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1575 '춤꾼' 이애주 선생(2014) 춤꾼 이애주 선생을 인터뷰했다. 잘 알려진 분인데 물을 게 뭐 더 있겠는가. '神氣'에 관해 물었다. 춤출 적에 그런 감이 없지 않는가 하는. 왜 없겠어요 한다. 무슨 뜻? 살풀이를 출 때 집중을 하고 들어가면 보는 사람들이 울기도 눈물도 흘리기도 한다. 그들에게 감춰진 인간의 본성을 자극하는 것이다. 춤의 기운이 보는 이의 본성과 그를 둘러싼 번뇌와 괴로움, 슬픔의 '살'을 때리면서 맞아 떨어져 우리는 하나가 되어 버린다. 그 때 나는 몸주신이 된다. 번뇌와 슬픔은 눈물과 함께 살아져 버린다. 나는 구름 위에서 춤을 춘다. 내가 이름을 붙였지. 구름사위라고.구름사위를 할 때 신기를 느끼지. 아니 신성 그 자체지. 그러나 그렇게 초월된 상태로 가면서도 중심은 잡지. 중심을 못 잡아, 넘어가버리면 무당.. 2020. 5. 30. '모짜르트의 모짜르트,' 클라라 하스킬(Clara Haskil) 클래식 음악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다. 그러나 좋아하는 연주가는 있다. 그 중에서도 클라라 하스킬(1895-1960)을 제일 좋아한다. 그녀는 인생과 음악이 모두 극적이다. 역정으로 점철된 인생도 그렇지만, 모짤트, 브람스, 쇼팽을 넘나든 과정도 그렇다. 개인적으로 하스킬을 좋아하게 된 연유가 있다. 윌리엄 스타이런(William Styron)의 소설인 '소피의 선택(Sophie's Choice)'에는 모짜르트 음악이 많이 등장한다. 소설 속 시련의 화신인 소피와 모짜르트의 음악이 어울리기 때문이었기 때문일까. 소피와 그녀의 연인인 네이단(Nathan)은 모짤트 피아노 협주곡 24번 2악장 라르케토(larghetto)를 특히 좋아한다. 그 소설, 그리고 영화에 빠지면서 나도 그 2악장 라르게토를 좋아하.. 2020. 5. 29. 서울 남산 ‘미슐랭 식당’의 비빔밥 오랜만에 친구들과 함께 걸어본 남산 길에서 만난 식당입니다. 이름하여 ‘목멱산방.’ 남산의 원래 이름인 목멱(木覓)을 딴 한 식당인데, 꽤 유명세를 타고있는 남산의 명소라고 합니다. 왜 그런가 했더니 맛과 분위기 등을 따져 국제적으로 소개하는 ‘미슐랭 가이드(Michellin Guide)’의 서울편에 등재된 곳이라서 그렇다는 것이고, 그에 더해 좀 진지하지 못한 과장성으로 진정한 식객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수요미식회’에 소개되어서 그렇답니다. 이런 과정에서 평가를 높이받은 음식은 우리의 비빔밥입니다. 이 집의 비빔밥은 세 종류가 있습디다. 산방 비빔밥, 불고기 비빔밥, 그리고 육회 비빔밥입니다. 불고기가 입에 맞을 것 같아, 그것을 시켜 먹어봤는데, 글세요, 그저 그랬습니다. 얇게 저민 불고기에 갖은.. 2020. 5. 28. 양평 '두몰머리'에서 양평은 ‘물의 고장’입니다. 남한강이 흐르고 북한강이 흐릅니다. 이 두 물이 만나는 지점이 있습니다. 일컬어 ‘두물머리’라 하지요. 이렇게 이름지은 이 땅 사람들의 부드러운 마음이 느껴집니다. 두 물이 만나는 것은 자연의 흐름이요 이치일진대 굳이 이를 이렇게 이름지은 것은 이를 통해 자연과 인간간의 상생을 도드라지게 하기 위함이었을 것입니다. 두물머리에 황포돗배가 한 척 떠 있습니다. 떠 있기만 할 뿐 움직이지는 않습니다. 떠 다니지 않는 황포돗배는 옛날의 두물머리로 우리들을 이끌어 갑니다. 저 배에 몸을 실었던 한 분이 문득 생각납니다. 다산 정약용 선생이지요. 인근 남양주 땅의 마재에서 태어나 18년 강진 유배를 제하고는 평생을 마재에서 사셨던 다산 선생은 한강 물을 참 종아하셨던 분입니다. 그가 남.. 2020. 5. 28. 5월 28일 130. 오늘 우체국 갔다오는 길에 동네 병원에서 재어 본 수축 혈압지수다. 처음 재었을 때 147이었는데, 잠시 숨을 고르고 측정했더니 130으로 나왔다. 근래들어 가장 낮은 지수다. 며칠 전에는 137이었다. 혈압에 신경을 쓰게된 건, 두어달 전 아내와 함께 아산병원에 갔을 때 아내따라 재어 본 게 계기가 됐다. 그 때 155였다. 나는 그 때까지 혈압은 모르고 살았다. 그냥 120 선일 것이라는 나름의 자신감에 찬 생각 때문이었다. 그 이후로 혈압에 신경을 쓰고 노력을 기울였다. 운동과 식습관 변화다. 라면, 햄버거, 소시지 등 가공식품은 일체 끊었다. 그리고 매일 아침 당근. 사과. 아로니아. 케일. 토마토 등과 함께 갈아 마시는 비트는 두달이 지났다. 나는 비트 덕이라 여기고 있다. 아내 혈압도.. 2020. 5. 28. 1951년 生 1951년생 토끼띠. 6.25 전쟁의 와중에 태어났기에 어려운 세대로 여겨진다. 그러나 우리들은 정작 그 어려웠던 시절에 관해서 잘 모른다. 물론 어릴 적 얘기는 여기저기서 들은 적은 있다. 하지만 그런 얘기들은 추억이라는 스크린으로 다소 포장된 것들이기에 생각하기 나름인데, 나로서는 그 시절이 그저 몽롱하게 느껴질 뿐이다. 대구 대봉동이라는 곳에서 태어났는데, 몇 가지 기억은 있다. 먼지 자욱한 신작로 한 켠에 서 있던 미군 지프에서 키 큰 미군이 내려 나를 들어 올린다. 겁에 질린 나에게 그 미군은 파안대소하며 초콜릿을 안겨준다. 무지 더웠던 한 여름, 방천이라는 냇가 평상에 또래들끼리 모여앉아 썩은 사과를 다퉈가며 먹고 있다. 남겨진 그 시절의 한 흑백사진에는 휴가를 나왔는지, 군복 차림의 아버지가.. 2020. 5. 28. 이전 1 ··· 253 254 255 256 257 258 259 ··· 263 다음