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1578 軍시절의 한 여름, 어떤 '도식(盜食)'의 추억 송악 OP에서의 군 시절, 나는 식사배달 병이었다. 그러니까 아침, 점심, 저녁 세 끼의 OP 중대본부 식사를, OP 산 아래 화기소대 식당에서 마련해주는 것을 배달해오는 역할이었다. 매끼 식사 배달은 간단하다. 지게에다 바케스 두 개를 매달아, 한 쪽은 밥, 또 한 쪽은 국을 넣어 짊어지고 오는 것이었다. 김치 등 부식 몇 가지는 사흘에 한 번꼴로 갖고 와 중대본부에 보관해놓고 먹었다. OP에서 화기소대를 오가는 길은 산길이다. 거리로는 한 7, 8백 미터쯤 되는데, 오르락 내리락하는 길이다. 그 산길을 20여 명 분의 밥과 국이 든 지게를 매고 매일 오르내리는 건 쉬운 일은 아니다. 특히 여름철 무더운 날씨엔 한 번 오르내리면 녹초가 된다. 요령삼아 중간에 좀 오래 쉬기라도 하는 낌새가 보이면 고참으.. 2020. 6. 26. '상처입은 천사(Wounded Angel)' by 휴고 심베리(Hugo G. Simberg) '상처입은 천사(Wounded Angel).' 핀란드 출신의 화가인 휴고 게르하르트 심베리(Hugo Gerhard Simberg, 1873-1917)의 1903년 작품입니다 (Oil on Canvas). 상징주의파로 분류되는 심베리는 허황되며 초자연적인 주제의 그림을 많이 그린 것으로 회자되는 화가입니다. 심베리의 작품들 중 가장 유명한 것으로 꼽혀지는 이 그림도 마찬가지의 소재입니다. 머리를 다친 듯, 머리띠를 맨채 들것에 실려가는 천사의 모습이 그러합니다. 이 그림에서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상징성은 침울하게 차려입은 채 어두운 표정으로 들것을 들고가는 두 소년, 그리고 날개가 꺾여진채 고개를 푹 수그리고 있는천사에게서 잘 나타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뒷 소년의 표정은 세상을 질시하는 표정으로 다가옵.. 2020. 6. 23. '惡의 평범성(banality of evil)' 비슷한 주제의 두 권의 책이다. 죄악에 대한 인간의 태도에 관한 것으로, 나치독일 히틀러의 악명높은 조력자 조제프 괴벨스와 아돌프 아히히만에 관련된 얘기다. 한나 아렌트의 '예루살렘의 아히히만'은 유대인 학살자 아히히만의 재판에 관한 기록인데, 이 책은 아렌트가 아히히만의 만행을 일컬어 '악의 평범성(banality of evil)'으로 규정함으로써 논란의 불씨를 지폈다. 이 책을 본 것도 '악의 평범성'이란 주제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읽어 내려가면서는 그 주제가 잘 잡히지 않는다. 마지막 부분에서 아렌트가 아히히만의 교수형과 관련해서 딱 한 번 언급하고 있을 뿐이다. 이 책은 오히려 나치독일이 유대인 처리문제와 관련해 유럽의 각국별로 어떠한 말살계획을 세워 추진했는가에 대한 방대한 보고서 같다. 물론.. 2020. 6. 23. '천득수' 상병 매년 6. 25가 오면 옛날 전방부대에서의 군 생활이 떠올려지곤 한다. 나라 지키는데 무슨 큰 역할을 해서 그런게 아니라, 그저 자동 반사적으로 그 시절을 추억하게 하면서 뭔가 울컥해지게 한다. 나라 생각이 유독 나는 날도 6. 25 즈음의 날들이다. 나이가 들어가니 더 그렇다. 나 뿐만 아니라 내 또래의 장삼이사 남정네들은 거의 비슷할 것이다. 옛날 앨범을 뒤져보니 이 사진이 나왔다. 1973년 개성 바로 앞 송악OP 통신병으로 근무할 때의 사진이다. 날짜는 7월 27일로 나와있고 '천득수'라는 이름이 적혀있다. 그 이름을 보니 생각났다. 상병으로 있던 중대본부 고참인데, 문서수발병이었다. 둘이서 철책선 길을 따라 대대본부를 많이 다녔다. 나는 암호 수령을 해야했고, 천 상병은 문서 수발 때문이다. 사.. 2020. 6. 23. 6월 23일 허리병이 또 도졌다. 얼마 간 괜찮았다. 그냥 지병처럼 달고 살리라 여겨오다가 그러니까 이런 날도 오는구나 하고 기분 좋아했다. 그러다 다시 허리가 아프기 시작한 것이다. 그 원인을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병원에서는 나더러 제발 많이 걷지 말라고 했다. 하루에 만보계로 1만 걸음 이상은 하지 말라고 했다. 병원의 지시에 따랐다. 그랬더니 허리가 괜찮아졌던 것인데, 그게 좀 살만하니 '걷기 본능'이 다시 살아나 근자에 좀 많이 걸은 탓에 허리병이 도진 것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어제는 견디기가 힘들 정도로 허리가 아팠다. 새벽에 7Km 이상을 걸었는데, 그게 영향을 준 것 같다. 아내는 그런 나에게 타박을 준다. 왜 병원에서 시키는대로 하지않아 그 고생을 사서 하느냐는 것. 그래서 오늘 새벽 산책은.. 2020. 6. 23. 재미있고 익살스런 옛 영어단어 14개 언어는 인간사회의 필수 도구이면서 시대의 산물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지구상에서 매일 수많은 말과 단어가 생겨나기도 하고 사라지기도 한다. 우리말도 그렇지만 세계 공용어인 영어 또한 예외일 수 없다. 신조어와 슬랭이 뜬금없이 생겨나는 반면 옛 말과 단어는 사용빈도가 적어지면서 사라져 간다. 사라져 가는 옛 영어 단어 중에서 익살스럽고 맛깔스런 게 많다. 셰익스피어 시대 때부터 썼던 고전적인 단어라 현대 풍조에 다소 어긋나 보이기도 하지만 지금 시점에 회화에 사용해도 재미있는 단어들도 많을 뿐더러 아직까지도 쓰여지는 단어들도 꽤 있다. 사라진, 사라져가는, 혹은 아직 지금까지도 쓰여지고 있는 옛 영어 단어들 가운데 재미있고 익살스런 단어 14개와 몇 예문을 소개해 본다. 1. Soothfast: .. 2020. 6. 22. 이전 1 ··· 241 242 243 244 245 246 247 ··· 26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