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taste86 봄철, 한창 입맛 돋우는 갯가재, 혹은 '딱새' 바다를 낀 따뜻한 남쪽의 마산은 예부터 해산물이 풍부하던 고장이다. 그래서 어릴 적부터 입에 익숙해진 것은 각가지 해산물이다. 해산물에 익숙한 입맛은 좀 까다롭다. 사철 소고기 등 육고기만 먹는 입과는 다르다. 그래서 마산 사람들은 예로부터 제철 해산물을 고집한다. 잘 알려져 있듯이 가을 전어가 그렇고 봄도다리 쑥국 등이 그렇다. 도다리 쑥국 철이 지나 봄이 흐드러질 무렵 이곳 사람들의 입맛을 돋우게 하는 게 있다. 바로 '딱새'다. 갑골 새우과에 속하는 딱새를, 이곳 사람들은 옛날부터 '까재,' 그러니까 가재로 불렀다. 그러다 해산물 분포와 구분이 세분화되면서 갯가재로 불린다. 딱새는 마산 외 지역인 거제나 통영 등지에서 부르는 이름이다. 딱새는 '딱새우'의 줄임말로 보인다. '딱'이 들어가는 이유는 .. 2021. 4. 14. 가죽나물 장아찌 나이들어 가면서 모든 게 시들한데, 그런 가운데서도 한 가지 내 생각대로 지키고 싶은 게 있다면 입맛이 다. 그래서인지 먹고 싶은 것은 어떻게든 먹어야 직성이 풀린다. 속된 말로 게걸스러울 정도는 아니더라도, 입맛에 집착하는 정도가 예전 젊었을 적에 비해 달라진 것은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더구나 나이를 먹으면 입맛이 떨어지는, 말하자면 나이는 입맛에 반비례하지 않는가. 그러니까 어떻게든 더 입맛을 지키려는 것은 자연스런 본능일 수도 있겠다. 하나 더 보태자면 입맛에는 당연히 술맛도 포함된다. 각가지 먹거리가 많고 먹기에도 편리한 세상이다. 그래도 유독 입맛을 당기게 하는 것은 옛날에 먹던 것들이다. 고향의 맛이라 해도 되겠다. 그래서 바닷가에서 자랐기로, 아직도 각종 생선을 포함한 해물이 가장 입.. 2021. 4. 5. 일산시장 '고기국수' & 해프닝 혼자 식당에서 뭘 먹다가 누구를 만나게 되면 난처해질 때가 많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으면 더 그렇다. 오늘 아침, 흐릿하고 비가 오는 날씨라 그런지 일산시장 고기국수가 댕겼다. 마침 오일장 열리는 날이라 어슬렁거리며 시장을 한바퀴 돌고 식당으로 갔다. 소문난 맛집이라 사람들이 많다. 이 집은 주문한 후 누구든 15분 정도를 기다려야 한다. 조리에 소요되는 시간이다. 그리고 이 식당은 협소하다. 해서 누구든 자리를 좁혀 앉아야 할 경우가 많다. 그게 여의치 않으면 밖에서 대기해야 한다. 그래서 점심시간 무렵이면 대개는 이 집 앞에서 순서를 기다리며 줄을 선다. 혼자 자리를 잡아 얼큰한 고기국수를 시켰다. 이 집 고기국수는 맛있다. 마늘, 고추가루와 적당하게 조화를 이룬 돼지뼈 국물이 우선 얼큰하고 시원.. 2021. 3. 28. 마산의 제철 '미더덕'의 맛 선창가서 미더덕이나 좀 사자. 석태 형과 함께 발길은 남성동 어시장 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된장찌게에 미더덕을 넣고 먹자는 것이다. 오동교 아래 제일식당은 된장찌게로 소문난 곳이고, 석태 형의 변함없는 단골집이다. 그집 된장찌게에 한창 제 철 마산 먹거리인 미더덕을 보탠다면... 벌써부터 입안에 침이 돌았다. 박 성관 선배는 진즉 와서 밥집 앞을 서성이고 있었다. 자리가 나질 않아서다. 미더덕을 받아든 주인 아주머니의 표정이 풍성하다. 반은 찌게에 넣고, 반은 그냥 생으로 묵도록 해 주소. 먼저 미더덕 회가 나왔고, 그걸 안주로 막거리를 마셨다. 그 막걸리가 희한하다. 캔사이다를 섞은 것을 주전자에 따라 마시는 막걸린데, 그걸 '막사...' 뭐라 뭐라한다. 예전에 곧잘 그렇게 해서 마시던 '막사이사이' .. 2021. 3. 26. 사당동 ‘통영’ 횟집 ‘통영’을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옥호로 내건 횟집이 서울에 더러 있다. 통영하면 싱싱한 자연산 해산물과 맛깔스런 밑반찬을 연상시키면서 구미를 돋우게 하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아는 곳만 해도 여러 군데다. 대구탕 잘 하는 역삼동의 ‘통영집’도 있고, 그저께 ‘허영만의 백반기행’에 소개된 광화문 프레스센터 뒤 ‘통영식당’도 있다. 어제 또 한 곳을 알았다. 선배 및 친구들과 점심을 한 사당역 인근의 ‘바다풍경’이라는 곳인데, 통영을 옥호에 직접 넣지는 않았지만, 통영의 자연산 해산물을 두드러지게 내세우는 곳이다. 어제 우리들은 모듬생선회와 생멸치무침, 그리고 도다리쑥국을 먹었다. 생선회는 예상과 달리 활어가 아니라 숙성된 생선이어서 처음엔 육질이 너무 물러 어색했다. 하지만 먹으면 먹을 수록 색다른 깊은.. 2021. 3. 16. 서울고속버스터미널, 그리고 그 옥상의 맛집, '포석정' 서울 반포의 고속버스터미널은 서울역과 함께 누구나에게 애환이 서려있는 곳이다. 떠나고 보내는 곳이기 때문이다. 고향을 지방에 둔 출향민의 처지에서는 더 그렇다. 타향살이의 울적한 심사들이 모아져 고향으로 보내지는 곳이다. 1970년 공부하러 서울에 처음 올라왔을 땐, 서울역 한 곳이 올라오고 내려가는 플랫폼이었다. 그 때 경부선 밤차로 '은하호'가 있었다. 서울시내에서 한 잔을 걸치고 이슥해지는 밤, 취기가 오르면 뭔가 말로는 표현 못할 향수가 등을 서울역으로 떠민다. 밤 10시 '은하호'를 무작정 탄다. 다음 날 새벽이면 삼랑진을 경유해 넓직한 바다가 보이는 고향 마산에 도착한다. 1970년에 고속버스가 운행되면서는 서울역에서 고속버스터미널로 갈아탔다. 기호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로서는 버스가 어릴.. 2021. 2. 9. 이전 1 ··· 7 8 9 10 11 12 13 ··· 1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