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1591 茶山 정약용과 與猶堂 다산 정약용의 생애는 크게 20년 안팍을 기준으로 세등분해 볼 수 있다. 22세 때 小科인 초시에 합격, 진사가 되고 이로부터 28세 때인 1789년 大科에 급제해 초계문신으로 벼슬길에 오른 이래 18년간을 나라와 그의 후견인이었던 정조를 위해 봉사를 한 게 첫 시기다. 39세 때 정조가 승하하면서 그의 천주교 이력과 활동이 문제가 되고 급기야 1801년 대규모 천주교 박해사건인 신유사옥에 연루되면서 18년간의 유배생활을 하게 된 게 두번 째 시기. 그리고 유배생활이 해제된 1818년 고향인 馬峴마을로 돌아와 생을 마치기까지 17년 간의 만년생활이 마지막 시기다. 이런 인생 곡절에 함께하는 다산의 動線은 크게 나누어 그가 태어나 유년과 소년시절을 보낸 마재 마을, 그리고 벼슬에 있었던 서울과 유배생활을.. 2020. 7. 3. 능소화와 茶山 오늘 함안에 사는 한 후배가 아름다운 꽃 사진을 SNS에 여럿 올렸다. 여름의 꽃이라는 능소화다. 대구 달성군 화원 땅의 남평 문 씨 집과 그 주변에 탐소롭게 피어있는 능소화다. 나는 능소화를 보면 다산 정약용 선생이 떠올려진다. 다산의 생가터가 있는 남양주 능내리 마재에는 다산이 살던 그 시절이나 지금이나 여름이면 능소화가 만발한다. 지금쯤 달성 화원에서 처럼 마재에도 능소화가 한창 꽃을 피우고 있을 것이다. 다산은 능소화를 자기가 태어나서 자라고 18년의 유배생활 후 만년을 보낸 향리 마재의 꽃으로 여겼다. 다산의 글들 중에도 능소화를 언급한 대목이 여럿 나온다. 다산과 진솔과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를 엮은 최문희의 소설에도 다산과, 다산이 유배지인 강진 땅에서 맺은 진솔과의 사랑이 깃들여진 듯한 능소.. 2020. 7. 2. 7월 2일 남의 일에 배놔라, 감놔라 하듯 끼어들기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나하고 상관없는 일에 별 관심을 두지 않는다는 얘기인데, 이게 다른 사람 눈에는 다소 차갑게 보일 때도 있을 것이다. 근데 나이를 먹어가니 차돌같은 그런 성향도 변하는 것 같다. 자신의 노약한 처지에 견주어 지는 타인의 시선에 대한 일말의 감정적인 어울림일 수도 있겠다. 6월 25일 마산. 어느 지인과의 자리에 그 지인의 친구가 있었다. 나하고는 생판 처음이다. 이런 저런 얘기들을 치인과 하는데, 걱정스러운 얘기를 한다. 내가 그리 관심 기울여 들을 필요도 없는 것이다. 그런데, 지인 친구의 여러 말들 중 한 말이 내 귀에 들어 와 꽂혔다. "엄마로써 이제 더 이상 해 줄 일이 없는게..." 젊디 젊은 딸이 아프다고 했다. 4년을 앓고있는.. 2020. 7. 2. 라디오, 그리고 월칭 마틸다(Waltzing Mathilda) 라디오를 좋아한다. 그것도 아날로그 식 라디오. 영상과 디지털시대에 웬 아날로그 라디오인가. 세상 살아가면서 세상사를 모르고 지나칠 수는 없는 일이니, 뭔가를 통해 아는 폼이나 내야 할 것인데, 그 매개체로 나는 라디오가 좋다는 말이다. 나이 탓인가, 아무래도 보는 것은 피곤하고 그냥 눈 감고 듣는 게 좋다. 보기보다는 듣는 소리가 편하다는 얘기인데, 그게 디지털 음향처럼 탁탁 틔는 것보다 나긋나긋 감겨오는, 말하자면 멜랑꼬릴리한 소리가 좋아서 아날로그 라디오를 고집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런 류의 라디오가 몇 개 있다. 잠자리 머리맡에는 50년대 텔레풍켄 스탠드 라디오가 있고, 거실 한 구석에는 진공관식 그룬디히 라디오가 놓여있다. 산책길에 이어폰으로 들을 수 있는 소형 라디오도 몇 개 있다. .. 2020. 7. 1. 아내는 '천하장사' 마누라, 일 마치고 오면서 사온 쌀을 현관까지는 캐리어로 날랐다. 아파트 현관에서 부엌까지 옮겨야 하는데, 당연히 내 몫이라 생각하고 주섬거리니 아내가 아서라 한다. 안 좋은 허리, 또 '항칠'하면 어쩔려고 그러냐 한다. 그러면서 쌀 포대를 든다. 거뜬히. '항칠'은 경상도 사투리로, 흠이나 스크래치로 이해하면 된다. 서울사람인 아내가 이제는 경상도 사투리까지 척척한다. 그 전날, 제주 감귤 택배 상자 옮기는 것도 아내 몫이었다. 천하장사 이만기 같다. 내가 "이만기가 따로 없다" 했더니 마누라는 씩 웃는데, 그 표정이 정말 이만기 같으다. 집 안팍으로 아내 하는 일이 갈수록 늘어나고, 내 할 몫은 줄어든다. 힘에도 부치고 하기도 싫고. 이러다 정말 뒷방 노인 신세가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 2020. 7. 1. 건배, 혹은 건배사(乾杯辭)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술은 인간에게 필요한 기호물(嗜好物)이다. 사람마다 차이는 있을 것이니 절대적인 것은 아니지만, 술이 인간역사와 함께 해오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술을 여럿이 마시는 대작(對酌)의 술자리에선 일체감을 돋우는 어떤 매너가 필요하다. 마시는 분위기, 혹은 함께 한 사람들의 면면에 따라 다르겠지만, 분위기를 좋게 하고 기분 좋게 마시려는 추임새가 있어야 한다. 그게 바로 건배이고, 말이나 구호로서 이를 부추기는 것이 건배사(乾杯辭)다. 그러니 對酌하는 술 문화의 음주방법이 乾杯라 해도 무방할 것이다. 이런 술자리에선 서로들 마시는 가운데 한마디씩 격려와 분위기를 띄우는 바람의 축원을 하는데, 부언하자면 같이들 잔을 맞대 마시자는 건배의 축원이 바로 건배사인 것이다. 李白의 將進酒辭에 나오.. 2020. 7. 1. 이전 1 ··· 240 241 242 243 244 245 246 ··· 26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