음' RIP. RIP. 영어에 좀 과문하지만 이 약자 영어의 뜻은 안다. Rest In Peace, 그러니까 말하자면 죽은자에 대해 명복을 빈다는 관용구이다. 오늘 아침 박원순 서울시장의 죽음과 관련해 SNS에 이 영어식 추모 말이 군데군데 보여진다. 명복 빈다는 걸 한국말로 하면 어디 덧날까. 그런데도 이러는 걸 보면 뭔가 드러내놓고 그러기를 저어하는 소극적인 추모의 말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어쨌든 죽음은 죽음이고 과오는 과오다. 이래저래 참 개운치 않은 오늘 아침이다. ​ 좀 냉정해지자. 이런 일 한 두번이 아니지 않은가. 망자를 두고 생전의 이런 저런 언행을 나쁘게 평가하는 걸 꺼려하는 경향이 많다. 젊잖 잘 빼는 보수층들이 대개 그렇다. 진영논리로 보자면 이러니 보수는 백전백패다. 진보좌파는 또 얼마.. 2020. 7. 10.
Agnus dei... 2014년 9월, 고령의 어머니가 대구 가톨릭병원에 암 수술 후 입원하고 계실 때다. 이른 아침 처연한 마음으로 복도를 서성거리고 있는데, 복도 끝에 어떤 사람이 앉아 무슨 일을 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멀찍이서도 눈에 확 들어오길래 뭔가하는 호기심에 다가갔다. 그것은 놀랍게도 예수의 형상이었다. 예수께서 앉아 어린 양에게 물을 먹이고 있었다. 나는 그 때 폰 이어폰으로 그레고리안 찬트를 들으며 어머니가 무사하기를 빌고 있었다. 그 순간 내 귀에 "agnus dei, agnus dei, 주님의 어린 양" 찬트가 들렸고 내 입에서도 그 노래가 절로 흘러 나왔다. 발걸음을 멈추고 멈칫해 한 것은 순간적이었을 것이다. 놀란 마음에 더 앞으로 다가갔다. 그것은 벽화였다. 벽에 그려진, 예수가 어린 양에.. 2020. 7. 9.
밥맛, 입맛 밥맛과 입맛, 이 둘이 따로 따로 노는 것인가가 헷갈린다. 밥맛이 입맛이요, 입맛이 밥맛 아닌가. 그렇게 여기고 지금껏 살아왔는데, 근자에 이 둘에 차이가 있는 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말하자면 밥맛은 밥을 포함해 반찬 등의 맛이라는 것이고, 입맛이란, 몸의 기질적인 상태에 따른 음식의 맛이 아닐까하는 것인데, 이는 엉뚱할 수도 있는, 순전히 나의 개인적인 생각이다. 그러니 밥맛이 없다는 것은 밥이나 반찬이 입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고, 입맛이 없다든가 떨어진다는 것은, 몸이 질환이라든가 계절의 변화로 음식의 맛을 잃게되는 경우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나의 경우 언제부터인가 이 두 가지 맛이 변하면서 없어져가는 것을 느낀다. 이 두 가지에 하나 더 보태고 싶은 것은 술맛이다. 술도 덩달아 그.. 2020. 7. 9.
7월 8일 소박한 일상에는 그저 탈 없이 하루 하루를 사는 무탈이 최상의 바람이다. 새벽 산책길 기도에 그런 바람을 담는다. 오늘도 그랬다. 집으로 돌아 와 매일 아침 하는 일이 있다. 주스를 만드는 일이다. 집에 와도 대개 오전 6시 좀 넘은 시각이니, 아내는 깨어있을 때도 있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 그래서 그 일은 군말 없이 내가 맡아 한다. 주스를 만드는 주서(juicer)는 테팔(tepal)이다. 성능이 좋아 신뢰가 가는 주방용품이다. 냉동실에 얼려놓은 비트와 당근, 블루베리에 사과와 케일로 주스를 만든다. 쉬운 일이고 거의 일상적인 일이 됐으니 마음 편하게 만든다. 근데 오늘은 문제가 생겼다. 테팔 주서의 스크류가 돌아가다 멈춘 것이다. 그런 적이 여태껏 한번도 없었다. 몇번을 시도해도 안 되고 내용물.. 2020. 7. 8.
'꿈, 신앙의 미소(Il sogno, nel sorriso della fede)' 'Il sogno, nel sorriso della fede(꿈, 신앙의 미소)' 나폴리 출신의 이탈리안 화가 빈첸조 카프릴레(Vincenzo Caprile, 1856-1936)의 작품(Oil on Canvas). 카프릴레는 해안도시 아말피(Amalfi)의 풍광과 사람들을 주요 장르로 삼아 서민풍의 많은 그림을 남겼다. 이 그림도 아말피 해안에서 빵장사를 하는 아낙네가 잠시 빵 광주리를 땅바닥에 놓은 채 쉬고있는 모습을 그린 작품인데, 여인의 표정이 묘하고도 복잡하면서 뭔가 생활의 고단함이 묻어난다. 그럼에도 카프릴레가 그림 제목을 '꿈, 신앙의 미소'로 한 것은 작가로서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고단한 삶일지언정 여인의 표정에 깃든 굳은 신앙심을 한편에서 읽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엄마 어깨에 매.. 2020. 7. 7.
가야산, 1990 사진 액자 뒤에 쓰여진 글귀의 날짜로 보아, 1990년 4월 29일 가야산 정상을 앞에 둔 새벽 여명 무렵에 찍은 사진이다. 가물한 기억을 되짚어 본다. 1990년 4월 무렵이면, 다니던 통신사 사장과의 불화로 퇴사를 고민하던 때다. 그 해 6월 신문사로 갔으니, 4월이면 회사에 사직을 통보하고 나가지 않으면서 일종의 사보타주를 하고있을 때인데, 그 무렵 홀로 훌쩍 떠나 가야산으로 올랐던 것이다. 가야산을 왜 갔을까. 뚜렷한 기억은 없지만, 아마 아버지가 그리워 올랐을 것이다. 아버지와 가야산을 함께 올랐던 게 1975년이다. 그 때 해인사 인근에서 하룻밤을 묵고 새벽에 아버지와 함께 오르던 가야산이다. 문득 아버지가 생각났고 가야산이 겹쳐지면서 그냥 밤차를 달려 해인사에 도착해 아버지와 갔던 그 코스로.. 2020. 7.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